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용인(법학전문대학원)교수

 지금 강정마을은 전쟁 중이다. 공사를 강행하려는 해군과 이를 저지하려는 주민들 사이에 충돌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해군기지 반대투쟁을 하다 사법처리를 당한 주민이 이미 40명이 넘었고 영화평론가 양윤모씨는 공사 강행을 저지하다 구속이 되자 목숨을 건 옥중 단식을 하고 있다. 강정마을회는 대도민 호소문을 통해 죽음을 각오하고 해군기지 건설 강행을 막아내겠다고 천명했다.
 무엇 때문에 강정마을이 이 지경이 되었을까. 그 가장 큰 이유는 제주해군기지 건설 강행 자체가 아무런 정당성이 없기 때문이다. 해군기지 건설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① 국가안보상 반드시 필요하고, ② 입지선정이 적정해야 하며, ③ 선정과정이 민주적이어야 하고, ④ 법과 절차를 지켜야 하며, ⑤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지금 강행되는 해군기지 건설은 그 어느 하나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첫째, 국가 안보상 필요성에 대해 보면,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은 대양해군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국책사업이다. 그런데 천안함 피격사건 이후 대양해군 정책은 뒷전으로 밀리고 연안해군 정책이 강조되고 있다. 그 결과 제주에 해군기지를 건설할 국가안보의 필요성이 현저히 감소되었다. 그리하여 일각에서는 해군기지 건설은 국가 안보사업이 아니라 군 내부에서 자체 세력 확장과 이익 도모를 기하려는 해군의 몸 불리기 사업에 불과하다고 질타하고 있다.

▲ 도내 절대ㆍ상대보전지역. 해군기지 건설로 절대보전지역이 해제되면 절대보전지역은 어디든 개발될 수 있다는 선례가 된다.

 둘째, 입지선정의 적정성에 대해 보면, 강정 앞 바다는 세계적 희귀종과 멸종위기종 동식물이 다수 서식하는 유네스코 지정 생물권보전지역이자 천연기념물인 연산호 군락이 있는 문화재보호구역이다. 또한 강정 해안가는 제주 올레코스 중 가장 아름답다고 정평이 나 있는 올레7코스가 지나가는 길목에 있다. 상식적으로 어떻게 이런 곳을 매립하여 군사기지를 건설할 수가 있는가.
 셋째, 선정과정의 민주성에 대해 보면, 2007년 4월 26일 해군과 도지사에 의해 회유된 마을회장이 80여 명의 주민들을 모아 마을임시총회를 열어 만장일치 박수로 해군기지 유치결의를 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약 4개월 후인 8월 20일 강정마을 주민투표에서 총 725명이 투표에 참여하여 680명이 반대했다. 투표자의 94%가 반대할 정도로 반대가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해군은 주민들이 유치를 원했으므로 그에 따라 입지를 결정했다고 강변을 하며 해군기지건설을 강행하고 있다.
 넷째, 법과 절차의 준수에 대해 보면, 강정 해안가는 경관이 매우 아름답다는 이유로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절대보전지역은 제주도 총 면적의 약 10%를 차지하며 제주의 자연환경보전체계의 근간을 이룬다. 그럼에도 도지사는 국책사업인 해군기지를 건설한다는 이유로 법과 절차를 무시하고 강정해안가 절대보전지역을 해제해 버렸고, 법원은 강정 주민들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주민들은 소송할 자격이 없다고 하며 위법성 판단을 하지 않은 채 각하판결을 했다.
 다섯째,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기여에 대해 보면, 동북아의 중심에 위치해 있는 제주에 해군기지가 들어온다면 일본 우익세력의 군국주의와 중국의 팽창주의를 부추기면서 동북아 국가들 사이의 군사적 긴장을 촉발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제주는 물론 한반도 전체가 전쟁의 위험에 노출되고 말 것이다.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에 기여하는 길은 군사력 확장이 아니라 동북아 군축과 평화체제 구축에 있다.
 그럼에도 해군은 기만과 강압으로 점철된 채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고 있다. 따라서 이는 공권력의 횡포에 불과하다. 제주는 국가권력의 횡포로 인해 수많은 도민들이 무고하게 희생되었던 4ㆍ3의 아픔이 있는 곳이다. 그런 제주 땅에서 다시 공권력의 횡포로 강정주민들이 희생되고 제주의 평화와 환경이 파괴되고 있다. 4ㆍ3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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