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용철(식물자원환경전공 교수)

 독일에서의 교육방법은 한국과 차이가 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나누어져 있는 한국에 비해 독일은 ‘김나지움’이라는 하나의 교육과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대학의 교육과정도 학사와 석사가 분리된 한국과 달리 6년에 걸친 ‘디풀롬’ 과정을 이수해야 대학 졸업을 하게 된다. 이러한 외적인 과정의 차이 뿐 아니라 교육 내용상에서도 차이가 있으며 어쩌면 교육상 더 많은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
 이 글을 통해 단편적일지 모르지만 내가 독일 유학 시절에 경험했던 일을 통해 한국과 비교되는 독일의 교육 방식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독일에서 내가 살던 집은 4층 높이의 다세대 주택이었고 바로 버스 정류장이 보이는 집이었다.
 몹시 추운 겨울날이었다. 버스 정류장에 한 엄마가 4~5살 되어 보이는 남자 아이와 함께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아이는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해서인지 정류장 주변에 있는 화단에서 무언가를 만지고 있었다. 그때 버스가 도착하고 그 엄마는 아이에게 버스를 타자고 하는 것 같았으나 그 아이는 계속해서 화단에 열중하며 말을 듣지 않았다. 그 엄마는 버스 운전사에게 그냥 출발하라고 말하는 듯 했고 결국 버스는 떠났다. 화단에서 일을 마친 아이에게 기다리는 것은 추위에 떨며 반시간 이상 다음 버스를 기다리는 일이었다.  다음 버스가 도착했을 때 그 아이는 엄마보다도 먼저 버스에 올라탔다. 정류장 주위에는 아이가 몸을 녹일 수 있는 빵집도 있었고 조금 가면 아이들 놀이터도 있었다.
 그러나 그 엄마는 그 정류장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아이를 추위에 떨게 했다. 아마도 그 엄마는 아이에게 버스가 시간에 맞추어 온다는 것을 몸소 체험을 시킴으로써 시간 약속에 대한 개념을 깨달게 하고자 했던 것 같다.
 만약 우리나라 엄마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해 보았다. 버스가 오면 아이가 무엇을 하던 상관없이 대부분의 엄마는 강제로라도 버스에 올랐을 것이다. 왜냐하면 버스를 놓치면 발생되는 상황을 잘 알고 있고 아이에게 그것을 체험적으로 알게 하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아이가 고집을 피워서 버스를 놓쳤다고 하더라도 엄마는 근처 빵집에서 다음 버스가 올 때까지 몸을 녹였을 것이다. 엄마는 사랑하는 아이가 추운 날씨에 떨게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아이는 엄마 덕분에 추위에 고생은 하지 않았지만 약속에 대해 깨달을 수 있는 기회는 놓친 셈이 된다.
 독일 대학 교육도 마찬가지라 생각된다. 독일에서는 학생 스스로 연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데 교육의 중요성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이 연구에 몰두하면 설령 잘못된 방향일지언정 몇 개월이든 상관없이 하는 대로 놓아둔다.
 마치 아이가 버스를 놓쳐 가면서 화단에 열중하면 강제로 중단시키지 않는 것과 유사하다. 그러나 정기적으로 결과에 대한 세미나를 하게하고 바로 잡아 주며 그 동안 잘못된 실험에 대해서는 구제해 주지 않는다. 따라서 학생은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다음 세미나가 있을 때까지 수시로 실험 방향에 대해 검토하고 완벽하게 준비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한국에서는 학생들에게 그러한 여유가 주어지지 않는다. 학생들은 자신이 설계한 연구라기보다는 교수의 지시에 따라 실험을 실행하게 된다. 만약 잘못된 방향으로 실험을 하게 되면 바로 지도교수에 의해 시정 명령을 받는다. 버스를 놓치지 말아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생들은 학생 신분으로 있을 때의 짧은 시간에 비해 수준 높은 연구 성과를 달성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졸업 후 학교를 떠나 독립적으로 연구를 할 때는 스스로 준비하는 능력이 결여되어 가끔 어려움에 부딪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한국 교육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부모의 높은 교육열을 가리키는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한국의 교육은 그다지 나쁜 상황은 아니라 본다. 하지만 단기적인 성과보다 선진국인 독일과 같은 좀 더 멀리 내다보는 합리적인 교육 내용의 장점을 반영한다면 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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