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번 글을 통해 우리 대학에서 있었던 세 가지 사건에 대해 얘기하려 합니다.
 한달 전쯤에 학생회관 2층 로비에서 ‘정주영 사진전’이 있었습니다. 불굴의 기업가 정신을 알려 대학생들에게 도전정신을 일깨우고자 마련했다는 이번 전시에는 꽤 많은 학생들이 몰렸습니다. 관람한 학생들의 반응도 좋았습니다. 몇몇 학생들은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 사건은 글로벌 하우스에 있던 식당이 없어지고 ‘던킨도너츠’, ‘베스킨라빈스’, ‘세븐일레븐’이 생긴 일입니다. 그 근처에 갈 일이 거의 없어 그렇게 바뀐 줄도 모르고 있었는데 어느새 식사 시간에 그곳으로 향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게 됐습니다. 학생들은 가까운 곳에 세련된 빵집이 생긴 것이 반가운 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웃으며 가더군요.
 제가 앞에서 간단히 말한 이 두가지 사건은 큰 문제가 되는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학생회관 같이 오픈된 장소에서 사진 관람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전시에 목말라 하는 대학생들에게 단비 같은 것이겠지요. 이왕이면 더 세련된 것을 추구하는 그들에게 깔끔한 인테리어의 빵집, 아이스크림집, 슈퍼는 아주 반가운 것일 겁니다.
 그렇게 큰 일이 아닌 이 두 사건이 큰 일로 다가오는 것은 마지막 사건 때문인데 학생들 사이에서 아무런 얘기가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자본가의 사진전보다 강정마을의 사진전을 더 원한다’, ‘힘없는 개인 가게들을 우롱하는 글로벌기업이 캠퍼스 내에 들어오는 것을 반대한다’ 등의 투쟁적 여론은 고사하더라도 최소한 우리는 얘기를 해야 합니다. 우리의 공간에서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그것이 옳은가 잘못되었나를 생각해보고 왜 그러한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대학의 주인인 학생이 얘기를 하지 않으면 도대체 누가 얘기를 합니까.  위에서 하는 대로 내버리며 수수방관하는 태도는 주인의 태도가 아닙니다. 비판의식 없는 무조건적인 수용은 우리가 스스로를 주체가 아닌 객체로 머무르게 하는 것입니다.
 요즘은 ‘과잉 담론의 시대’라고 말합니다. 이런 시대에서 우리의 공간에 대한 아무런 얘기 없음은 슬픈 역설이겠지요.  우리들이 좀 더 자유롭게 얘기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찬반이 오고가는 치열한 토론과  담론을 통해 더 나은 우리의 내일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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