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의 통일의식과 통일교육

▲ 변종헌 교육대학(윤리교육 전공)

 분단 이후 남북한의 통일은 숙명적 과제다. 통일이 불가능한 꿈의 영역에서 실현가능한 미래로 여겨지면서 1990년대 이후에는 우리 사회의 통일논의가 봇물을 이루기도 하였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통일문제는 더 이상 우리 사회의 공통 관심사가 아닌 역설적 상황이 전개되었고, 통일에 대한 무관심이 확산되는 등 국민들의 통일의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대학 사회 역시 이와 같은 시대적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다. 최근 강조되고 있는 통일준비나 통일기반 조성에 대한 관심은 이와 같은 경향에 대한 처방적 성격을 지닌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통일의식이란 통일에 대한 태도 전반을 지칭하는 것으로 통일에 대한 인식, 감정 및 행태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통일의식은 남북한 관계와 통일문제, 남한의 정치와 대외관계, 그리고 현재의 대북정책이나 통일정책 등에 대해 무엇을 얼마나 알고 있고, 어떻게 생각하며, 실제로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가를 보여 준다. 따라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환경의 변화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 사회의 대학생들이 지닌 통일문제에 관한 심층적 의식과 정향을 계기적으로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대학생들은 통일의 미래를 주도해 나갈 세대로서 그들의 통일의식은 단지 작금의 현상을 반영하는 부차적 요소가 아니라, 한반도의 현실을 규정하고 나아가 남북한 통일의 미래를 구상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2000년 이후 실시된 통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학생들의 통일의식에서 몇 가지 특징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첫째, 남북한 통일에 관해 무관심한 학생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 사회의 20대는 다른 세대보다도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통일관은 남북한 통일의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는 비관적 시각으로 이어지고 있다. 2010년 실시된 통일의식조사에 따르면, 20대의 경우 통일이 5~10년 이내로 가능할 것이라는 응답이 17.5%에 불과한 반면에, 30년 이상(27.1%) 또는 불가능할 것(25.7%)이라는 응답이 52.8%로 나타났다.
 둘째, 북한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통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부분 가운데 하나가 바로 통일의 상대인 북한에 대한 진지한 관심과 이해라고 한다면, 대학생들의 북한이해 정도는 우려할 만하다. 특히 2000년을 전후로 그 이전까지의 정치 제도적 접근을 대신해서 사회 문화적 접근의 중요성이 강조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한 이해의 부족이 보편적인 모습처럼 보인다. 실제로 2010년 실시된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9~29세 가운데 장마당, 고난의 행군, 선군정치, 아리랑축전, 천리마운동, 주체사상 등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응답이 각각 72.2%, 57.1%, 48.6%, 46.9%, 35.3%, 25.4%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 같은 20대의 북한 인지도 조사결과는 2009년에 비해 조금 나아진 것이기는 하지만, 다른 연령층과 비교해서는 여전히 가장 낮은 수준이다.

▲ 지난 7월 29일 대학생들의 통일의식을 함양시키고 올바른 통일교육을 검토하는 통일 관련 세미나가 열렸다.

 셋째, 통일문제를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통일이 되어야 하는 가장 큰 이유에 대해서 20대는 남북 간에 전쟁위협을 없애기 위해서 또는 한국이 보다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54.8%를 차지함으로써 통일의 문제를 현실적 차원에서 고려하는 태도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통일문제를 점점 더 현실적이고 실리적인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북한 통일이 개개인에게 현실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높지 않다는 점이다. 이러한 모순된 상황이 대학생들로 하여금 통일문제에 대해 점점 무관심하게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대학생들의 통일의식은 대학 통일교육의 방향과 과제설정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렇다면 대학 통일교육을 활성화하고 대학생들의 통일의식에 긍정적 변화를 꾀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대학 통일교육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교육내용 그리고 교육방법 3가지 영역의 유기적 조화를 모색하는 일이다.
 먼저 제도적 측면에서 대학 통일교육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북한 및 통일관련 주제들을 다룰 수 있는 정규 교육과정을 확충하는 작업이 요구된다. 2011년 6월 현재, 조사대상 31개 국공립대학 가운데 절반 정도의 대학에만 개설되어 있는 북한 및 통일관련 교양 강좌를 보다 확대함으로써 더 많은 수의 학생들에게 수강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특정 전공 중심의 강의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학문 분야가 연계된 학제적 교육 과정이나 공동 프로그램을 개발·적용하는 것도 대학 통일교육의 대상을 확대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교육방법에 있어서는 교수 중심의 강의식 방법을 가급적 지양하는 대신에 학생들의 능동적인 참여와 활동 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의 현실에 대한 이해를 돕고 통일의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는 현장탐방이나 실습 프로그램을 개발·활용하는 것이 하나의 유용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예컨대 판문점, 통일전망대, 제3땅굴 답사나 최전방기행 등을 포함하는 (가칭)통일문화대장정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와 활동을 자극하고 유도함으로써 남북한 관계와 통일문제를 개인의 삶 속에서 조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통일교육을 위해서는 북한 및 통일문제를 개괄할 수 있는 내용체계를 구안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 가운데 하나는 통일의 의지와 역량을 지닌 시민으로서의 자질과 태도를 함양하는 것이다. 학생들로 하여금 편협한 시장 합리성에 매몰된 단기적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장기적 관점에서 남북한 통일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통합적 안목을 키워줄 필요가 있다. 사실상 남북한 통일은 개인적이고 실리적인 차원에서만 접근할 수 있는 문제,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한반도 통일문제는 단지 현실적이고 공리주의적인 차원의 접근이나 경제학적 가치에 근거한 사안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요컨대 통일문제는 국가 및 개인의 이익과 결부된 실리적 현실적 차원의 문제만은 아니다. 그것은 민족적 의미와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입각한 당위적 차원, 인도적 차원 등을 함께 고려하는 가운데 개인, 국가, 국제사회와 상호 관련된 복합적 과정임을 이해하는 체계론적 조망이 강조돼야 할 것이다.
 아울러 대학생들의 통일의식에 미치는 인터넷의 영향력 확대를 고려할 때, 온라인을 통해 유통되는 다양한 지식과 정보 가운데 신뢰할 만하며 유의미한 것들을 취사선택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하는 것도 중요하다. 마치 책을 읽는 독자가 저자와 대화하듯 행간을 읽고 그 의미를 되새기는 것과 같은 태도가 인터넷 상의 지식과 정보를 수용하는 과정에서도 적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대학 통일교육은 북한 및 통일과 관련된 피상적인 지식과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벗어나, 이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수용할 수 있는 능동적 시민으로서의 능력을 키우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대학은 북한 및 통일문제에 관한 연구와 교육의 균형을 모색하는 가운데 통일의 미래를 준비하는 지적 토양이 되어야 할 것이다. 대학은 북한 및 통일문제에 관한 학문적 탐구에 진력할 뿐만 아니라 통일교육의 기회를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확대함으로써 대학생들 스스로가 합리적인 통일논의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지적 공동체로서의 사명을 다해야 할 것이다. 오늘날 요청되는 것은 남북한의 통일이 나와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의 창(window of opportunity)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 그리고 거기에 수반되는 준비와 노력이다. 이점에 있어 대학도 예외일 수 없는 바, 통일문제에 대한 전향적인 관심의 회복과 교육적 실천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2004),「대학생 평화·통일의식조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2009),「2009년도 청년통일의식조사」; 박명규 외(2010),「2010 통일의식조사」,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소;  변종헌(2010), “대학 통일교육의 역설과 활성화 방안”,「윤리연구」제78호;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2010),「2010 대학생 통일의식조사 보고서」등의 자료를 참고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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