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정석(경영정보)교수
위대한 혁신은 문제의 본질에 숨어있는 모순을 해결한 데서 비롯된다. 둘 중 하나만 택하고 나머지 하나를 버리는 양자택일의 이분법적 사고는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아이디어 수준이다. 위대한 혁신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는 모순해결의 사고에서 출발한다. 로켓이 지구 중력을 이기고 우주로 날아가기 위해서는 매우 빠른 속도가 필요하다.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를 1분에 주파할 수 있는 로켓은 그만큼 많은 연료가 필요하다. 높이 33미터 나로호 로켓의 전체 무게는 140톤인데 연료무게는 130톤이다. 높이 52미터 아리안 로켓의 무게는 780톤이다.

 육중한 로켓을 발사대에 세우려면 로켓은 자신의 엄청난 무게를 스스로 견뎌내야 한다. 로켓의 속도를 높이려면 많은 연료를 담아야 하고, 이 때문에 커다란 연료탱크가 필요하다. 속도를 높이기 위한 커다란 연료탱크는 그만큼 로켓의 무게를 늘려 로켓을 하늘로 쏘아 올리기가 힘들어진다. 이와 반대로 로켓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연료탱크를 얇게 만들면 많은 연료를 담지도 못하고 자신의 육중한 무게를 지탱할 힘이 없는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로켓 과학자들은 로켓개발에서 속도와 무게의 모순을 풀어야 했다. 고민 끝에 나온 과학자들의 해결안은 헬륨가스를 연료탱크 내부에 빵빵하게 채워 풍선과 같은 효과를 내게 하였다. 나로호와 아리안 로켓의 두께는 각각 2밀리미터와 1밀리미터에 지나지 않는다. 중력을 벗어나기 위한 로켓은 맥주 캔처럼 얇은 두께이면서도 수백 톤이 넘는 무게를 지탱한다. 

송승환은 한국의 연극 공연시장이 작아 돌파구를 찾고 싶었다. 더 큰 공연시장을 공략하려면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연극을 해야 하지만 배우가 영어를 써가며 연극하기란 쉽지 않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자막을 읽으며 공연을 보는 문화도 없다. 오페라 같은 공연은 우리의 경쟁력이 아니었다. 송승환은 공연시장에서 외국인들에게 한국적인 공연을 선보이면서도 언어의 장벽을 넘어야 했다.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말이 필요 없는 게 뭘까 하고 고민했다. 

송승환은 사물놀이를 떠 올렸다. 사물놀이란 기본적으로 무언가를 두드리는 것이다. 우리 일상생활에서 가장 소리가 많이 나는 것은 어디일까? 부엌이다. 도마에 칼질하는 소리, 국자와 주걱 같은 도구들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 냄비와 주전자에 물이 끓으면서 뚜껑이 달그락거리는 소리, 가끔은 접시나 유리잔이 와장창 깨지는 소리도 난다. 부엌이라는 공간은 두드릴게 많다는 생각을 했다. 송승환은 부엌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드라마로 엮고, 여기에 온갖 주방 도구를 난타하면 대사 없이도 스토리를 꾸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송승환의 ‘난타’는 세계적인 공연이면서 동시에 한국적인 공연이라는 모순을 해결했다. 

식사 시간에 수프를 떠먹으려면 스푼이 필요하지만 스푼은 고기를 찍어 먹을 수 없다. 반대로 포크는 고기를 찍어 먹을 수 있지만 수프를 떠먹을 수는 없다. 스푼은 고기를 못 찍어 먹고, 포크는 수프를 못 떠먹는 문제가 있다. 떠먹는 것과 찍어먹는 것은 모순이다. 이 모순을 어떻게 해결할까? 스푼과 포크가 하나로 합쳐진 스포크는 1800년대 말에야 등장했다. 16세기 말 영국에서 흑연 광맥이 발견된 후 심 부분을 나무로 꽉 조인 흑연 연필이 등장했다. 연필은 쓰고 지우개는 지운다. 쓰는 것과 지우는 것은 정반대의 모순이다. 1858년 미국인 발명가 하이먼 리프먼(Hyman L. Lipman)은 연필 끝에 지우개를 달았다. 이 단순한 아이디어 하나로 리프먼이 벌어들인 돈은 무려 10만 달러에 달했다. “앗, 나도 생각했는데!”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모순해결의 아이디어는 단순하지만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혁신성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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