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출구전략이 변수

물가상승 원인파악이 중요… 정책의 우선목표 명확해야

▲ 강기춘(경제학과)교수
 

2008년 9월 16일 리만 브라더스(Lehman Brothers Holdings Inc.)의 파산보호 신청으로부터 시작된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글로벌 신용경색(금융기관에서 돈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현상)이 실물경제로 전이되면서 세계경제 침체가 가속화 되었다. 글로벌 경제위기는 경기순환에 따른 경기침체가 아니라 위기 상황이었으므로 그에 대응하는 정책수단 역시 정상적인 경기대책이 아니라 파산과 실업을 막기 위한 비상조치들이 세계 각국에서 시행되었다.

각국은 경제정책을 통해 금융위기를 극복하려는 시도를 하였는데 확장적 통화정책의 경우 각국은 제로금리 수준으로 금리를 인하하거나 양적 완화정책을 실시하였다. 미국, 유럽, 일본 등 G3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인하하였을 뿐만 아니라 신용경색 해소를 위해 양적 완화정책을 통해 금융기관에 유동성을 공급하였다. 또한 각국은 재정수지 악화와 정부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시행하였다.

한국 역시 국제금융시장에서 발생한 신용경색을 피해갈 수 없었는데 국내은행의 외화조달이 어려워졌을 뿐만 아니라 국내 외화 유동성 및 원화 유동성도 부족하였다. 이에 정부는 금융기관의 대외채무에 대해 지급을 보증하고, 외화 유동성을 공급하였고, 한국은행은 긴급 원화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여 시장의 불안을 차단하고 환율을 안정시키고자 하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은행은 단기간에 큰 폭의 기준금리 인하(2008년 10월 5.25%→2009년 2월 2.0%), 원화 및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유동성 공급, 민간신용 위축 방어를 위한 은행의 대출여력 확대 지원 및 금융기관 건전성 제고 등을 통해 금융시장 안정성을 도모하고 실물경기 침체를 방어하고자 하였다. 특히, 한국은행은 외화 및 원화의 유동성 공급을 통한 금융시장 안정에 주력하였는데 그 결과 2009년 4월 이후 환율은 안정된 하락 추세를 보였으며 채권시장의 불안이 해소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조치들로 인해 각국의 금융시장과 실물경제는 지속적으로 개선되어 왔고 특히, 금융시장은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실물경기 급락세가 억제되고 금융시장도 안정되어 갔지만 각국의 GDP 대비 재정적자 및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급등하였다. 이로 인해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비상조치들을 너무 오래 유지할 경우 인플레이션, 자산가격 버블 형성, 재정 건전성 악화 등의 부작용이 초래될 가능성이 크므로 출구전략(Exit Strategy)에 대한 논의가 2009년 들어서면서 시작되었다.

출구전략이란 위기 타개를 위해 실시한 각종 비상조치, 예외적인 정책을 해제하여, 평상시의 정책이 가능한 상태로 되돌리는 전략을 의미한다. 출구전략에 대한 논의는 2009년 1월 미국 연방준비은행 산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성명서에서 “연방준비은행 대차대조표의 규모와 구성을 신중히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언급함으로써 시작되었고, 금융시장의 과다한 유동성이 자산가격 버블 및 금융위기를 재연시키고 인플레이션을 급격히 상승시킬 위험을 가지고 있다는 인식 하에 주요국들은 우선적으로 과잉유동성을 회수하는 출구전략을 시행하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출구전략을 최초로 시도한 국가는 이스라엘로 2009년 8월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0.25%p 인상하였고, 노르웨이는 유럽국가 중 처음으로 2009년 10월 기준금리를 1.25%에서 1.5%로 0.25%p 인상하였다. 한편, G20 국가 중 출구전략을 시도한 국가는 호주와 인도인데 호주는 2008년 3월 이후 1년 7개월 만인 2009년 10월 기준금리를 3.0%에서 3.25%로 0.25%p 인상하였고, 인도는 2009년 10월 일종의 정책금리인 법정유동성비율(SLR)을 24%에서 25%로 1%p 인상하였다. 미국, 유럽, 일본, 영국 등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금융회사 유동성 공급이나 단기 신용시장 지원 등의 통화정책은 대폭 축소하였으나 저금리 기조를 유지함으로써 본격적인 출구전략은 시도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유동성 흡수, 금리인상, 모기지담보자산 매각 등의 점진적인 절차를 통해 출구전략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바 있으며, 중국은 가파른 물가상승 압력에 대처하기 위하여 지급준비율을 지속적으로 인상함으로써 유동성 관리를 강화하고 통화공급을 조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외에서 출구전략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자 국내에서도 2009년 7월부터 정책당국자들 사이에 이에 대한 논의가 자주 일어나 외화 및 원화의 과잉유동성을 회수하는 출구전략을 시행하였고, 중소기업 등 금융지원책을 종료하였으며, 2010년 7월 한국은행은 1년 5개월 만에 금리를 0.25%p 인상한데 이어 11월에도 0.25%p를 추가적으로 인상하였다. 이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물가불안에 대응하고, 그동안 금리인상을 막았던 글로벌 환율전쟁으로 인한 원화가치 절상에 대한 부담감이 G20 서울정상회의 이후 상당부분 완화된 것으로 판단한데 따른 조치로 볼 수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출구전략의 논의를 종합해 보면 주요 선진국의 출구전략은 신흥국보다 느리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고, 급격한 출구전략 시행 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출구전략의 최적 시기를 잘 판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출구전략을 시행해 가면서도 몇 가지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첫째, 물가상승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물가상승 압력이 경기가열 및 유동성 과열과 같은 수요측 요인에서 발생한 것이라면 출구전략의 시행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생산 감소 및 국제 유가 상승 등 공급측 요인에서 발생한 것이라면 출구전략을 통한 물가상승 압력 완화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둘째, 정책목표 간 조화를 고려하되 필요할 경우 정책의 우선 목표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 글로벌 경기회복 패턴 및 주요국의 출구전략 움직임 등을 면밀하게 검토한 후 자산가격 버블 방지와 내수회복이라는 정책목표 간 조화를 최대한 고려하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것이 어려울 경우 정책의 우선 목표를 분명하게 정한 후 출구전략의 강도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셋째, 금융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한다. Lucas교수가 “장기적으로 볼 때 정부의 역할은 주변적일 뿐, 민간에서 새로운 동력이 나타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출구전략이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따라서 정부는 단순히 비정상적인 조치를 철회하는 출구전략을 실시하는데 집중할 것이 아니라 금융회사들의 기업구조조정을 유도하여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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