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대학생, 캠퍼스 생존게임

 지난 2월 한 중앙지에 인터넷에 떠도는 ‘자취 대학생 십계명’이 게재됐다. 학교의 공공비품을 훔쳐 쓰라는 식의 내용에 네티즌들은 탄식했다. “대학생의 탈을 쓰고 빈대 노숙자의 라이프스타일로 기생적 삶을 영위하라는 말 아니냐”.
 그러나 생존투쟁에 내몰린 대학생들에게 원리원칙만 강조하기에는 현실은 너무나 팍팍하다.
 송시연(해양산업경찰2)씨는 등록금 마련을 위해 방학은 물론 학기 중에도 학교생활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주독야경(晝讀夜耕)파다. 등록금 마련을 위해 작년 방학 내내 앰프공장과 교과서 배달 업체에서 일해야 했다. 요즘도 학교수업이 끝나면 당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번다.
 “부모님께서 학비 대주시는 애들 보면 진짜 부러워요. 사실은 저도 방학 땐 한 달 정도만 일하고 한 달은 여행 가고, 그렇게 보내고 싶었는데.”
 제주대 캠퍼스만의 풍경이 아니다.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의 통계에 따르면 전국의 대학생 10명중 9명이 학기 중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거나(35.3%) 기회가 되면 할 계획(57.6%)이라고 한다.
 외부 업소보다 곱절로 저렴한 교내 학생식당 가격표에도 아래턱이 덜렁거리는 가난한 제주대 학생들. 오늘도 열심히 그리고 궁핍하게 살아가는 그들의 알뜰살뜰한 소비생활을 쫓아가 보자.

배고픈 대학생의 식비절약


도시락을 싸고 다니자
 전지현(해양토목공학2)씨는 올해부터 도시락을 싸 들고 다니기 시작했다. “물가도 오르고 학생회관 밥도 비싸져서, 돈 아낄 겸 한 번 두 번 싸오다 보니까 좀 귀찮기는 하지만 이젠 익숙해졌어요. 근데 여름 되면 반찬이 빨리 상할 텐데 걱정이에요.”
 일일이 아침마다 도시락 싸기 번거롭다 싶어도 자기 전에 밥은 냉동실에, 밀폐용기에 넣은 밑반찬을 냉장고에 넣어두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얼린 밥이나 냉동 음식을 해동할 땐 교내 한라홀이나 아라홀, 중앙도서관 휴게실의 전자레인지를 이용하면 된다. 혹 여유가 생겨 요리를 만들고 싶을 땐 여름철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물기가 생기는 재료를 가급적 피하고 음식이 완전히 식은 후 담도록 하자.

편의점 폐기 음식을 활용해라
 고학생들에게 매일매일 일용할 양식을 공급해주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과도 같은 아르바이트가 있으니, 그 이름 바로 음식을 그 날 그날 폐기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이다. 1년 3개월 째 집 근처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이태현(해양산업3)씨는 “앞으로도 계속 여기서 일하고 싶다”며 “음식도 음식인데 일이 별로 바쁘지 않아서 주말에 TV 보고 시험기간엔 공부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폐기음식을 얻기 위해선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구할 때 재고 정리 시간을 미리 알아보는 것이 좋다. 그래야 싹쓸이 할 수 있다.

공부에도 알뜰정신이 필요


교재는 물려받아라
 그대로 내리치면 무기가 될 법한 두꺼운 전공서적들, 모양새 만큼이나 가격도 만만찮다. 일일이 새로 구입하기보다 과 선배에게서 물려받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그것이 힘들다면 제주대 홈페이지 생활게시판의 ‘아나바다 장터’를 실시간 모니터링 하라. 학기말이나 학기 초엔 종종 교양 및 전공서적이 헐 값에 판매된다. 책을 구한다고 먼저 글을 올려도 좋다.

학교를 활용하라
 수능이 끝났는데도 학원이나 과외 같은 사교육비 지출은 여전히 만만치 않다. 차라리 학교에서 주최하는 교육프로그램을 이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교내 기관인 외국어교육원과 국제교류센터에서는 학기 중은 물론 방학 때도 무료 혹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강의를 운영한다. 또 그 중에서는 수강생들에게는 해외연수 및 장학금, 할인혜택이 제공되는 프로그램이 많으니 제주대학교 공지사항을 수시로 확인하자.  
 정규교육 외에 교내 학습동아리나 스터디를 찾는 것도 한 방법이다.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교내에선 다양한 어학스터디 그룹이 종종 편성된다. 주로 제주대 홈페이지 아라광장 자유게시판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자신과 조건이 맞는 곳이 없다면 직접 그룹을 조직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매달 나가는 버스비도 절약하자


제주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나가면♪
 지구와 제주도를 사랑하는 당신이기에 자가용보단 대중교통이, 대중교통보단 자전거가 어울릴 것이다. 하지만 캠퍼스가 산 위에 있으니 결국 당신에게 도보 이외의 선택지는 남아있지 않다. 어디 멀리 취재하러 갈 것도 없이 기자 본인의 노하우(?)를 공개한다.
 기자는 작년에 기숙사에서 시청까지 6km가 넘는 거리를 걸어서 출퇴근했다. 처음엔 2시간 정도 걸렸지만 점점 속도가 빨라져서 나중엔 1시간 20분 만에 주파할 수 있게 됐다. 식사량을 늘려도 2달에 8kg이 빠지더라.
 최근엔 제주대병원 근처 자취방에서 걸어서 등하교하고 또 주말엔 시청까지 걸어서 출퇴근한다. 양쪽 다 1시간도 채 안 걸리는 거리. 교통비는 물론이요 헬스비 걱정도 물론 없다.
 혹 경사 탓에 다리가 과하게 튼튼해질까봐 걱정된다면 ‘뒤로 걷기’에 도전할 만하다. 뒤로 걷기는 반대 방향의 운동이어서 신체 앞부분으로만 쏠려있는 발목, 다리근육, 인대근육이 균형 있게 발달한다. 또 발 앞쪽이 먼저 지면에 닿기 때문에 무릎으로 전해지는 충격이 적어 관절이 약한 사람에게도 좋다. 제주대로 통하는 중앙 도로는 길이 직선형이므로 방향감각 상실 및 장애물로 인한 부상도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공짜로 즐기는 문화생활


캠퍼스를 거닐자
 돈 먹는 문명으로부터 벗어나는 데는 솔로만한 게 없다. 그러나 부득이하게도(?) 이미 사랑스런 내 님이 계시다면 최대한 돈 안 드는 데이트를 궁리해보도록 하자. 경험 많은 CC(캠퍼스커플) 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은다. “그냥 캠퍼스에서 노세요.”
 아름답기로 소문난 제주대 캠퍼스, 비록 몇몇 구간은 낭만적인 산책로라기 보단 뼈를 불사르는 등산로라는 게 문제지만 곳곳에 음료(자판기)도 있고 물(정수기)도 무료로 공급되니 이만한 데이트장소가 없다. 또 캠퍼스 내 아라뮤즈홀에서 종종 무료공연이 열리니 약속을 잡을 때에는 http://aramusehall.com/에서 공연일정을 파악해놓도록 하자.
 정 밖으로 나가야겠다면, 커플 솔로 할 것 없이 젊은이들이 여가를 위해 가장 먼저 향하는 장소가 바로 영화관일 것이다. 칠성통 구 코리아극장 자리에선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운영하는 무료극장이 운영되고 있다. http://www.jejumedia.com/에서 상영목록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개봉영화를 보고 싶은데 돈이 없다면? CC 1년차가 되어가는 최윤정(전산통계2) 씨와 이태현씨는 영화 한 편을 보기 위해 헌혈까지 불사하는 혈맹커플이다. 또 편의점 영수증을 모아놨다가 이벤트에 한꺼번에 응모하여 영화표를 얻기도 한다.
 “작년엔 스키장도 당첨됐었어요!” 윤정 씨가 행복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아, 투혼. 어찌 서바이벌이라 부르지 않을 수 있으리요!

<재미있는 경제도서>

△ 한국의 e짠돌이(이보슬)
 간단한 생활 속 절약 노하우를 집대성한 실용서
△현영의 재테크 다이어리(현영)
 20살부터 재테크를 시작한 방송인 현영의 솔직담백한 경제에세이
△20대 경제생활 첫걸음(양석조 외), 20대, 독립해서 1억 만들기(김호준 외)
 대학생 및 사회 초년생을 위한 경제인생 가이드
△20대 여자가 꼭 알아야 할 돈 관리법41(이지연)
 20대 여성을 위한 경제 지침서

저작권자 © 제주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