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해남(생물산업학부 교수)


 어디에나 앞자리와 뒷자리가 있다. 학교에서도 있고 사회에서도 있고 야구경기장에도 있고 유명가수 공연장에도 있다. 늘 앞자리에 앉는 사람도 있고 뒷자리에 뒤처지는 사람도 있다.
 자리 위치에 따라 가격이 다른 경우가 많다. 오케스트라는 자리에 따라 관람 가격이 크게 다르다. 무대에 가깝거나 좋은 위치일수록 입장료가 비싸다. 유명가수의 콘서트도 자리에 따라 가격 차이가 많다. 지난 겨울에 SG 워너비 콘서트 입장료는 B석이 3만원 정도였는데, VIP 석은 세 배가 넘었다고 한다.
 피아노 독주회에서는 피아니스트의 손가락이 보이느냐에 따라 가격 차이가 있다. 피아노 줄을 통해 나가는 음이 오른쪽으로 가기 때문에 오른쪽 자리 선호하는 사람도 있고 손보다 화려한 페달링을 보기 위해 왼쪽 맨 앞쪽 자리 선호하기도 한다. 모두 연주자의 호흡과 감정을 느끼기 위한 것일 것이다.
농구경기장은 위치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 먼저 입장해서 좋은 자리를 잡으면 된다. 야구경기처럼 지정석도 있지만 대부분 비슷한 가격이다. 그러나 부지런해야 앞자리에 앉는다.
 앞자리와 뒷자리 번호가 특별한 의미를 가질 때도 있다. 주민등록번호의 앞자리는 생년월일이지만 뒷자리 숫자만 보면 여자인지 남자인지,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출생 신고한 순서가 어떻게 되는지도 알 수 있다.
 자리에 따라 성격과 성취도를 나타내기도 한다. 미국 남가주대학(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의 심리학 교수인 골드 박사는 크게 성공한 사람들의 학창시절을 소개했는데, 공통적으로 걸음걸이가 빠르다는 것이다. 걸음걸이가 빠르다는 것은 성격을 그대로 드러낸 것인데, 성취욕을 나타내기도 하고 부지런함의 표현이라고도 한다.
 또 하나의 공통적인 특징은 언제나 앞자리에 앉거나 앞쪽에 선다는 것이다. 앞에 선다고 하는 것은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것을 의미하고 뒷자리에 있는 것은 소극적이고 방관적이라는 것을 나타낸다. 그래서 어떤 자리에 앉느냐에 따라 졸업하고 난 후에 사회에서의 역할도 짐작할 수 있다.
 앞자리와 뒷자리의 차이가 분명하게 나타나는 곳이 강의실이다. 앞자리에 앉는 학생의 학점이 나쁜 경우는 거의 없다. 반대로 뒷자리에 앉는 학생이 좋은 성적을 얻는 경우도 드물다. 그래서 강의가 몇 번 진행되면 좋은 학점을 받을 학생은 거의 정해진다. 강사의 표정까지 읽으면서 강의를 듣는 학생과 다른 학생들의 뒤통수 너머로 희미하게 보이는 강사의 강의를 듣는 학생의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강의는 단순히 지식의 전달만이 아니다. 강의는 강사의 원(圓, circle)과 학생의 원이 서로 만나서 겹쳐지는 장소이다. 그래서 강사와 학생이 겹쳐지는 부분이 많을수록 서로 좋은 강의이다. 강사가 갖고 있는 원이 지식만 담아놓은 그릇이 아니고, 학생이 갖고 있는 원도 단순히 지식을 담기 위한 그릇만은 아닐 것이다.
 강사와 학생의 원이 겹쳐지는 정도도 앞자리냐 뒷자리냐에 따라 차이가 있다. 서로 가까이 있는 원은 겹치기가 쉽다. 강사와 가까운 앞자리에 앉아 있는 학생 사이에는 지식과 표정과 생각과 성격도 겹쳐져 간다. 그러나 멀리 떨어져 있는 뒷자리의 원은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성공한 많은 사람들의 공통점은 습관적으로 앞자리에 앉는다. 앞자리에 앉다보면 결국 윗자리에 앉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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