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대연(사회학과 교수)

 인간은 수렵채취사회와 농업사회를 거쳐 산업사회를 출현시켰고, 지금 정보화사회로 가고 있다. 산업사회는 물질적 풍요성과 생활의 편리성 증대를 최고의 발전목표로 설정하여 출현하였고, 사회체제도 풍요성과 편리성 증대에 가장 효율적으로 구조화시켰다.


산업사회의 명과 암 

인간은 자연에서 자원을 추출하여 재화와 용역으로 생산하고, 생산된 재화와 용역은 유통을 거쳐 소비하는 과정을 통해 풍요성과 편리성을 누린다. 이 과정에서 배출된 각종 폐기물은 자연으로 되돌아간다. 이 결과 자연은 자원고갈, 원래 질의 오염ㆍ파괴, 폐기물 흡수·처리의 한계 등을 당면하여 자기 조절체계가 붕괴되어 기후변화, 사막화 등 각종 재난과 재해를 일으키고 있다. 이것들을 묶어서 환경문제라고 한다.
 따라서 풍요성과 편리성의 증대는 자연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것이고, 오늘날 환경문제는 인간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심각하다. 그 심각성을 측정하는 종합적 개념이 지구의 환경용량(carrying capacity)이다. 지구는 인간이 풍요성과 편리성 증대에 필요한 자원을 무한정 공급해줄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지도 않고, 인간이 배출하는 폐기물을 무한정 흡수·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지도 않다. 이것은 마치 배가 승객을 실을 수 있는 정원이 있는 것과 같다. 이것을 지구의 환경용량이라고 한다.
 현재 지구의 환경용량은 2.5배 초과되어 있다. 이것은 정원 100명의 배에 250명이 승선하고 있는 것과 같다. 한국은 9.5배 초과되어 있고, 제주도는 3.1배 초과되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이 지구를 2.5배 더 크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현재 수준의 풍요성과 편리성을 즐기기 위해서는 지구와 모든 조건이 똑같으면서 크기만 2.5배 더 큰 별을 찾아서 그곳으로 65억 인구가 이민을 가야 한다. 이것은 불가능하다.
 지구 안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첫 번째 방법은 현재의 생산량을 3분지 1 감축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자원추출과 폐기물 배출이 3분지 1 감축되어 지구의 환경용량을 초과하지 않는다. 대신 풍요성과 편리성 수준도 3분지 1 감소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것을 감내해야 한다. 인간에게 이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두 번째 방법은 65억 인구 가운데 20억을 죽이면 된다. 그렇게 되면 자동적으로 자원추출량과 폐기물 배출량이 3분지 1 감축된다. 남아 있는 45억은 환경문제 없이 현재 수준의 풍요성과 편리성을 누릴 수 있다. 이 방법은 누구를 죽이느냐의 문제가 있다.
 두 방법 모두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지구는 정원을 2.5배 초과한 상태에서 그대로 운항하는 배와 같다. 이 배는 조만간 전복된다. 언제 전복될 것인가의 문제만 남아있다. 유엔의 보고서에 의하면 전복의 징조들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현재 수준의 풍요성과 편리성을 누리는 데 필요한 자원공급 능력은 200년 후 상실, 사막화, 지구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녹아 해수면 1m 상승 등이다. 제주도의 경우 해수면이 1m 상승하면 중앙로까지 바다가 되어 남문로타리에서 낚시를 해야 한다.


지속가능발전과 환경변화 

이러한 환경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유엔이 향후 사회발전 이념으로 지속가능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을 제창하였다. 지속가능발전은 그 개념과 함의가 복잡하지만 한 마디로 말하면, ‘풍요성과 편리성 증대는 지속적으로 추진하되 과거와는 달리 지구의 환경범위 안에서 추진하자’는 것이다. 이후 지속가능발전은 지속가능사회(sustainable society)로 수정ㆍ보완되었다가 2000년대에 와서는 생태적 근대화(ecological modernization)로 대체되었다. 지속가능발전 달성을 위해 정부는 환경정책, 기업은 녹색경영, 시민단체들은 환경운동, 시민들은 일상생활에서 친환경적 행동, 유엔은 범지구적 차원에서 국가간 협력을 추구하고 있다. 이 주체 모두가 함께 협력하지 않으면 남문로타리에서의 낚시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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