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패러다임이 재도약 이끈다

▲ 이금룡 코글로닷컴 회장

제주대학교(총장 허향진)는 JDC·제주의소리와 함께 학생들에게 국제화 시민의식을 고취시키고 미래지향적 마인드를 키워주기 위해 대학생 아카데미를 마련했습니다. 국내의 명강사를 초청해 매주 화요일 오후 2시 국제교류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대학생 아카데미는 지난달 14일까지 1학기 동안 총 13강좌가 열렸습니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대학을 졸업하면 적어도 40년 이상 사회생활을 해야 한다. 여러분은 40년 동안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에 들어선다.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대학생활 동안 많은 것들을 경험해야 하며 배워야 한다. 그 배움은 사회 변화의 흐름을 읽는데서 출발한다. 우리사회에서의 핸드폰 변화를 보자.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2007년 아이폰을 만들었다. 삼성전자가 휴대폰을 제조하기 시작한 지 25년이 흘렀다. 삼성전자의 휴대폰 생산대수는 연평균 3억2000만대에 달한다. 1만 명이 넘는 연구원이 수만 개의 특허와 기술을 확보한 결과이다. 성균관대는 휴대폰학과까지 있다. 그런데 최근 삼성이 큰 수모를 당했다. 휴대폰 산업에 뛰어든 지 4년도 안 된 애플이 소송을 건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미국 법원은 삼성에게 판매 예정 제품을 법정에 제출하라고 명했다. LG전자는 2년 전만 해도 분기별로 2000억의 흑자를 냈지만 현재 적자만 4000억이 넘는다. 당연히 스마트폰 판매업체 톱 10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휴대폰의 오랜 강자 노키아도 신용이 떨어져 아무도 주식을 사지 않는 기업으로 전락했다. 이 모든 것이 불과 2~3년 안에 벌어진 일이다.
 기업에게 닥친 환경의 변화는 상상을 초월한다. 아무리 잘 나가는 기업이라도 변화의 방향을 잡지 못하고 표류하다가는 곧바로 쇠퇴의 길을 걷게 된다. 그러나 너무 걱정만 하고 앉아 있을 필요는 없다. 위기와 변화도 자세히 살펴보면 그 안에 일정한 규칙과 트렌드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규칙과 트렌드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정복하는 자는 승리자가 된다. 반면 과거의 영광에만 사로잡혀 있는 자는 패배자가 될 것이다. 삼성물산에서 15년 이상을 근무하고, 지난 12년 동안 벤처인으로 살다 보니 변화 속의 생존법을 나름대로 터득하게 됐다. 바로 사회 변화의 물결과 함께 하면 된다. 현재 변화의 트렌드는 지식, 스마트, 창조, 상상의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건설 분야에 너무 치중하는 우리 사회의 미래는 불안하다. 이렇게 급변하는 세상에선 어느 길로 가야 할 것인지,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고수와 프로가 필요하다.
 내일의 주인공은 내일을 준비한 사람이다. 내일의 주인공이 되려면 내일의 변화를 미리 준비하는 사람만이 차지하는 것이다.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하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성공하지 못한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닌 방향이다. 끊임없이 방향을 읽으려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그 사회 변화의 방향을 커다란 ‘물결’로 쉽게 설명한 사람은 <제3의 물결> 저자인 앨빈 토플러이다. 토플러 박사가 1980년 제3의 물결을 쓰면서 새로운 물결이 오면 스스로가 그 것을 주도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제1의 물결은 농업혁명. 처음 농업이 1만년 전에 시작되면서 인구가 늘고 식량 경작을 위해 마을이 만들어졌다. 이 때 사람들의 관심 영역은 토지다. 제2의 물결은 제조업의 시대다. 제3의 물결은 정보화다. 1975년부터 컴퓨터가 보급되기 시작한다. 상업고등학교가 정보고등학교로 이름을 바꾸고 회사엔 정보실이 생기는 식이다. 통신의 발달로 정보화가 급물살을 탄다. 정보화의 물결은 초고속 통신망과 모바일 두 가지 변화로 설명할 수 있다. 초고속 통신망이 생기면서 월드 와이드 웹(WWW)이 브라우징을 통해 새로운 공간을 만들었다. 이곳에서 새로운 경제 영역이 생겼다.
 앨빈 토플러는 1980년 제3의 물결을 예언했고, 실제로 산업은 점점 첨단화와 고도화됐다. 컴퓨터가 주도한 정보와 지식의 물결은 그렇게 일어났는데, 1975년 정보시스템 산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시 미국에서 생겨난 회사가 IBM, MS, 오라클, HP 등이었고, 한국에선 삼성SDS, LGCNS가 태동했다. 소프트웨어 중심의 컴퓨터 산업은 통신혁명을 견인했다. 초고속 통신망(유선)이 나오며 인터넷이 가능해지자 사이버 공간이 생겨났다. 이것은 또 따른 변화를 이끌어냈다. 사이버 공간에 수많은 콘텐츠, 제품, 서비스가 실시간으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에선 아마존, 야후, 구글, 이베이가 탄생했고, 한국에서는 다음, 네이버, 옥션, 엔씨소프트 등이 등장했다. 이후 수많은 청년들이 테헤란밸리로 뛰어들어 연구에 몰두했다. 이른바 벤처 열풍이 한국을 강타했다. 그리고 불과 12년 만에 프로야구 9구단을 창단할 정도로 성장한 엔씨소프트 같은 벤처기업을 배출하기에 이르렀다. 처음 옥션을 만들 때만 해도 오프라인 백화점이 부러웠다. 하지만 지금은 도리어 옥션의 매출 규모가 롯데백화점을 3배나 앞지르고 있다. 금융도 인터넷으로 옮겨갔다.
 인터넷의 새로운 세상은 계속해서 진화한다. 유선혁명을 기반으로 무선혁명이 일어났다. 모토로라가 세계 최초의 아날로그 휴대폰을 제작한 것이 1973년인데, 마침내 1994년에 디지털 휴대폰이 등장했다. 본격적으로 핸드폰 사용이 확산된다. 노키아, 삼성, LG가 세계 디지털 핸드폰 시장을 석권한다. 삼성과 LG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것도 이때다. 유럽은 노키아의 GSM 방식을, 미국과 한국은 CDMA 방식을 선택했다. 당시 삼성과 LG는 독자적인 CDMA 기술을 가지고 애니콜과 싸이언을 생산해 세계적 기업이 된다. 하지만 2010년 스마트폰이 트렌드를 주도하며 다소 복잡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려면 독자적인 운영체계(OS) 기술을 보유하는 것이 관건인데, 2007년 아이폰이 첫 선을 보였을 때 곧바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현 정부가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를 다른 부처에 통폐합한 것이 못내 아쉽다. 담당 부서가 없으니 대응도 못하고 책임도 묻지 못한다. 불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소프트웨어 개발인력이 부족해진 삼성은 최근 중소기업에서 6000여 명을 스카우트했는데, 이것이 중소기업의 쇠퇴를 가져오는 악순환을 낳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이폰 국내출시 7개월 만에 삼성이 갤럭시S를 내놓았다는 사실이다. 끊임없는 변화 속에서 방향을 짚어내는 지도자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은 ‘제4의 물결’에 대한 아이디어를 주었다. 현재 제3의 물결이 종결되고 제4의 물결이 시작되려는 순간이다. 이 물결이 어떤 형태로 올지 주도할 준비를 해야 한다. ‘제4의 물결’ 개념을 가장 잘 설명한 사람은 덴마크의 미래학자 울프 얀센이다. 그는 ‘인간 중심의 사회’를 강조했다. 특히 인간이 가진 감성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감성이 감동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감성이 감동으로 옮겨 가는 길목에는 스토리텔링이 있다. 예컨대 현재 국내의 지방자치단체는 스토리텔링을 찾느라 혈안이다. 제주도는 최근 유배길을 개발했는데, 추사 김정희가 8년 3개월 동안 제주에서 머물 때 지냈던 곳과 먹었던 음식을 재현한 길이었다. 이렇게 제4의 물결 시대에는 감성과 인간 중심의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제4의 물결이 중시하는 또 하나가 브랜드이다. 위대한 기업은 자사 상품의 브랜드를 듣는 순간 고객의 감성을 움직여야 한다. 사실 시장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세 가지밖에 없다. 첫째, 고객이 기업의 이윤을 걱정할 정도로 싼 가격이다. 둘째, 다른 제품을 사고 싶어도 도저히 살 수 없는 시장 독점이다. 그리고 마지막이 바로 앞에서 언급한 브랜드이다. 고객의 감성을 터치하는 뛰어난 브랜드는 상품의 장점과 특색, 경쟁력과는 무관하게 그 브랜드 하나 자체만으로 구매를 이끌어낸다. 브랜드가 중요한 세상에 사는 우리는 자기 이름 석 자의 중요성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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