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지 레이코프·로크리지연구소지음. 나익주 옮김. ©

 

류현종 교육대학 사회교육전공 교수

 

2006년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던 시절 5학년 학생들과 함께 했던 활동이 생각난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주제로 학생들에게 그림을 그리게 했다. “사람들이 세금이 비싸서 울고 있다”고 설명을 붙인 한 학생의 그림을 빼고는, 놀랍게도 35명 학생들이 ‘태극기’ 앞에서 ‘국가에 충성’을 다짐하는 내용을 표현했다. 태극기가 휘날리는 그림이 교실 벽면에 장식된 것을 보면서 두 가지 생각을 했다. “1학년부터 나라 사랑 교육을 잘 받았구나.” 그렇기 때문에 “교육을 잘 못 받았구나.”

그렇다면, 우리에게 익숙한 ‘애국심’이란 다음 중 어느 것일까?

① 애국자들은 대통령이나 정책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국가가 약해진다. 비밀스럽거나 심지어 불법적인 정부 정책을 폭로하는 것은 반역이다.

② 애국심은 더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활동 할 때 나타난다. 동의하지 않는 정책과 이런 정책을 장려하는 지도자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 포함된다. 

우리에게 익숙한 애국심은 ①이다. ①과 관련한 관점이나 틀이 반복되어 학습되었다. 그래서 5학년 아이들의 그림이 그렇게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우리는 자유롭게 생각한다지만 결국, 학습된 일정한 틀에 따라 생각하게 되는 법이다. 따라서 어떤 ‘사고 틀’을 학습시키느냐가 어떤 삶을 살게 할 것인가를 결정한다고 하겠다.

죠지 레이코프와 로크리지연구소가 지은 『프레임 전쟁』(나익주 옮김, 창비)은 ‘세상 보는 틀’ 혹은 ‘세상 살이 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을 하게 한다. 이 책은 보수주의 가치가 만연된 현실에서 진보주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쓴 책이다. 즉, 보수주의 ‘프레임’에 갇혀 현실을 보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진보주의 ‘프레임’을 보다 선명하게 드러내 주고 이를 익숙하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간 보수주의 프레임에 의해 빼앗긴 많은 ‘단어’들과 ‘가치’들을 회복하는 길은 진보주의 프레임으로 이를 재구성하여 명료하게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프레임’은 우리 마음의 대본과 같은 것이다. 우리는 마음 속에 이미 설정된 대본에 맞추어 현상을 바라보고 이해한다. 프레임은 “우리 아이디어와 개념을 구조화하고, 사유 방식을 형성하며, 심지어 지각 방식과 행동 방식에도 영향을 준다.”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 프레임을 무의식적으로 자동적으로 사용한다. 따라서 우리의 과제는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프레임의 정체를 드러내고 보다 합리적으로 자신의 프레임을 다듬는 것이다.

모호한 프레임의 사용 혹은 일관성 없는 프레임 사용에 관해 이 책에서는 ‘이중개념주의’란 용어를  들어 설명한다. 진보주의 세계관과 보수주의 세계관은 상호 배타적이지만, 인간 두뇌에서는 두 세계관은 나란히 존재한다. 경제적으로 보수적이면서도 사회적으로는 진보적인 것이나, 시장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견해를 가지면서도 시민적 자유에 대해서 진보적 입장을 취하는 것이 그 예이다. 따라서 ‘중도’란 있을 수 없다. 서로 다른 전장에서 현저하게 대립하는 두 이념을 사용하는 것은 ‘이중개념주의’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기가 지향하는 노선에 맞게 프레임을 설정하고 선호하는 가치를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특정 지배 관점에 사로 잡히지 말고, 세상을 다양하게 바라 보아라”라는 말을 흔히 듣는다. 그렇기에 이 책의 아이디어가 그렇게 새로울 것은 없다. 하지만 이 책의 미덕은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 용법의 분석을 통해 구체적으로 ‘프레임’에 갇힌 우리 현실을 바라보게 한다는데 있다. 너무나 익숙해 있어 자연스러웠던 우리 일상이 우리가 학습한 ‘프레임’에 의해서 이루어졌다는 점을 깨닫게 한다. 프레임을 재구성하여 ‘잃어버린 단어’를 되찾아야 한다고 주문한다.

국가, 자유, 애국, 가족, 생태, 법, 생명, 시장에 관해 우리에게 익숙해 있는 프레임을 벗어버리고, 여기에 ‘올곧은’ 의미를 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 표현들을 명시적으로 반복하여 익숙하게 해야 한다. ‘애국심’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외치고 반복할 때,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살게 되는 것이다.

“나는 애국자이다. 이 것이 바로 정부가 법원 명령 없이 그리고 의회를 무시하고 시민에게 자행하는 감시 행위에 반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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