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관계’를 맺는다. 이러한 ‘관계 맺음’ 속에서 우리는 감히 서로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말하고, 마치 서로가 똑같을 것이라고 엉뚱한 상상도 해본다. 손을 잡고 웃고 지나가는 연인들은 각자 서로에 대해서 너무나도 잘 알고 있으며, “우리처럼 잘 맞는 사람은 없을거야 그치”하고 속삭이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우리에게 작가 신경숙은 『부석사』에서 사람과 사람사이의 ‘갈등’을 그리며, 서로가 똑같이 일치되는 것보다 어느 정도 ‘틈’이 존재해야 한다는 충고를 던진다.
믿음을 주었던 사람들에게서 배신을 당한 두 주인공. 여자는 오랫동안 사귀어 온 연인에게, 남자는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을거라 생각했던 여인과 절친한 직장동료에게 배신을 당한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두 사람은 지금까지 타인에 대해 아무런 의심도 없이 하나라는 믿음을 지녀왔다. 하지만 결국 배신을 당하게 되고, 거기에서 오는 상처는 그들에게 무질서와 무기력함만 남겨준다.
믿고 있던 사람에게 당한 배신의 기억은 좀처럼 지우기도 힘들다. 한 인간의 일생마저 뒤흔들어버릴 만큼 충격 또한 대단하다. 배신으로 인한 그들의 흔들림은 나에게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하게 하고 주변을 마구 어지럽히는 고약한 심보를 보면서도 안쓰럽다는 생각을 지니게 했다.
그들은 우연한 기회에 나란히 부석사 행을 택한다. 부석사의 전설에서 보면 선묘낭자에게 있어서 사랑은 ‘사랑하지만 다가설 수 없는 것’이었다. 그녀는 바위로 변하여 용이 되면서까지 의상대사를 지켜주었고 결국 그에게 영원히 다가설 수 없었던 사랑의 슬픔이 부석의 틈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부석 설화에서의 틈은 가까워 질 수 없는 틈을 내포한다고 볼 수 있다.
부석사로 가던 중 산골짜기에 꼼짝달싹 할 수 없는 처지가 되면서 그들이 느끼는 감정들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깨달음으로 전해준다. 완전한 것만이 가치를 가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녀와 그는 사과가 반으로 쪼개지면서 그 향기가 더욱 진하게 나타나고 반달도 반달 나름대로 보름달이 가질 수 없는 빛과 자태를 나타낸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는 완벽히 하나로 포개짐이 최상이 아니라, 서로 벌어진 틈이 존재함으로 인해 더욱 의미 있게 된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일깨워주기 위한 의도로 보여진다.
마지막 낭떠러지에서 그녀와 그를 부석과 같다고 생각한 것은 그 틈이 있었기에 서로의 주체를 보다 명확히 인정하고 의미 있게 바라볼 수 있다는 반추의 미가 돋보이기 때문이다.
거울처럼 똑같이 포개지는 것이 아니라, 마치 두 개의 평행선이 나란히 한 곳을 향해가고 있는 것처럼 서로의 존재를 현재의 상태에서 일정한 틈을 두고 바라보았을 때 그 존재가 올바른 가치로 인식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단순히 설화에서 보여주었던 비극의 틈을 말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생각한다. 틈을 통해 서로를 진정으로 바라보고 인식해야 한 다는 것. 그것이 이 책을 통해 작가가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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