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인중(생명공학부 교수)

 북적북적활동을 하면서 여름방학동안 읽은 책 중에 서울대 김난도 교수님이 지으신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있다. 이 책이 전국 비소설분야 책판매 순위에서 오랜동안 1위의 베스트셀러를 차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청춘시절의 아픔과 고난, 고민은 내가 학창시절이었던 때에도 격렬한 불꽃으로 여전히 나의 가슴 한켠에 생채기로 남아 있다. 나의 인생 선배들이 더욱 처절한 시대를 견뎌온 것을 생각해보면 지금 대학생들 또한 내적인 전쟁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반증하고 있는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청춘의 시기에 아픔을 주는 요인들은 무척 다양하다. 학과성적, 이성, 등록금, 영어공인시험성적 등등. 더욱이 스펙쌓기와 공무원이나 특수대학원 준비, 영어점수 올리느라 청춘의 시절을 보낸다.
 아픔이나 고난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단어 중에 ‘광야’가 있다. 광야라고 하면 우리에게 다가오는 이미지는 고독, 짐승(적), 적막, 모래, 바람, 추위, 폭염, 끝없는 지평선, 갈증, 도피, 고난, 실패 등이다. 우리는 실제로 광야에 없을 때에도 자신이 처한 곳이 마치 광야에 있는 것처럼 느낄 때가 있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사람과 환경이 나의 목을 누르고 있는 것 같은, 나의 아픔과 고민을 들어줄 위로가 전혀 없는, 막막함만이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더 나아가 내가 누구인지 생각하는 것조차 두려움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광야 가운데서 스스로를 실패자로 단정 짓고 노력하지 않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그러나 어떤 사람에게는 광야는 위험을 넘어서 기회의 땅인 경우가 있다. 광야는 사람을 성숙시키고, 겸손케 하며, 자신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제공한다. 예수나 석가모니, 스티븐잡스 회장, 이순신장군과 같은 위대한 인물들의 삶을 돌아보면 그들의 삶속에는 광야가 존재한다. 광야를 거친 후의 위인들의 모습은 이전과 전혀 다른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광야가 없었다면 예수나 석가모니가 2000년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 우리에게 이름으로라도 기억되고 있었을까? 고난이 없었다면 애플사나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존재할 수 있었을까? 아닐 것이다. 광야라는 곳을 통과했을 때 세상 사람들을 이롭게 하고, 세상의 역사를 바꾸는 자(History maker)로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신의 아들마저도 통과한 광야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광야는 각자에게 부여된 최고의 기회이자 축복일 수 있다.
 학창시절에 겪는 아픔과 고난을 자신에게 주어진 최고의 광야로서 기회이자 축복이라고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편한 길, 넓은 길이 아닌 좁고 어려운 길로 가보는 것은 어떨까? 당장은 돈을 많이 벌지 못하더라도, 사회적 지위가 높지 않더라도, 세상 모든 사람들이 하고 싶어 하는 뜨는 분야가 아니더라도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자로서, 연구에 재미를 느끼는 연구자로서 아쉬움으로 다가오는 것은 나를 포함한 어른들과 학생들이 자꾸만 쉬운 길로 가고자 하는 것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는 감귤육종(돌연변이체 유기를 통한 감귤품종 개발)관련 연구를 수행하면서 현장에서 농민들을 만나고, 감귤원과 실험실 내에서 연구를 진행하며 듣게 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결과가 나오는 신품종 육성보다는 다른 나라에서 개발된 품종을 가져다가 사용하는 쉬운 길을 택한다는 것이다. 힘들더라도 새로운 감귤 품종을 개발하여 제주감귤의 역사를 바꾸는 연구자(history maker of citrus)로서의 꿈을 가진 도전자가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
 평생교육원의 다양한 교육과정에 참여하는 일반 성인들을 보면서 많은 도전을 받게 된다. 유학대학이나 여성대학을 수강하는 7∼80세가 넘으신 초로의 어르신이나 자녀교육과 직장일의 바쁜 일정 가운데서도 배움이라는 끈을 놓지 않고 대학 교정을 거니는 즐거움에 미소 짓는 분들을 보면서 던지는 질문이 하나있다. 왜 그 분들은 편안함을 버리고 어려운 배움의 길을 다시 선택하였을까? 전공공부와 봉사, 동아리 활동, 아르바이트 등으로 바쁘고 어려운 삶을 보내고 있는 일부 학생들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왜 학생들은 성인교육자이면서도 평생교육원에서 거의 수강생으로서 볼 수 없을까? 나중이 아닌 지금하면 더 빨리 자신의 역사를 만들어 갈 수 있을텐데, 그것이 아쉽다.
 각자의 환경에 따라 고난의 광야는 다를 것이다. 오늘 내가 도전해야 하는 광야는 무엇일까? 그 길로 뚜벅뚜벅 걸어가야겠다. 패배자가 아닌 도전하는 승리자로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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