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을 위한 변론

▲ 오덕철(생물학과)교수

미생물에 대한 인식

 나는 미생물관련 전공과목(미생물학, 균학 등)을 강의할 때 첫 시간에 거의 예외 없이 미생물과 관련된 단어들(미생물,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대장균 등)을 제시하고 어떤 느낌을 가지고 있는지 묻고는 한다.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느낌을 가진다는 대답이 상대적으로 훨씬 많다. 특히 ‘대장균’이라는 단어에는 상당히 익숙하다고 하면서도 나쁜 미생물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면 왜 그런 인식을 가지게 되었는지를 물으면 특별한 이유는 없이 막연히 그런 생각을 한다고 말한다. 학생들이 자각하지 못하는 인식의 이유를 추측해 보건데, ‘미생물’이라는 생물집단은 사람에게 꼭 필요한 유익한 생물이라는 내용보다 대체로 질병이나 부패 등과 관련된 해로운 생물로서 신문이나 방송 등의 매체에 보도되고, 또는 유치원에서 고등학교에 이르는 교육과정에서 여러 가지 부정적 인식이 형성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잠시 ‘대장균’이 어떤 미생물인지 살펴보자면, 대장균은 원래 온혈동물의 대장 속에 터를 잡고 서식하는 세균으로서 서식지를 제공하는 동물에게 비타민 등 유익한 물질을 만들어 주거나 장운동을 원활하게 해 주는 등의 유익을 줌으로써 서식지를 제공해 주는데 대한 신세를 갚는다. 숙주동물에 대한 대장균의 역할을 알아보기 위하여 실험동물(돼지 등)의 다 자란 태아를 제왕절개를 통하여 무균적으로 출산하게 함으로써 미생물에 오염되지 않은 무균동물을 만들어 무균먹이로 사육하여 대장에 대장균이 없게 만든 바 그 무균 실험동물은 대장이 비정상적으로 부푼다든지 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수명이 길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즉 대장균은 온혈동물이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아니 되는 미생물인 것이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대장균이 유해한 세균으로 오해 받고 있는 데는 두어 가지 이유가 있을 법하다.  그 중 한 가지는 부연설명이 생략된 식품 오염 등에 대한 언론 보도를 통한 오해의 개연성이다. 특히 하절기가 되면 식ㆍ음료 등에서 대장균이 얼마 나왔다는 보건당국 등의 시험 결과를 언론에서 보도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보도는 대개 많은 수의 대장균이 나왔으므로 나쁜 것이라는 흐름이다. 이런 보도를 접하는 사람은 당연히 대장균이 인체에 유해한 미생물이니까 대장균이 들어있는 식품은 위생적으로 불량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러나 실제로 식품 등에서 대장균의 유무나 그 오염 정도를 검사하는 것은 대장균 자체의 위험성 때문이 아니라 대장균과 동반해서 존재하여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병원성미생물의 존재를 알아보기 위한 수단이다.
 동물의 장 속에는 무해한 대장균과 더불어 많은 종류의 미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는데, 이 중에는 유익한 종류(유산균 등)도 있고 병을 일으키는 콜레라균, 장티프스균, 시겔라균 등도 있다. 물론 건강한 사람의 장 속에는 병원성세균들이 없을 수 있겠지만, 어떤 피검물에 대장균이 존재한다는 것은 어떤 경로를 거쳐서이건 다양한 사람(질병이 있을 수도 있는 즉 보균자도 포함된)의 몸 밖으로 배출된 장내의 분변에서 유래된 세균이 섞여 있다는 말이며 이런 세균들에는 병원성세균도 혼재해 있을 개연성이 있다는 해석이다. 학자들의 연구 결과로 피검물에 어느 수치 이상의 대장균이나 장구균이 있으면 병원성세균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통계적으로 밝혀져 있다.
 그러면 왜 피검물에서 직접 병원성 미생물을 검사하지 않고 대장균 검사를 하느냐하는 궁금증이 있을 수 있다. 이는 다른 이유가 아니라 대장균을 간접적으로 조사하는 것이 경제적인 측면이나 시간적인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병원성 미생물을 직접 조사하는 데는 대장균을 조사하는 것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까다롭고 실체 확인을 위한 배양 등에 경비가 많이 들며 판정에 시간이 더 걸린다. 화급을 다투는 경우는 시간이 절대적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처럼 특정 생물의 존재 여부를 알아봄으로써 전체의 상황을 이해하게 될 때 그 특정 생물을 ‘지표생물’이라하고(‘쉬리’라는 물고기가 살고 있는 물은 1급수라고 판정한다면 ‘쉬리’가 지표생물이된다.) 대장균의 경우 ‘지표미생물’ 또는 ‘지표세균’이라고 부른다. 설명이 좀 길어졌지만 대장균의 경우 ‘지표세균’으로 좋게 이용되었지만 그 자체가 결코 나쁜 것은 아닌데 많은 사람이 대장균은 ‘유해한 세균’으로 오해를 하고 있으니 대장균으로서는 참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대장균 중에는 돌연변이로 인해서 질병을 유발시키는 0157:H7같은 변이주가 더러 발생하여 주의를 요하는 예외적인 경우가 있기는 하다.

인류의 미래와 미생물
 여기에서부터 ‘미생물’이라는 존재는 과연 지구생태계나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앞으로의 전망은 어떤지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미생물은 대체적으로 그 크기가 작아서 육안으로 볼 수 없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일반인들의 관심을 크게 끌지 못하는 생물들이지만 유해한 영향을 미치는 미생물은 그 파급효과로 인하여 상당한 관심과 흥미를 끄는 반면 유익한 영향을 끼치는 것에는 사람들의 관심이 많지 않다. 미생물도 그 크기는 작지만 엄연한 생물이기에 생육하기 위해서는 외부로부터 영양분을 흡수하여야 한다. 대체적으로 이 영양분의 흡수 방식에 따라 살아있는 다른 생물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고, 또는 사람에게 유익한 물질에 피해를 줄 수도 있다. 인체나 가축, 농수산물에 발생하는 많은 종류의 질병들이 미생물이 원인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미생물은 종류에 관계없이 사람들로부터 유해한 것으로 인식되는 것으로 보인다.
 

인류의 미래는 몇 가지 요인에 연결되어 있다.

그 중에서 식량문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데 옛날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식량부족으로 온 지구촌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통계에 의하면 세계적으로 기아로 사망하는 사람이 매년 2,000만에서 3,0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통상의 농작물 재배법으로는 늘어나는 인구를 먹여 살리기 어렵다는 계산을 한다. 앞으로의 대안은 짧은 수확시간과 좁은 공간으로도 다량 생산이 가능한 미생물의 배양으로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는 없다는 것이 많은 학자들의 견해이다. 현재까지 식량자원의 후보미생물로는 효모 등의 균류와 클로렐라 등 집약적으로 배양할 수 있고 식량으로서의 영양가치가 매우 높은 단세포 미생물들이 있다. 이미 이러한 미생물식품이 소량이긴 해도 유통되고 있거니와 앞으로는 이러한 미생물로 가공한 쌀이나 고기 등을 일상으로 섭취할 날이 올 것으로 예측된다.
 잠깐 방향을 바꿔서 일상생활과 미생물을 연결해 보자. 우리의 가정에서 세탁은 일상적인 일일 뿐만 아니라 다소 귀찮은 일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빨래를 깨끗하게 하기 위하여 양잿물에 삶고 두들기는 어려운 일을 하였다. 지금은 어떤가? 단백질분해효소 등 때의 성분을 분해하는 다양한 효소를 세제에 첨가함으로써 좀 더 효율적으로 세탁을 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도 역시 미생물이 생산하는 효소를 이용하는 것이다. 맑은 여러 가지 과일 주스도 그렇고 식물성분이 첨가된 화장품도 미생물의 효소를 이용하여 고급스런 양질의 제품을 만든다. 직물이나 가죽, 펄프 등 열거하기 어려운 수많은 제품의 생산에도 미생물이 생산한 효소가 사용된다.
 한편 연료나 많은 종류의 화학물질도 미생물이 생산하는데, 메탄, 아세톤, 에탄올, 부탄올 등이 많이 생산되어 활용되고 있는 중요한 물질들이다. 특히 에탄올은 다양한 식물재료를 이용하여 미생물발효로 얻을 수 있는 주요한 연료로 이미 인정받고 있다. 또한 미생물이 생산하는 수소가스도 연료생산의 주요 연구과제이다. 식품이나 공업에 많은 양이 소요되는 다양한 종류의 아미노산, 핵산, 구연산, 글루콘산, 젖산 등의 유기산도 미생물이 생산한다.
 인류의 미래에 위협요소가 되는 것 중의 하나인 질병 중에 상당히 많은 종류가 미생물에 의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질병을 치료하는 수단도 미생물이 생산하는 항생물질 등에서 나온다. 우리가 잘 아는 페니실린을 위시한 수많은 종류의 항생물질이 미생물로 부터 얻어진다. 지금도 수많은 연구자들이 새로운 항생물질을 만드는 미생물을 탐색하기 위하여 불철주야로 노력하고 있다.  다양한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 사용하는 백신들도 미생물로부터 만들어지며 현대인의 대표적 질병인 당뇨병도 미생물이 생산하는 인슐린으로 치료하고 왜소증 환자는 미생물이 생산하는 성장호르몬으로 치료한다. 그 외에도 다양한 항바이러스제, 항종양제, 콜레스테롤저해제, 혈압강하제, 면역조절제 등도 미생물을 이용하여 생산하며 값비쌌던 스테로이드 물질들이 미생물을 이용하여 값싸게 생산된다.
 우리가 섭취하는 수많은 식품들도 미생물의 도움으로 생산된다. 막걸리, 청주, 맥주, 와인, 증류주 등 다양한 알코올음료들이 모두 미생물에 의한 발효로 만들어지며, 치즈, 요구르트, 사워크림 등 발효 유제품도 그렇고,  생선소스와 발효소시지 등도 그러하며, 빵, 발효쌀제품, 감주, 발효차(홍차, 보이차 등), 코코아, 커피원두, 두부, 간장, 된장, 우리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건강식품인 김치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절임식품도 다 미생물 덕으로 먹을 수 있다.
 여러 가지 향료나 천연식품보존제, 비타민 등 이루 헤아릴 수도 없는 귀한 식품들이 미생물의 도움으로 만들어진다.
 인류의 미래에 걱정스런 요소 중의 하나인 환경오염도 많은 부분이 미생물로 해결될 것으로 생각된다. 도시에서 생산되는 폐수도 미생물로 처리하고 원유의 오염도 미생물처리로 상당부분 해결 할 수 있을 것이다. 석유나 석탄의 품질을 높이는 탈황도 미생물을 이용하여 가능하고 농수산업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농약도 친환경적인 미생물 농약으로 환경도 지키고 목적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생물학의 발달로 훨씬 많은 미생물 활용이 가능할 것이며 이런 이유로 해서 많은 연구자들이 미생물자원을 개발하고 확보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미생물로 인한 피해도 적잖게 입고 있지만 이익이 되는 일이 훨씬 많기에 다소 장황하게 미생물의 유익한 점을 나열하여  미생물은 해로운 생물이라는 오명을 벗기고 싶은 생각과 앞으로 인류의 미래에 부정적 요소로 작용될 식량부족문제, 질병문제, 에너지 고갈문제, 환경오염문제 등의 많은 부분이 미생물 이용으로 해결될 수 있는 소지가 충분히 있음으로 좀 더 바른 교육과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보도를 통하여 우리가 좀 더 미생물에 대하여 호감을 가지고 보아야 하겠다는 변론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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