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언 

최근 유명 연예인들의 자살과 함께 우울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실 정신과 의사의 입장에서 보면 무척이나 안타깝다. 왜냐하면, 자살은 대부분의 경우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살 뿐만 아니라 청소년의 폭력, 범죄, 일탈행위, 인터넷 중독, 게임중독, 도막 중독 등 셀 수 없는 이 시대의 문제점들이 그 사람에 대한 이해를 하려는 노력만 있다면 많은 부분이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 본 기고에서는 이 많은 행동의 문제들의 공통되는 질병이 될 수 있는 우울증의 원인과 치료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우울은 마음의 감기’라고 한다. 그렇듯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아무에게나 오지도 않는다. 일반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우울증이 온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스트레스 단독으로 우울증이 발생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2. 원인

우울증은 그 원인이 단일한 것이 아니고 매우 복잡한 기전을 통해서 생겨난다. 그래서 현대 정신의학에서는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학적 모델(Biopsychosocial Model)의 틀에서 설명한다. 다시 말하면 생물학적인 원인, 심리적 원인, 사회적 원인이 동시에 취약한 경우에 우울증이 생겨난다고 이야기 한다.

일란성 쌍둥이 중 한명이 우울증일 경우 나머지 한명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50%, 이란성일 경우는 10-20% 정도로 보고되고 있다. 쌍둥이 이외에도 주변에 우울증에 걸려있는 분의 가족이나 친척 중에 우울증이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유전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1) 생물학적 원인

최근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이론들이 신경생화학적 원인이다. 우울증과 관련된 뇌의 신경생화학적 이상으로는 우리 몸의 노르에피에프린, 세로토닌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저하를 초래하는 여러가지 상황들, 그외에도 도파민, 아세틸콜린, GABA, 바소프레신, 소마토스타틴 의 이상도 보고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이상들이 보고되는 것은 우울증이란 단일한 한가지 이상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원인들의 조합으로 생겨나는 결과물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현대의 우울증 치료는 이 신경생화학적 원인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대부분 시행되고 있다. 위의 신경생화학적 이상 이외에도 내분비 계통의 이상이 우울증의 원인일 것이라는 증거들도 있다. 우울증 환자들에서 콜티졸의 과도한 분비, 갑상선 기능의 이상이 있는 경우가 우울증과 관련이 있다.

잠을 잘 자지 못하는 경우에 우울증이 많이 생기기도 하고 우울증 환자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증상이 불면증인 경우가 많으므로 우리 몸에 수면을 조절하는 생체리듬이 고장난 것이 우울증의 원인일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그 이외에도 뇌의 구조적 이상, 면역의 저하 등도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많은 연구들이 진행 중에 있다.

2) 심리사회적 원인

앞서 이야기 한 바대로 스트레스 단독으로는 우울증이 발생할 수는 없다고 해도, 스트레스 자체가 분명히 우울증의 증상발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확실하다. 특히 처음으로 우울증이 생길 때에는 과도한 스트레스가 있는 경우가 많다. 이 스트레스로 인해 앞서 말한 신경생화학적 변화가 유전적 소인 등과 결합하여 뇌의 신경전달물질과 신호전달체계에 변화를 초래하고 비로소 증상이 발현하게 된다. 물론 생물학적 소인이 심한 경우는 별다른 스트레스가 없이도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여러가지 스트레스 중에도 가장 큰 스트레스는 실제로든 상징적으로든 ‘상실’이다. 예를 들면 배우자, 부모, 자녀, 가까운 사람의 죽음 등에서 부터 직업상실, 경제력 상실, 건강상실 등이다. 정신분석이론에 의하면, 1세 이전에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문제가 있는 경우, 실제적이거나 상징적인 대상의 상실이 있거나, 상실한 대상에 대한 분노나 공격성이 바깥으로 표출되지 못하여 자신에게 향하는 경우 우울증이 생길 심리학적 소인이 있다고 이야기 한다. 성격측면에서는 강박적이거나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있는 경우에 우울증이 생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론 벡이라는 사람은 우울증에 잘 걸리는 사람은 과거의 경험을 통하여 자기 자신을 부정적으로 보고, 자기 자신을 둘러싼 세상도 자신을 못살게 굴거나 요구만 하는 대상으로 부정적으로 인식하며, 미래도 비관적으로만 생각하는 인지적 왜곡을 가지고 있다고 하여, 이러한 왜곡을 통해 우울증이 생긴다고 하였다.

실험 쥐를 물이 찬 수조에 넣어두면 처음에는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헤엄을 치지만 아무리 노력을 하게 되더라도 수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포기를 하여 수영을 하지 않게 되는 상황을 학습된 무력감이라고 하고 이는 사람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하여 이를 우울증 형성의 근거로 보는 것이 행동이론이다.

2. 치료

치료는 위의 원인에 근거한 치료를 하게 된다. 먼저 경미한 우울증의 경우에는 신경생화학적 변화가 약하다고 보고 간단한 상담이나 친구나 선생님들, 가족들과의 대화만으로 치료되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하더라도 해결되지 않는 경우에는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만 하는데, 크게는 약물치료, 광선치료, 전기경련치료, 자기자극술과 같은 생물학적 치료, 정신치료, 가족치료, 행동치료, 인지치료와 같은 정신치료, 기타 기본적인 건강유지법으로 나눌 수 있다.

1)약물치료

약물치료는, 위에 기술한 신경생화학적인 변화에 근거하여 이 변화를 돌이킬 수 있는 약물들이다.

 연예인 자살, 우울증 극복 못해 선택

일반인들이 알고 있듯이 신경을 말리거나 죽여서 뇌손상을 일으키거나 바보를 만드는 약물들이 아니다. 오히려 우울증의 치료 효과 외에도 뇌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뇌신경을 보호는 약물들이며, 단지 과거에는 약을 먹고 나면 환자가 멍하거나 기억력이 떨어지거나, 하루 종일 잠이 오거나 몸이 틀어지는 등의 부작용들이 많아서 복용하기 힘이 들었으나 지금은 이러한 부작용이 거의 없는 약물들이 개발되어 있다.

앞서 말한 경미한 우울증 이외에는 반드시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약물은 신경의 재생과 관계있으므로 감기약처럼 복용하고는 바로 효과가 나는 것이 아니고 대체로 복용 후 2-3주가 지나면 호전이 되기 시작된다. 증상 호전 후에도 최소 6개월 이상의 유지치료가 필요하고 그렇게 하지 않는 경우 재발의 위험성이 높다. 중풍환자가 마비가 돌아와도 매우 천천히 돌아와서 약 2년에 걸쳐 좋아지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기타 생물학적 요인을 치료하는 것으로, 광선치료, 전기경련치료, 자기자극술도 있지만 공간의 부족으로 여기서 기술은 생략한다.

다음으로 환자의 심리학적 요인을 치료법으로는 정신치료를 들 수 있는데, 우울증에서 가장 단기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정신치료는 인지치료이다. 앞선 아론 벡이라는 학자의 인지이론에 근거하여 환자의 부정적 인지를 파악하여 이를 실질적이고 정확하게 볼 수 있도록 재조정하는 치료이다.

2)정신치료

정신치료는 치료자와 1:1로 개인적인 면담을 하여 우울증을 일으키도록 한 기저의 심리적 원인을 확인하고 해결해가는 치료이다. 이는 정기적, 장기적, 전문적 치료가 필요하다. 정신치료를 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사람은 많지 않다. 특히 제주도의 경우에는 더 그러한데 정신과 의사 이외에 할 수 있는 사람은 몇 명되지 않는다.

이는 정신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본인도 정신분석을 받아야 하고 이 정신분석 수련에는 적어도 4-5년 이상의 전문적인 과정이 필요한데, 일반 상담을 정신치료로 오해해서는 안된다.

가족치료는 우울증은 개인의 문제인 동시에 가족의 문제가 되기도 하므로 가족도 치료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특히 가정환경, 부모의 성격이나 양육방법 등이 청소년의 우울증에 영향을 주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반드시 필요하다.

 


신경생화학적 이론 최근 각광 받아

가족도 치료에 참여해야 바람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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