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에 안전한 건물이란

▲ 고동우(건축학부) 교수

 지난 4월 일본 동부 해안에서 발생한 규모 9.0의 지진과 그로인한 쓰나미, 그리고 원자력발전소의 폭발은 거대한 자연의 힘 앞에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지 보여주는 사례였다. 그리고, 늘 그렇듯이 한동안 방송에서는 우리나라도 지진에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소식을 전하면서 지진에 대해 경각심을 갖는 계기를 제공하였다. 지진은 우리가 딛고 서 있는 지구가 생성되면서부터 지진이 발생해 왔기 때문에, 우리의 아주 먼 조상부터 지진을 겪어 왔다고 볼 수 있다.
 아주 오래전 인류들은 지진을 신이 노한 것으로 보고, 제발 노여움을 풀어달라는 기원을 했었다. 이후 과학이 발전하면서, 19세기 말에 이르러 지진은 지반의 움직임으로 인해 발생하는 과학적인 현상임을 밝혀내면서 오늘의 지진공학에 이르게 되었다. 지구를 덮고 있는 지각판이 아주 조금씩 움직이다가, 일정 한계를 넘어서면 큰 진동이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지진은 지각판과 지각판이 만나는 판 경계에서 주로 발생하고, 대표적인 지진발생지역으로 알려진 환태평양지진대 또한 태평양판과 주변의 여러 판들이 만나는 지점이다.

지진의 크기는 어떻게 나타내나?
 우리나라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기상청 홈페이지에는 거의 실시간으로 발생한 지진에 대한 정보가 바로 뜨게 된다. 그때 홈페이지에는 “지진의 규모”, “진원시”, “진앙”, “참고사항”이 제시된다. “지진의 규모”란 지진 발생 시 지진의 크기를 정량적으로 나타낸 양으로서 진동에너지를 의미한다. 미국의 지진학자 C.F.Richter가 처음으로 이와 같은 개념을 정립하였기에, 흔히 “리히터 규모 4.0의 지진” 과 같이 표현한다. “진원시”라 함은 지진이 발생한 시각을 의미하며, “진앙”은 그림 1에서 보듯이 지진의 발생한 땅속의 지표면을 의미한다. 그리고, “참고자료”에는 사람들이 어느정도로 지진을 느끼는지를 나타낸다.
 

▲ 그림1 지진발생지와 건물 사이의 거리

그렇다면, “진도”라는 것은 무엇인가? “진도”는 지진이 발생하였을 때, 사람들이 느끼는 강도를 지표화하여 나타낸 것이다. 다시 말하면, 앞에서 언급한 2008년 제주에서 발생했을 때, 한림지역에 사는 분들은 창문도 떨릴 정도의 진동을 느꼈겠지만, 동쪽 성산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거의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듯 진앙거리가 얼마인가에 따라 지진으로 인한 진동을 다르게 느끼기 때문에, “진도”는 지진의 크기를 나타내기에는 적절하지 못하다. 따라서, 지진의 크기를 말할 때는 지진의 에너지량에 바탕을 둔 “규모”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내진설계가 된 건물의 의미는?
 우리나라 현행 내진설계에서 제시하는 내진설계의 목표를 쉽게 풀어 쓴다면 “2400년에 한번 발생할 수 있는 지진의 2/3수준의 지진에 대해 건물이 붕괴되지 않는 수준으로 건물을 설계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말에는 두가지 사실이 내포되어 있다. 하나는 “2400년에 한번 발생할 수 있는 지진의 2/3 수준”이라는 지진의 크기, 그리고 또다른 하나는 “건물이 붕괴되지 않을 수준으로 건물을 설계”한다는 내진설계의 궁극적인 목표이다.
 일반인들이 우리나라의 설계지진이 얼마냐? 라고 물었을 때, “2400년에 한번 발생할 수 있는 지진의 2/3 수준의 지진”이라고 얘기한다면, 대부분 알아듣지 못할 것이므로, 일반적으로는 이를 대략적으로 환산하여 규모 5 ~ 6 정도라고 일반적으로 얘기한다.
 그렇다면, 내진설계가 된 건물은 규모 5~6 정도의 지진에 대해 설계가 되었기 때문에, 제주도에 규모 5~6의 지진이 발생하면 우리집은 안전할까? 일반적인 건물로서 내진설계가 잘 되었다면, 그 건물 바로 밑에서 규모 5~6의 지진이 발생하였을 때, 그 건물은 붕괴 직전에 이른다고 얘기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지진이 발생하면 건물에는 가구들이 넘어지는 것은 물론, 창문이 깨지고, 화재도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첫 번째 지진이 끝나면 바로 짐을 싸고 밖으로 나와야 한다. 여진에 의해 건물이 완전히 붕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진기준에서는 건물의 용도에 따라 중요한 건물 (소방서, 방송국, 병원 등)들은 지진하중을 일반건물의 1.2배 또는 1.5배하여 설계하도록 규정하여, 규모 5의 지진이 발생하더라도 건물이 붕괴되지 않음은 물론, 비상사태 발생 시 도시의 기능을 수행하는데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여유있게 설계하도록 하고 있다.

▲ 그림3 지진에 대한 건물의 파괴메카니즘

지진에 안전한 건물이란?
 지진에 대해 건물이 안전해야 하므로 건물을 튼튼하게 지어야 한다고들 한다. 그러나, 무턱대고 튼튼하게 짓기에는 지진이 발생할 확률로 따져볼 경우 지나친 과잉설계가 되면서 비경제적인 건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건물을 튼튼하게 짓는다는 것은 건물 각 부분(기둥, 보 벽체 등)의 크기를 크게 만든다는 얘기인데, 이 경우 건물을 짓는데 필요로 하는 재료의 양이 크게 증가할 뿐만 아니라 내부공간의 활용도도 크게 떨어지게 되므로, 경제성이 없게 된다. 지진에 대해 안전한 건물을 설계하기 위한 아주 기초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다.
 건물의 일부부재가 파괴되어 변형이 발생하더라도 건물 자체가 저항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설계 시 횡방향철근의 상세를 조금만 바꿔주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 기둥에 내진상세를 적용한 가장 전형적인 사례가 그림 2에 나타나 있다. 첫째, 기둥을 설계함에 있어 기존의 약 300 ~ 400mm로 되어 있는 띠철근 간격을 약 1/2정도로 줄여주면, 띠철근에 의한 콘크리트의 구속효과가 발생하여 콘크리트의 강도와 변형능력을 증진시키고, 이는 결과적으로 기둥의 변형능력을 크게 증진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둘째, 기둥의 주근에 띠철근을 시공할 때 90도 갈고리를 사용하지 않고 135도 갈고리를 적용하면 기둥에 과도한 축력이 작용할 때 콘크리트에 작용하는 압축력으로 인해 갈고리가 기둥 밖으로 튀어나가지 않아 지진 시 갑작스럽에 압축력이 크게 증가하더라도 충분히 견딜 수 있게 한다. 기둥뿐만 아니라 보, 벽체 등에도 지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들은 많이 제시되어 있다.

▲ 그림2 내진상세와 비내진상세의 비교
 

부재들의 변형능력이 증진된 것만으로 지진에 안전한 건물이 될 수 있을까? 그림 3은 지진에 대한 세가지 유형의 건물의 파괴메카니즘이다. 그림 3(a)는 보-기둥골조로서 보와 기둥이 횡력에 저항할 수 있는 건물이고, 그림 3(b)는 지상 1층을 주차장 또는 상가의 용도로 만들기 위해 보-기둥 골조로 만든 후 그 위를 주거용도의 벽식구조로 만든 필로티형 건물이고, 그림 3(c)는 벽체로만 만들어진 건물들이다. 이 그림에서 동그란 점으로 나타낸 부분이 지진에 의해 파괴된 부분을 의미하는데, 건물이 파괴에 이르기 위해서는 그림 3(a)는 10개의 부재가 설계강도를 초과해야 붕괴되고, 그림 3(b)는 4개의 부재, 그림 3(c)는 단 한 개의 부재만 설계강도를 초과하면 붕괴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만약 세가지 건물이 똑같은 강도에 의거하여 설계되었다면, 그림 3(a)의 보-기둥골조 형식의 건물이 가장 여유도가 크고, 그림 3(c)의 벽식건물의 여유도가 가장 작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현행 설계기준에서는 이와 같은 사항을 기본적인 수준에서 제시한 후 설계자가 적용하도록 하고 있지만, 앞에서 말한 부재 수준에서의 변형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조치와 함께, 시스템적으로 건물의 여유도를 증진시키기 위한 조치를 함께 맞물려 설계에 반영한다면, 경제적이면서 지진에 대해 훨씬 안전한 건물을 만들 수 있다.  

 

지진에 대한 대학교 건물의 안전
 외국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방송에서는 학교건물의 내진설계 또는 내진보강이 시급하다는 방송을 많이 볼 수 있다. 왜 그럴까? 학교에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어린 학생들이 많아서? 여기서 말하는 학교는 초, 중, 고등학교로서 지진이 발생하여 집에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자신이 살던 집이 안전하다는 판정을 받기 전까지 학교로 대피하기 때문에 학교의 내진설계가 중요한 것이다. 대학교 건물의 경우, 이 부분에서는 어느 정도 자유롭다. 하지만, 대학건물도 대학건물대로의 각종 실험실이 많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 
 첫째, 초기 설계용도에 적합하게 각 실을 사용해야한다. 보통 학교건물을 설계할 때, 일반 강의실, 일반적인 실험실, 그리고, 중량의 장치가 들어가는 실험실로 나누어 용도에 맞는 하중을 적용하여 설계가 진행된다. 특히 지진하중의 경우 지반의 움직임에 대해 건물에 작용하는 관성력이므로, 각층의 중량에 큰 영향을 받는다. 원래 설계는 강의실 용도로서 단위면적(m2) 당 3kN만 작용하는 것으로 설계하였는데, 단위면적당(m2) 5kN의 중량물이 설치된다면, 해당층에 작용하는 지진중은 당초 설계하중의 1.7배의 하중이 작용하여 건물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둘째, 각종 위험물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중요하다. 지난 일본지진에서도 처음에는 지진과 쓰나미였으나, 그후에는 후쿠시마원전의 폭발이 큰 문제로 대두되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내진설계가 된 건물일지라도 만약 규모 5~6정도의 지진이 발생하면 붕괴직전까지 도달하게 되어, 건물은 안전할지라도 각종 위험물이 노출된다면 건물의 피해 이상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가장 좋은 방법은 위험물을 이용하는 실험시설의 경우 지진에 대한 특별한 보강과 위험물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맺음말
 우리나라의 내진공학관련 설계 및 시공기술은 짧은 기간이었지만,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그리고, 이 기술에 발맞추어 내진설계기준도 3년 주기로 개정되고 있다. 따라서, 건물을 설계하는 설계자는 지진에 대한 건물의 거동을 이해하면서 최신의 기술을 반영한 내진설계기준을 반영하여 건축물을 설계해야 한다. 그리고, 대학건물의 지진에 대한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용도에 맞는 각 실을 사용하고, 위험물취급 실험시설이 있는 건물의 내진보강과 위험물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저작권자 © 제주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