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EBS지식채널ⓔ 저

▲ 『지식ⓔ』EBS지식채널ⓔ 저

 책을 읽지 않은 지 꽤 되었다. 자랑할 일은 분명 아니나 요즘 나는 책을 읽지 않는다. 시간이 없어서라거나 바빠서라거나 따위 식상한 변명을 늘어놓을 생각도 없다. 그냥 책읽기를 쉬고 있는 중이다. 나는 한 권의 책만 진득하게 읽지 못한다. 예외도 있지만 거의 두 세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 버릇이 든 탓이다. 자기 전에 읽는 책, 밥 먹으면서 훑어보는 책, 화장실에 고즈넉이 앉아 읽는 책이 다르다. 그래서 읽어댈 때는 남보다 많은 양을 읽는 것 같은데 요즘처럼 읽기를 쉬다보니 남보다 훨씬 무식해지고 있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난 알고 있다. 그동안 밀쳐둔 파울로 코엘료의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와 J.M.G. 르 클레지오의 『허기의 간주곡』이 머잖아 내 손에 다시 쥐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그러나 그에 앞서 나는 EBS지식채널ⓔ의 『지식ⓔ』1,2,3권 시리즈를 다시 훑어보는 것으로 이번의 독서 휴식을 끝내고 싶다. 이 책들은 사전도 아닌 것이 내가 몰랐던 오만가지 지식을 다 담고 있고, 소설도 아닌 것이 한번 손을 대면 쭉 읽어나가는 재미를 주고, 시집도 아닌 것이 다 읽은 뒤 긴 여운으로 가슴을 울리는 무엇인가가 있다. 서너 번도 더 나를 끌어들이는 묘한 매력의 책이다.
  그러고 보니 책 표지에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지식’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2005년부터 EBS를 통해 방송된 프로그램으로 ‘e’를 키워드로 한 자연(naturⓔ), 과학(sciⓔnce), 사회(sociⓔty), 인물(pⓔople) 등 다양한 소재(지식, knowlⓔdge)를 다루는 줄은 익히 알고 있었으나 ‘e’가 ⓔmotion을 뜻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새삼 든다. 감동 속에서 지식을 얻을 수 있다면, 지식을 얻는 자체가 감동이 될 수 있다면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책장을 펼쳐보면 정말 놀라운 지식의 향연이 전개된다. 우리가 대충 눈감고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치부, 까마득하게 잊고 살아가는 내 내면의 소리와 모습들, 아차 하면 놓치기 쉬운 사회현상들, 굳이 찾아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역사적 진실들...얼마든지 무거워질 수 있는 주제들인데도 간결한 문장과 한눈에 쏙 들어오는 숫자, 통계와 적절한 자료사진들로 정리돼 선명한 메시지로 다가오는 것이 방송화면을 책으로 그대로 옮겨놓은 느낌이다.
 전 세계 증권인들의 우상으로 불리는 미국의 투자가 워렌 버핏(Warren Edward Buffett)이 6살 때부터 콜라를 팔아 돈을 벌기 시작했고 11살 증권객장 아르바이트로 생애 첫 주식을 구입했다는 것은 나는 이 책을 통해 알았다. 그의 투자원칙 첫째는 ‘돈을 잃지 않는다’, 투자원칙 둘째는 ‘첫번째 원칙을 반드시 지킨다’란다. 결국 그가 말하는 성공투자의 비밀은 가치투자. “사람들은 가치보다 가격에 더 주목한다. 가격은 당신이 지불하는 것이지만 가치는 당신이 얻는 것이다”라는 그의 말처럼 가치투자를 통해 엄청난 부를 획득한 그는 5개의 자선단체에 보유재산의 85%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한다. 
 요즘 트렌드라 할 수 있는 성공학 관련 책들을 좀체 보지 않는 내가 전혀 거부감 없이, 이질감 없이 읽을 수 있는 이같은 내용들이 가득한 책이 바로 『지식ⓔ』이다. 참으로 친절하고 친근하게 필요한 지식을 주는 고마운 책이다. 그래서 때로는 아, 내가 몰랐던 사실이 이렇게나 많다니, 우리 사회에 이렇게 많은 불편한 진실들이 숨어 있었다니 새삼 깨닫게 된다.
 학과 공부에, 취업 공부에, 영어 공부에 지치고 허기진 뇌와 가슴에 신선한 공기가 필요하다고 느낄 때 딱 필요한 책이 아닌가 싶다. 마치 내가 문자의 숲에서 잠시 도피해 있다가 다시 그 숲으로 들어가는 초입에서 만나고 싶은 책이 이것이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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