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경선 교육대학 영어교육전공

대학생활 때 하지 못해서 가장 후회스러운 것이 무엇인가? 한 대학원생이 인터넷에서 제기된 질문이라면서 1위를 한 답변이 ‘공부를 더 열심히 할 걸’이라는 후회였다고 알려주었다. 그 대답은 예측이 되었다. 나도 대학을 졸업할 때 공부를 더 열심히 할 걸이라는 후회가 있었고 내(회사CEO, 은행임원, 자기회사 개척을 한 오우너사장 등이 포함된)동창들을 만났을 때 그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던 답변이었다. 그리고 그 욕구는 나이가 들어도 사라지는 것 같진 않다. 사람은 본질적으로 모르는 것을 알고 싶어하는 욕구를 타고 태어났으며, 배우는 것을 즐거워한다. 교수로서 강의 중 배우는 것을 즐거워하지 않는 학생들을 보면 내가 잘못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자문하게 된다. 이유는 학생들이 원하는 심도있는 내용이 제공되지 않았거나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영어학(영문법)이 전공이지만, 돌이켜보면 고등학교 시절 20개 이상의 교과를 배우면서 제일 싫어하던 과목이 국문법이었다. 대학시절에는 영문학이 인기를 누리던 시대로 대학인이면 문학을 애호할 줄 알아야 하는 시대였다. 영어학개론이라는 시간은 낯설었고 교수의 모호한 설명을 들으면서 이해가 되질 않았다. 하지만 중간고사를 앞두고 교재였던 Lilis의 An introduction to Linguistics를 원서로 읽게 되었다. 그 교재는 내용을 아주 체계적으로 기술하고 있어서 책을 읽는 동안 언어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적 관점과 내용에 빠져들었다. 사전을 찾아야하는 수고에도 불구하고 촘스키 언어학에 흥미를 느끼게 된 첫 순간이었다. 촘스키 언어학을 전공으로 하게 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경험이다. 석사과정을 지원하면서 문학 대신 어학을 선택했다. 언어학이 아니라 언어학의 목표(보편문법의 정체를 밝힌다)에 매료되었다고 할 수 있다. 철학적 믿음이 확실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인간을 다른 생물들과 구별지워주는 결정적인 능력이 언어능력이라는 점에 동의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언어학의 세계에 탐닉해서 재미를 느끼기까지는, 박사논문을 쓰면서 10년이라는 긴 세월을 함께 한 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촘스키 언어학은 입문하기가 어렵지만, 일단 입문을 하게 되면 빠져들게하는 마력이 있다. 언어의 통사구조를 다루는 지극히 추상적이고 이론적인 학문으로 60-70년대 구절구조규칙으로 생성문법이 등장했고 지속적으로 문법에 대한 새 관점을 소개했다.

일반에게도 알려진 보편문법이란 용어의 개념은 모든 인간 언어가 공유하는 통사구조를 추출해보면 몇몇 원리와 개별언어의 차이를 설명해줄 변인으로 구성할 수 있다는 가설에 기반을 두었고, 그 원리와 변인으로 언어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 모듈개념이 도입되었다. 모듈이란 그 자체가 하나의 완비성을 가지면서 다른 모듈들과 결합되어 더 큰 하나로 발전되어가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90년대부터 그 이론은 최소주의 접근법으로 변화해 갔다. 촘스키 언어학은 최소주의 접근법으로 발전한 이후에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영어교육 관점에서 보면 언어습득론, 심리언어학 분야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

학문에도 트랜드가 있다. 오랜만에 촘스키 학회에 참석했더니 언어진화론이라는 새로운 분야로의 확장을 목격하게 되었다. 언어기저능력의 정체에 대한 치열한 공방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촘스키는 자신과 반대되는 의견을 주장한 학자와 함께 연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상이한 주장을 제기하던 그들이 공동조율을 하기 시작한 것은 어떤 질문이 연구 문제로 선택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조율부터 시작했다. 상대방 이론에 대한 생산성 없는 비난 대신 생산성 있는 진리 탐색을 위해 함께 연구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Larson et al이 편집한 The Evolution of Human Language (2010)를 재미있게 읽으면서 이러한 사실을 발견하게 되어 언어생물학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알리고 싶기도 하고, 여러분이 전문가로 성장하고 싶으면 어떤 분야든 힘든 입문과정을 극복해야 비로소 재미를 아는 전문가의 경지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 공부를 열심히 하지 못해서 후회하는 사람들도 이런 경지에 대한 미련이 아닐까? 아직 젊은 그대들은 후회가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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