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마! 미얀마!”하면 한국인의 뇌리에 떠오르는 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1983년 아웅산 폭탄테러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비폭력 민주화운동의 상징’ 아웅산수지 여사다. 사실 「버마」와 「미얀마」는 ‘동일한 나라의 다른 이름(同國異名)’이다. 1989년 버마에서 미얀마로 국명을 바꾼 이래 2010년 현재, 공식 국가명은 미얀마다. 하지만 88년 버마 민주항쟁을 짓밟고 출범한 군사정부가 나라 이름을 버마에서 미얀마로 바꾼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군사정부에 정통성을 부여하지 않는 사람들은 20여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미얀마라 부르지 않고 여전히 버마라 부른다.

군사독재의 압제에 온몸으로 맞서 싸워온 핏빛어린 질곡의 현대사를 안고 있는, 이러한 동남아시아 한 국가의 발자취를 다양한 측면에서 심도있게 들여다본 책이 최근 출간되었다. 『버마와 미얀마 - 네윈과 아웅산수지』(도서출판 오름)가 바로 그것이다.

양길현 교수(윤리교육과)가 1988년부터 2008년까지 20년에 걸쳐 심혈을 기울여 쓴 논문들을 현 시점에서 수정 보완해 펴낸 300페이지 남짓한 이 책자에는, 이 나라의 정치·경제사회적 역정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겨 있다.

서명을 『버마와 미얀마』라 붙인 것은 이 책에 실린 글들이 버마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때를 배경으로 한 미얀마 시기의 정치과정을 천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버마라고 불리던 때는 버마라 지칭하고 미얀마로 국명을 바꾼 이후는 미얀마라 지칭하는 방식을 택한 것과 관련해, 저자는 미얀마에 민주화가 도래하는 날 비로소 이 나라가 ‘정명(正名)’을 얻게 되지 않을까 하는 원려가 깔려 있음을 서문에서 고백하고 있다.

또 「네윈과 아웅산수지」를 책의 부제로 단 것은, 지난 20년을 되돌아볼 때 미얀마에는 네윈의 후예로 볼 수도 있는 신군부와 이러한 ‘네윈 없는 네윈체제’에 단기필마로 힘겹게 버텨오고 있는 아웅산수지가 정치과정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네윈체제의 등장과 그 성격에 대한 규명으로부터 시작되는 이 책은 버마식 사회주의의 의미, 버마 민주항쟁의 원인과 본질 그리고 미완의 민주화를 심층적으로 접근해 해명하고 있다. 또 버마 공산주의운동의 연원과 좌절, 민주화운동 이후의 정당정치 태동과 아웅산수지의 연금해제 이후의 장외 정당정치를 상술하는가 하면, 미얀마의 경제개혁·개방을 베트남의 경우와 비교해 그 정치경제학적 함의까지 도출해 내고 있다.

이 책에서는 또한 아웅산수지의 민주화리더십을 진단하는가 하면 미얀마 군사정부의 장기집권 토대와 전략을 살펴보면서 미얀마 민주화의 조건과 추동력을 분석하고 있다. 특히 이 책의 마지막 장(‘미얀마 정치의 미래 전망’)에서는 저자가 2010년 미얀마 총선거와 관련한 예상 시나리오까지 새롭게 집필해 추가함으로써, 숱한 좌절에도 불구하고 식지 않는 민주화의 열망을 지닌 이 나라 시민들의 타는 목마름을 대변하는 듯한 감명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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