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존중하는 마음이 행복의 열쇠

▲ <인생사용 설명서> 김홍신 지음/해냄


사람들이 책을 읽는 이유는 다양하다. 지식, 교양, 재미, 느낌 등 다양한 목적에서 책읽기를 시작한다. 망중한을 즐기거나, 뭔가 새로운 삶에 대한 전기를 위한 독서는 재미와 책을 읽은 후에 ‘짠’한 느낌을 가져다 줘야 한다. 그리고 살아가면서 삶을 반추할 수 있는 자양분을 제공해 줄 수 있어야 한다. 학교생활에서 방학은 질서의 관념과 관행의 울타리에서 거침없이 벗어나 상상력으로 나갈 수 있는 시간이다. 일상 삶에서 잠시 해방되었다는 의미, 일상의 질서에서 벗어난 삶의 의미 등 일상에서 해방과 삶에 대한 반추는 곧 삶의 전환을 의미한다. 곧 새롭게 다가올 또 다른 삶의 모습을 수용할 준비인 것이다. 시간적 자유와 공간적 여유가 공존하는 방학은 그래서 삶을 성숙시키는 중요한 시기이기도 한다. 방학 동안 책읽기는 삶의 결을 메워주는 우리 인생의 간주곡이 된다. 그러므로 의미 있는 방학의 시작은 자신의 삶을 돌아다 볼 수 있는 책의 선택과 함께 이루어지게 된다.

본 서평에서 소개하고자 하는 다소 색다른 제목의 <인생사용 설명서>는 저자의 삶에 대한 애착을 닮고 있다. 책의 저자가 김홍신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더욱 의아해 할지 모른다. 인간의 질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던 작가가 주는 무게감은 제목에 뭔가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을 것이라는 것을 쉽게 유추해 낼 수 있다. 직설적인 제목이지만, 제목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저자의 속내는 ‘삶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라는 부제를 달아 줄만 한 책이다.

저자는 서두에 “하물며 가전제품 하나에도 사용설명서가 있는데, 우리 삶에 그 같은 지침을 왜 찾지 않는 걸까요? 단 한 번의 인생을 보다 풍요롭게 살기 위해서는 스스로....”라고 하면서 책의 집필동기를 밝히고 있다. 단순한 기계에도 사용 설명서가 있는데 정반합의 복합체라는 인생에 안내서는 꼭 필요한 것이 저자가 살아오는 동안 느낀 감정이라는 것이다. 성공을 향해 달린[정] 삶에는 항상 좌절과 아픔[반]이라는 반향이 나타나 결과적으로 이 둘이 총제적[합] 모습이 우리네 삶이라는 것이다.

책의 많은 부분이 저자의 ‘정반합’적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 우리네 삶의 질곡을 소설가가 아닌 일상인으로서 소박한 문체로 풀어내고 있다. 글의 구성은 삶에 대한 일곱 가지 질문과 이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자신의 경험에 바탕을 두고 기술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일곱 가지 질문은 ‘당신은 누구십니까, 왜 사십니까, 인생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이 세상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누구와 함께하겠습니까, 지금 괴로운 이유는 무엇입니까,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겠습니까’ 등이다. 질문 속에 삶에 대한 어느 경험자의 관조적 태도가 묻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삶의 중심에 내가 있고 그래서 나의 자존을 지키는 것[정]이 중요한데, 자존이란 사랑, 베품, 관용 등 삶의 고뇌 속에서 창출되는 것[반]이다. 결국 자존이란 “많은 분들의 따뜻한 시선과 보살핌”으로 나의 삶을 구성하는 것[합]이 된다.

계발서로 급급한 삶에 한 템포의 여유와 자각을 일깨워주는 글로서 이 책은 모든 계층의 독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 책은 계발서이다. 살아가는 동안 번민과 곤란이 있다. 하지만 살아가는 이유는 행복이라는 더 큰 희망이 있음을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삶에 대한 자각을 일깨워준다. 냉철한 마음으로 삶을 반추하고, 마음을 다스리는 지혜를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웃으며 즐겁게, 소박하게...’ 등 보람 있게 살 수 있도록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 스스로를 되돌아 볼 기회를 만들어 준다.

방학은 책읽기에 가장 좋은 계절일 것이다. 느림의 일상이 주는 여유 때문일 것이다. 일상에서 일탈을 꿈꾸는 방학기간에 책과 함께 하는 여유는 우리네 삶의 존재를 더욱 풍요롭게 할 것이다. 다소 가벼운 그렇지만 삶을 깊고 뜨겁게 살아가기 위한 그러한 독서를 원한다면 한 번쯤 읽어 볼 만한 책이다. 버나드 쇼의 묘비명에 ‘우물쭈물 하다 내 이렇게 될 줄 알았지’라는 후회를 덜기 위한 작은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위한다면 더더욱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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