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자기관리가 성공비결

▲ 마해영 야구 해설위원

 아마시절 박찬호 선수와 함께 국가대표 생활을 했었다. 당시 내가 대학 4학년, 박찬호 선수가 대학 1학년이었다. 고참인 나와 막내인 박찬호 선수가 호주에서 열린 국가대표 경기 일정 내내 한 방에서 지냈다. 그때도 박찬호 선수는 몸이 굉장히 좋아 같이 있을 때 나는 옷을 벗지 못할 정도였다. 경기 후 내가 먼저 샤워를 하고 박찬호 선수 차례가 되자, 찬물과 뜨거운 물을 차례로 받아 냉온탕을 몇 차례 오가는 모습을 보았다. 급격한 온도 차이에 적응하기 위해 몸을 단련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타박상 약 등을 컨디션이 좋지 않은 부위에 바르고, 팔굽혀 펴기를 쉬지 않고 하는 것이었다. 박 선수는 아침에 일어나면 다시 팔굽혀 펴기를 한다. 박찬호 선수의 근력은 타고난 게 아니었다. 평소 꾸준히 운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철저히 준비하는 선수라는 인상을 받았다.

 친정팀 롯데 자이언츠에서 선수협의회를 결성하려다 2000년 삼성으로 트레이드 됐다. 삼성에서 3년 동안 이승엽 선수와 함께 활동했다. 3년 동안 홈런개수와 타점, 타율 등 무엇 하나 이승엽 선수를 이기지 못했다. 이승엽 선수는 1등 성적에 만족하는 법이 없었다. 2001년 내가 홈런 30개를 쳤다. 이승엽 선수는 39개를 쳤다. 그러고도 나보고 자신의 타격 폼을 지적해달라고 했다. 나는 ‘바꿀 이유가 없다’고 했지만 이승엽 선수는 꾸준한 연습 끝에 타격 폼을 바꾼다. 그리고 다음 시즌에 홈런을 더 쳐낸다. 타자들이 시합전 훈련을 위해 30분 정도 경기장에 더 빨리 오는데, 이승엽 선수는 언제나 1시간 일찍 도착했다.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했음에도 끊임없이 발전적으로 잘 하려고 했다. 여러분이 사회에 나가기 전 박찬호의 자기 관리와 이승엽의 최고를 위한 집념을 갖고 준비해야 한다. 준비된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다.

 고등학교 팀을 졸업해서 프로야구선수 지명을 기다리는 선수가 한 해에 1000여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100명만이 프로에 입단한다. 마찬가지로 매년 100명은 야구장을 떠나게 된다. 여러분이 야구장을 떠나는 100명 중 기억하는 이름이 얼마나 될까. 결국 국내 프로야구는 100대 1의 경쟁이라고 생각한다. 선수가 성공하기까지는 여러 가지 변수가 많다. 선수로서 부상을 당하면 끝이다. 감독의 성에 안차거나 눈 밖에 나도 마찬가지다. 내가 1995년 처음 롯데 자이언츠에 함께 입단한 선수들이 은퇴할 때는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여기 있는 분들은 여러 선택을 할 수 있지만, 프로 야구선수에겐 두 가지 선택 밖에 없다. 성공 아니면 실패다. 그러나 성공에도 비결이 있다.

 사람에게 있어서 무엇보다 ‘정신 건강’이 중요하다.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야구선수들도 부상 앞에서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만다. 언제나 중요한 경기에 앞서 100% 자기 능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진정한 프로선수다. 하지만 일부 선수는 시합 전날까지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신다. 언제나 준비가 완벽히 되지 않았을 때 급하게 힘을 쓰면 부상을 당하기 쉽다. 100m을 달려야 하는데 준비가 안 돼 있으면 지기 싫어서 급하게 달린다. 모든 부상의 70% 이상은 철저한 준비와 자기관리 부족이다.

 요즘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진학을 하지 않는다. 바로 프로선수가 되는 것이다. 어려운 가정형편에서 운동하는 어린 선수들이 많다. 이들은 입단 초기 3~4억 정도를 받는데, 이를 어디에 썼냐고 물어보면 대다수가 부모 빚을 갚는데 썼다고 한다. 집에 쌓였던 빚을 갚고, 집을 사는데 돈을 쓴 이들은 졸지에 집안의 가장이 된다. 프로 정신이 제대로 생기기도 전에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것이다. 자기만족에 자만심에 빠지고 술과 담배의 유혹을 뿌리치지 않는 등 자기관리를 못하는 것이다. 내가 오늘 경기에 100% 전력할 준비가 돼 있는지가 중요하다.

 한 해에 100경기 이상을 해설하다보면 타석에 들어선 타자의 표정만 봐도 승패를 가늠할 수 있다. 타자가 불안해하면 이미 절반은 진 것이다. 페널티킥을 하는데 키커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 그가 ‘나는 오른쪽 구석에 찔러 넣고 세리머니를 하겠다’고 생각하는 것과 ‘이 골을 못 넣으면 어쩌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크게 다르다. A급 선수는 주자가 없으면 재미가 없다며 긴장감을 못 느끼고, B급 선수는 나에게 기회가 오지 않았으면 하고 생각한다. 프로선수든 사회인이든 몸 건강과 함께 정신이 건강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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