▲고성보 산업응용경제 교수 ©
제주도에는 화산활동에 의해 만들어진 검은 현무암이 지천으로 널려있어 제주 땅은 ‘돌밭’이라고 부를 정도로 돌이 많이 존재하였고 제주도민들은 농사를 짓기위해 돌을 밭 귀퉁이에 모아 쌓아놓거나 돌무더기를 헤쳐 돌담으로 활용하여 왔다.

 제주도 돌담은 삼다도(三多島) 제주의 상징으로 현무암 돌담 자체가 빚어내는 경관의 아름다움으로 인해 문화관광부에 의해 잠녀(해녀), 돌하르방과 함께 한국의 100대 민족문화상징으로 선정되었다. 또한, ‘25시’의 작가 게오르규는 제주초가와 돌담에서 영감을 얻기 위해 두차례나 제주를 방문하였고, 70년대 제주를 찾았던 미국의 ‘라이프’지 한 사진기자는 돌담에 대해 ‘밤하늘에 반짝이는 보석과 같다’고 했다.

최근 들어 제주돌담을 주제로 한 다양한 관광상품이 개발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제주올레 걷기’로 제주의 밭담을 배경으로 산책로를 개발하는 것인데 전국에서 참가자가 몰리는 등 성황을 이루고 있다. 비로소 제주의 돌담이 제대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제주 밭담에 대한 제주방문객의 의식조사결과에 따르면, 제주의 밭담은 제주도의 이미지로서 감귤, 바다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고, 제주의 밭담의 농촌경관에의 도움정도, 밭담의 보전필요성, 밭담의 경관가치 인식에 대해서 매우 긍정적인 응답(90%이상)을 보여주고 있다.

제주의 밭담은 예로부터 제주도 농가의 입장에서 보면 제주의 환경적 열악함을 지혜롭게 극복하는 열쇠였다라고 평가되고 있다. 우선 밭담은 돌 많은 토지에 널려진 돌들을 효과적으로 제거, 정리하는 기능을 가졌다. 둘째, 얼기설기 쌓은 제주 밭담은 바람에 무너지는 일없이, 효과적으로 풍속(風速)을 줄여 안전한 주거공간을 조성하고, 흙의 유실을 막았다. 셋째, 방목하고 있는 우마가 침입하여 농작물이나 시설물을 훼손하는 것을 막았다. 넷째, 명확한 경계표지 역할을 하므로 토지영역에 대한 분쟁을 줄일 수 있었다.

그러면, 제주의 돌담은 그 길이가 얼마나 될까? 2007년 농림부에서 시행한 농림기술개발사업인 ‘제주도 농촌지역내 돌담 문화자원의 활용을 위한 농촌 경관보전 직불제 도입방안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제주도 돌담의 총길이는 3만 6,355km, 그 중 밭담의 길이는 2만 2,108㎞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제주도내 6개 지역을 표본으로 조사한 1평방킬로미터 범위내의 평균 돌담 길이인 40.796km를 제주도 총면적과 경지면적을 감안해서 산출된 수치이다. 이러한 길이는 지구의 지름인 1만 2756km의 3배(돌담), 2배(밭담) 정도의 긴 길이다. 그런데, 예로부터 제주의 돌담의 길이와 관련하여 흑룡만리(黑龍萬里)라고 일컬어 지는데, 이는 실제길이가 만리(1만리=3,930km)라기 보다는 돌담의 길이가 매우 길다는 표현을 달리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필리핀의 코르디레라스 다랭이논(Rice Terraces of the Philippine Cordilleras)의 경우 그 논둑의 길이가 자그마치 지구 반 바퀴에 해당하는 2만2400㎞에 달한다고 한다. 그런데, 제주의 돌담은 3만7천㎞로 거의 지구의 한바퀴(4만㎞)에 가까우니 얼마나 긴 길이인지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제주돌담(밭담)의 경관자원의 가치 평가에 대해서는 ‘아름답다’라는 주관적·심미적 평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필자는 주관적인 수준의 가치평가를 객관적이고도 계량화된 가치로 평가해 볼 수는 없을 것인가? 다시 말하면, 제주밭담의 경우에도 지역에 따라 상대적 아름다움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을 어떻게 반영시킬 것인가? 그리고 제주밭담의 경관가치를 결정하는 평가요인들은 무엇이며, 이들의 중요도는 각각 어느 정도인가? 등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되었고, 이에 대한 하나의 방법론을 개발하였는데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제주도 돌담 전문가들이 제시한 제주밭담이라는 경관자원의 가치평가요소는 ‘주변조화성(24.8%)’, ‘원형보전성(24.5%)’, ‘밀도·군락(23.2%)’ 등이 큰 차이 없이 1위에서 3위까지를 차지하고 있고, 다음으로 밭담형태(14.7%), 조성연대(12.4%) 등의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 적용성을 감안해 가치평가요소의 간편화와 가중치를 조정하면, ‘주변조화성(34%)’, ‘원형보전성(34%)’, ‘밀도·군락(32%)’으로 나타났다.

그러면, 제주의 돌담의 구체적인 경관가치의 경제적 규모는 어떻게 될까? 관광객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계량경제학적 기법을 적용하여 추정한 결과, 제주도 밭담의 1m당 경관가치에 대한 지불의사금액의 평균은 3,001원으로, 표준편차는 511.0원/m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제주도 총밭담의 길이는 22,108km로 나타나, 경관가치 대상여부를 고려하지 않은 연간 제주밭담의 경관가치는 평균 663억원으로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시 김녕리의 돌담 사진 ©

그렇지만, 돌담은 최근 연구에도 농촌경관을 구성하는 자원 가운데 보전가치가 매우 높은 경관자원으로 평가받고 있으나, 급속한 도시화와 농업의 몰락, 그에 따른 농업형태의 변화 등으로 제주도 돌담의 훼손이 심각한 상태이다. 한 설문조사결과에서도, 제주밭담의 보전상태에 대해서 양호하다는 응답은 50% 미만으로 나타났고, 밭담의 훼손율이 매년 평균 1.36%에 달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로 나타나 이에 대한 적극적인 보전방안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왜냐하면, 이러한 돌담은 일단 한번 훼손되면 완전복원이 불가능하고 일부복원에도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원보전과 제주농촌의 돌담 경관관리 측면에서 정책적 개입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제주밭담을 보전하는 대책으로는 첫째, 밭담의 객관적인 가치추정결과를 바탕으로 광범위한 제주 밭담에 대한 실태조사와 체계적 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둘째, 보전을 위한 농촌주민의 활동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주민의 참여를 촉진할 수 있는 직접적 인센티브 지원방식의 직불제 제도를 도입하고, 마지막으로 우수한 제주밭담 지역을 대상으로 National Trust(공공신탁) 모델을 도입하여 ‘제주밭담 밭 한평사기 운동’을 시범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대책을 통한 제주농촌지역의 독특한 풍경과 돌담경관의 보전은 국민 전체의 휴양 공간으로서의 기능 증진에도 매우 중요할 뿐만 아니라 국내 최고의 관광지로서의 자원을 관리·보전함으로써 문화자원의 다양화에 기여할 것이다.

저작권자 © 제주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