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사람들은 ‘평화’의 상징으로 비둘기를 떠올린다. 고대 그리스신화에서는 비둘기가 생명의 재생을 상징하는 아테네의 새였으며, 고대 일본에서는 비둘기가 전쟁의 끝을 알리는 역할을 맡았다고 한다. 성경에 따르면, ‘노아의 홍수’때 노아가 방주 속에 들어가 있다가 홍수가 끝났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비둘기를 날려보냈다고 한다. 비둘기가 앉을 곳을 찾게 돼서 방주로 돌아오지 않으면 홍수가 끝난 것이고, 다시 방주로 돌아오면 홍수가 아직 끝나지 않은 거란 얘기다. 이 사건을 계기로 재난이 끝나고 평화의 상태를 알려주는 의미를 지닌 비둘기를 ‘평화의 상징’으로 부르게 된 것이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비둘기는 전혀 평화로운 새가 아니다. 많은 생태학자들은 비둘기가 그다지 다정하지 않으며, 결코 평화의 상징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이들은 한결같이 “인디언의 고문 말뚝을 제외하고 비둘기처럼 동족을 서서히 끔찍하게 죽도록 잔혹한 상처를 입히는 동물은 또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고 말한다. 노벨상을 수상한 동물행동학자 콘라트 로렌츠의 관찰에 따르면, 비둘기는 오히려 다른 동물들보다 암수 사이가 더 나쁘다.
로렌츠 박사가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며칠 동안 여행을 떠나면서 수컷 비둘기와 암컷 비둘기의 사랑이 진전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 새장 안에 두었다고 한다. 그러나 여행에서 돌아와 보니 상황은 예상과 정반대였다. 수컷 비둘기는 새장 귀퉁이 바닥에 엎어져 있었고, 뒷머리에서부터 꼬리까지 몸 전체의 깃털이 모조리 뽑혀있었다. 암컷 비둘기는 살갗이 완전히 벗겨진 수컷의 상처 부위에 독수리처럼 올라타고 쉴 새 없이 쪼아댔다. 암컷 비둘기가 눈이 감길 정도로 지쳤음에도 불구하고 가차없이 서서히 죽이는 작업을 계속했다고 한다.
이 끔찍한 광경은 비둘기를 두 마리 이상 한 새장 안에 가둘 경우 그와 같은 행동을 규칙적으로 나타낸다고 하는데, 그들은 상대의 숨이 끊어질 때까지 서로를 쪼아댄다고 한다.
이 관찰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비둘기에게 평화의 사절이라는 배역을 맡긴 것은 명백한 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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