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택(국어국문)교수
▲ 나기철 시인
방학에 들어간 캠퍼스의 풍경은 적막하다. 본관의 신문사 주간실에서 바라보는 창밖 풍경은 기존 건물에 더해진 위쪽의 신축 건물들로 하여 더한 위용을 보여 준다. 수많은 학생들이 오갔을 저 공간, 공간들.

심사를 하기 위해 만난 우리 두 사람은 스산히 서서 창밖을 바라본다. 저 텅 빈 캠퍼스의 겨울나무처럼 대학의 시정(詩情)은 잎을 다 떨구어가고 있는 걸까.

두 사람이 같이 지적한 작품은 하나뿐이다. 이마저도 없었으면?〈아비뇽의 눈을 가진 조기〉(국문 1 지기룡). ‘아비뇽의 눈’은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에 나오는 다섯 창부들의 눈이다. 그 중 오른쪽 두 여인의 얼굴은 그로테스크하다. 괴물 같다.

제목은 ‘아비뇽 처녀의 눈’이 아니라, ‘그런 눈을 가진 조기’를 말한다. 시에서 ‘그 조기의 눈’은 ‘그대의 눈’으로 치환된다. 바다가 나오고, ‘머리 없는 조기의 몸통을 쥐었더니 그 위로 그대의 눈이 자란다’. 그런 그대의 눈도 조기처럼 그로테스크하다. 아비뇽 창부의 눈을 가진 그대는 나를 버리고 다른 이에게 가 버린 애인을 말함일까. 아니면, 아무리 다가가도 꿈쩍없는 ‘나의 지향’일까. 시적 대상을 머리가 없는 ‘조기’라는 음산한 사물로 바꾸고(거기에는 살의가 느껴진다), 거기서 ‘그대’를 느끼는 절절함이 잘 전달된다.

그러나, 이 시에는 허점이 여럿 나타난다. 우선, 표제와 부제의 상충이다. 표제는 ‘조기’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부제는 ‘아비뇽의 처녀’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혼란을 일으킨다. 시를 멋있게 보이려는 현학 취미가 느껴진다. 또한, 시 본문에서 동일한 대상으로 여겨지는 ‘당신’과 ‘그대’를 혼합해 씀으로써 미숙을 드러내고 있다.(당사자와 협의하여 ‘그대’로 통일함) 아래 부분에서, ‘이제’라는 현재형과 ‘바랐다’의 상충도 그러한 예이다. 이런 것들은 작품에 임하는 이의 진정성과 성실성을 의심하게 한다. 그리고, 몇 군데 보이는 시적 상황과 표현의 부적절성 등이 선뜻 입상작으로 하기에 우리를 망설이게 했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학생은 이미지를 조합하고 이를 밀고 나가는 능력이 있다. 앞으로의 정진을 기대한다.

김병택(국어국문) 교수, 나기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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