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해군기지문제를 취재하기 위해 강정마을을 찾았다. 마을은 조용히 설을 준비하고 있었다. 명절맞이로 북적거려야 할 마을이 조용하자 괜히 스산한 바람만 더 부는 듯했다. 강정천 주변에는 해군기지 착공준비가 중단된 채 남아 있었고, 공사벽과 철조망이 쳐져 있었다. 그 앞에는 ‘해군기지 결사반대’라고 쓰여진 깃발과 천막을 걸고 불을 피우는 사람들이 자리했다. 사람들의 표정은 밝아 보이지 않았다. 아마 많이 지쳐있었던 것 같았다.

강정에서 벌어지는 해군기지 문제가 벌써 3년째에 접어들고 있다. 찬성과 반대라는 구호로 나뉜 한 마을 내 주민들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한 주민은 현재의 상황이 과거 4.3사건 때를 방불케 할 정도로 서로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지나가다 이웃을 만나도 해군기지에 대한 의견이 맞지 않을 경우 서로에 대해 아는 척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마을의 경조사와 같은 공동행사들도 찬반으로 분열된 상태로 치러진다. 친목회와 동창, 선후배가 사라지고 있다. 오로지 찬반이라는 잣대로 사람들은 분열돼 버렸다.

설을 맞아 치러지는 신년하례회라는 마을의 중요 행사도 반대 측 사람들만이 모인 가운데 간소하게 치러졌다고 한다. 결국 해군기지문제가 마을 사람들 간에 전통은 잊게 하는 벽을 만들었다. 400년 넘게 평화롭게 지내던 강정마을이 난데없는 해군기지 문제로 마을공동체 붕괴의 위기까지 맞고 있는 것이다.

해군기지라는 국가사업에 따라 오는 파장은 대단한가 보다. 먼저 홍역을 거쳤던 화순과 위미 지역에도 이런 지역민간의 갈등은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 있다고 하는 것을 보니 말이다.

해군기지 문제는 어떻게든 결론에 다다를 것이다. 결과가 어찌됐든 현재 가장 큰 피해자는 강정주민이다. 그러나 그에 대한 해결은 누가 해야하는가. 정부와 군, 도지사와 정치인들은 이미 강정주민들을 잊은 듯 하고, 해군기지라는 너무 오래된 핫 이슈에 도민들도 점점 관심을 끌지 못하는 듯하다.

누구를 위한 해군기지인가. 국가와 도를 위함일까. 지역민들을 갈등에 불신으로 몰아 넣고서 얻은 이득이 과연 실용적인가. 해군기지로 동북아 평화는 지키고 강정의 평화는 문외시 하는가.

지역민을 고려 않는 도의 발전과 국가 발전이 과연 어떠한 의미를 가질까. 해군기지가 어떤 이익을 제주인들과 국민들에게 가져다 줄 것인지, 정당한 희생인지 묻고 싶다.

박중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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