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히는 신문, 기자정신 다듬어 대학저널리즘 실천

▲ 지난 1954년 ‘제대학보’로 창간한 제주대신문은 57년이란 세월동안 대학의 다양한 현장을 지면 속에 담았다.

 쉼 없이 57년을 달려왔다. ‘진리 정의 창조’의 정신을 실천하겠다는 뜻을 품고 1954년 5월, 먹물을 찍어 시작한 제주대신문의 역사가 다시 출발점에 섰다. 신문, 특히 대학신문은 위기에 처해 있다. 그렇지 않아도 영상시대의 도래, 그리고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의 등장으로 활자 매체를 둘러싼 외부환경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우리도 당당히 대처해 왔다. 제주대신문은 1학기 개강호인 3월 9일자 848호부터 읽기 편하게 개발된 새 글씨체를 도입하고 제호와 편집 디자인을 혁신한 새로운 스타일의 신문으로 거듭났다. 
 지난 1996년 8월 21일자(제555호)부터 전자신문제작시스템(CTS)과 선진판형을 도입한 제주대신문은 지난 3월 차세대 신문제작시스템 도입을 통해 미래지향적이면서도 개성적인 대학신문으로의 새 지평을 열었다. 이에 따라 신문제작 시간 단축으로 학생기자들의 신문편집 시간을 단축했고, 신문제작시스템의 운영지원 및 기술지원이 가능하게 됐다. 또한 대부분의 중앙 및 지방언론사가 이 제작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어 학생기자들의 언론사 취업에 필요한 실무능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신문 글씨체는 여러 차례의 실험과 연구를 통해 조형성과 가독성을 높이고 눈의 피로감을 줄임으로써 빠르고 정확하게 신문을 읽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의 신문활자는 가로쓰기와 세로쓰기 겸용으로 설계돼 있어 글자의 간격이나 단어 사이가 일정하지 않으며, 글자 획의 가로 세로 굵기 또한 비례가 같지 않아 가독성과 조형성이 떨어지는 원인이 됐다.
 새로운 신문활자는 가로 글줄의 흐름을 가지런히 하여 문장 전체의 모양이 깨끗하고 막힘이 없으며, 글자의 자음을 크게 확장해 판독성과 변별력이 뛰어나도록 했다. 글자 속 공간도 고르게 배치하여 글자의 식별이 용이해졌다. 다음 글자와 글 줄 사이의 간격을 알맞게 조정해 속독할 때에도 읽기의 맥이 끊이지 않게 됐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까지 부족한 점이 많았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신문이 독자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신뢰를 얻기 위한 노력을 배가해도 부족한 상황이다. 독자들이 신문을 외면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제주대신문이 독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스스로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인터넷 보급으로 인한 진부한 짜깁기 기사가 눈에 띄는 것도 반성할 일이다. 대학생의 눈으로 바라 본 신선한 기사, 기성언론들이 다루지 못했던 기사에 대한 접근은 미래의 저널리스트로서의 사명감 또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남을 비판하기에 앞서 스스로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당위성을 누구보다 깊이 인식하고 있다. 학생기자 자질과 책임감이야말로 이 시대 대학 언론이 안고 있는 가장 큰 과제이다. 자질을 갖춘 기자가 당당해 짐은 물론이고, 책임감을 절감할 때에만 보도와 논평은 힘을 발휘한다. 따라서 우리는 신문제작을 담당하고 있는 학생기자들의 자질을 높이고 투철한 책임의식을 갖추도록 할 것이다.
 독자 없는 신문에 대한 우려도 깊어가고 있다. 제주대신문이 이처럼 학생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는 것은 힘들고 자기희생이 필요한 일을 기피하는 대학가의 경향 확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또한 취업난으로 인한 학업부담과 아르바이트 등 개인생활을 추구하려는 학생들의 욕구도 그 원인으로 지적된다. 더 나아가 대학언론이 대학인들과 함께 숨 쉬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위기의 본질이다. 위기극복은 무엇보다 대학언론인들이 말 그대로 대학인의 삶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는 데서 찾아야 한다. 이같은 현장취재의 필요성은 최근 기성언론들이 다양한 형태의 ‘독자와 함께 만드는 지면’ 제작을 전개하고 있는 데서도 잘 드러난다.
 독자 없는 신문은 존재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제주대신문은 대학언론의 위기 극복을 위해 점차 대학사회 구성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독자 곁으로 다가서기 위한 노력을 진행해야 한다. 그것은 대학신문 다운 신문을 만들기 위한 각오이며 새로운 틀의 신문을 만들어 독자에게 제공하겠다는 다짐이다. 이 거듭남을 통하여 우리는 독자에게 다가서고 독자에게 사랑 받는 간절한 바람을 싣고 있다.
 제주대신문은 이제 우여곡절, 시행착오들과 결별하려 한다. 남은 과제는 대학저널리즘을 실천하는 훌륭한 신문을 만들어 대학 발전에 이바지하는 일이다.
 그런 정신 속에서 우리는 정확하게 대학 뉴스를 전하고 정당한 비판 정신으로 시시비비를 가리는 대학 언론의 등불이 될 것을 약속한다. 또한 기록이 없으면 대학의 역사도 없다는 인식 아래 한글한글 최선을 다해 써나갈 것이다. 우리는 교수, 직원, 학생에 대한 일방적 비판이나 편파적 애정이 아니라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사랑과 비판의 정신으로, 더 나은 대학 울타리에 대한 희망과 책임 있는 언론의 사명감으로 바로 서는 제주대신문이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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