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덕수(경영학과 교수)

   2011년 10월 5일 스티브 잡스가 타계하고 난 뒤 10월 7일 대부분 일간지들은 스티브 잡스에 대한 특집을 내보내면서 2005년에 스탠퍼드대 졸업식에서 한 감동적인 연설에 대해서도 인용해서 보도했다. 스티브 잡스의 인생관이 잘 나타나 있으며, 명연설이라고 한다.


 그런데 일간지에 나타난 스탠퍼드대 연설문에 대한 번역들을 보면 오역들이 많이 나타나 있다. 원문은 아래와 같다.

 “The first story is about connecting the dots.… you can’t connect the dots looking forward; you can only connect them looking backwards. So you have to trust that the dots will somehow connect in your future”

 한겨레의 1면 머리기사 첫단락에 나타난 번역문을 읽어 보자.

 “나의 첫 번째 이야기는 점을 잇는 데 대한 것입니다. …당신은 앞을 보면서 점을 이을 수는 없습니다. 오직 뒤를 돌아보면서만 점을 연결할 수 있죠, 그러니 그 점들이 미래에 어떤 식으로든 연결될 것이라고 믿어야 합니다.”


 위의 기사가 무슨 내용인지 독자들은 도무지 알 수 없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위의 연설에서 청중들에게 점을 잇는 데 대해 말하고자 한 것이 아니다.

 여기서 dot는 점이 아니라 ‘경험’, ‘사건’, ‘지식’, ‘상황’ 등등을 가리킨다. 또 “to connect the dots”는 숙어로써 ‘관계성을 가진다’의 뜻을 가지고 있다.

 위의 원문 앞과 뒤에 나오는 글을 읽어 보면 to connect dots가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가 있다.

 스티브 잡스는 리드 칼리지에서 한 학기 공부하고, 18개월 동안 학점을 따지 않고 청강생으로서 수강하면서 글씨체를 강의하는 과목을 청강 했다. 이 과목을 청강할 때는 아름다운 글씨체가 그냥 좋아서 수강했지만 그땐 이것이 어떻게 실질적으로 활용 될 수 있을지는 몰랐다. 그러나 이때 배운 지식이 나중에 매킨토시를 개발할 때 마이크로소프트의 컴퓨터 보다 먼저 최초로 활용되었다. 따라서 연설문에서 스티브잡스가 나타내고자한 의도는 글씨체를 배울 때는 그것이 미래에 어떻게 활용 될지는 몰랐지만, 10년 후에 되돌아보니 그 글씨체가 어떻게 실제로 활용되었는가를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는 뜻이다.

 또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설립한 애플 컴퓨터에서 쫓겨난 일을 언급하면서, 그 당시엔 창피하고 괴로운 일이었지만, 애플에서 쫓겨난 일이야 말로 자기 인생에 최대의 고마운 일이었고 5년 후에 NeXT회사, 세계 최초의 애니메이션 제작회사 Pixar를 설립하는 계기가 되었고, 멋진 여성(현재의 아내)과 만나 사랑에 빠질 수 있었다고 연설문에서 말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이 dots를 뜻하고, 이들은 서로 관련성을 갖고 있는데 이런 관련성을 한참 후에야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불교적인 면목을 짐작 할 수 있음직한 대목이다.

 10월 7일자 경향신문은 연설문의 같은 문장을 “앞을 내다보고 점을 연결할 수는 없다. 늘 돌아서야만 점은 연결 될 것이라고 믿음으로써 ……” 라고 번역하고 있다.

 이 또한 연설문을 단순히 직역해 놓은 것이다. 무슨 뜻인지 독자들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서울경제는 “운명이 언뜻 관계없이 보이는 ‘점(dots)’들을 이어 하나의 일관된 선으로 만들어 준다.”라고 오역하고 있다. 또 ‘To follow your heart’를 ‘심장을 따르다’라고 번역하고 있다. 여기서 heart는 우리 신체의 한 부분인 ‘심장’이 아니라 ‘남들이 뭐라 해도 내가 정말 좋아서 하는 일’ 또는 ‘열정’ 등을 뜻한다.

 또 연설문 맨 마지막에 스티브잡스가 스탠퍼드 대학생에게 stay hungry, stay foolish하라고 당부하고 연설을 끝낸다. 여기서 stay hungry는 밥을 먹지 못해서 “배고픈”이라는 뜻이 아니다. 새로운 경험, 지식, 상황 등을 갈구하라는 뜻이다. foolish도 “바보 같은”이라는 뜻이 아니고, 에디슨이 계란을 품고 있었듯이, 갈릴레오가 지구가 둥글다고 했듯이 타인의 손가락질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열정과 신념에 따라 모험을 감수하고 도전정신으로 살아가라는 뜻인 것이다.

 그런데 경향신문은 ‘…늘 배고프게, 늘 바보같이’라고 오역해서 헤드라인으로 뽑는 실수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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