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인회 교육학과 교수

제주대에 임용돼 2개월도 지나지 않은 짧은 기간동안 4차례 투표할 기회가 있었다. 총장직선제 폐지 찬반투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불신임 투표, 교수회장 보궐선거 그리고 국회의원 선거였다. 투표와 선거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학연, 지연, 혈연의 관계로 상이한 주장을 접하며 집단의 사정과 얽히고 엮여졌지만 마지막 의사결정은 개인의 몫이었다. J. W. Newstrom의 주장처럼, 참여란 개인이 집단상황에 정신적, 정서적으로 관여해 집단의 목표에 기여하도록 동기를 부여받고, 목표에 대한 책임을 공감하도록 하는 사회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장만채 전남교육감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면서 일부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교육감직선제 폐지 논쟁의 제3라운드가 점화되고 있다. 교육감 선거는 40여년에 걸친 임명제를 극복하고 1991년 간선제로 실시돼 2006년에 처음으로 주민직선제로 전환되었다. 그러나 교육감직선제 폐지에 대한 논란은 2010년 6ㆍ2동시지방선거 직후부터 다시 시작됐다. 
 
제1라운드는 동년 10월 6일 전국 시·도지사협의회에서 교육감직선제 폐지와 시ㆍ도의회의 동의하에 교육감을 임명하는 안을 주장하면서 촉발됐다. 그러나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의 직선제 폐지 반대 입장과 전국 시ㆍ도교육감협의회 및 교육계의 강력한 반발로 이 논쟁은 수면 아래로 갈아 앉았다. 제2라운드는 작년 8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후보단일화와 연계된 2억원의 성격을 둘러싸고 점화돼, 세종시 교육감선거와 맞물려 활활 타올랐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여당의 주도로 러닝메이트제와 공동등록제가 제시됐지만, 17번째 지역교육의 수장인 세종시교육감은 현행 법령에 의하여 직선제로 선출됨으로써 제2라운드가 마무리됐다.
 
그러나 교육감직선제 폐지에 대한 불씨는 상존하고 있다. 이 제도는 평균 법정 선거비용으로 38억원 이상의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는 고비용 저효율의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이에 따른 금권개입과 비리 연루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일부 교육감과 자치단체장의 이념적 차이와 갈등이 부각되었고, 직선제 관련 쟁점에 대한 교육계와 행정학계의 인식차이도 논란의 원인이다. 따라서 교육감직선제 폐지에 대한 논란은 언제든지 발화될 수 있으며, 그 불길은 2014년 전국의 민선6기 교육감을 선출하기 직전까지 지속적이나 간헐적으로 전개될 것이다.
 
그러면 우여곡절 끝에 처음 시행된 교육감직선제를 지켜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해외 선진국과 달리 지방교육자치제도가 정착되지 않고 관련 법률이 계속 개정되고 있는 우리의 상황 하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 첫째, 교육감직선제는 현행 지방교육자치제도의 목적을 달성하는 기제 가운데서 핵심적인 보루이기 때문이다. 교육감이 자치단체장과 동등한 협력관계를 조성하여 지역교육의 발전과 학교교육의 개선을 도모하기 위해서라도 교육감의 주민대표성은 중요하다. 둘째,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자주성을 위해서이다. 지방교육자치 부활 이전의 40여년 세월 동안, 교육은 정치의 시녀 역할을 담당해왔다. 아직도 정치권력이 무소불위인 사회문화적 환경을 고려할 때, 임명제나 러닝메이트제 등으로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중립성을 담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셋째, 현재의 지방교육재정이라도 제대로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지방자립도가 낮은 우리의 경우, 지방교육재정 확보는 지역교육을 위한 중대 사안이다. 그런데 현재 시·도의회로 통합된 교육위원회의 역할을 통해서는 지역교육의 특수성을 고려한 교육 관련 예산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다.
 
교육감선출제도와 관련된 각종 여론조사나 최근의 연구결과에서 교육감직선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응답자들은 주민 전체에 의한 교육감직선제를 유지하면서 신중한 개선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비록 교육감직선제는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지만 세계화 및 지방화 시대에 있어서 지역주민의 교육주권을 지키고 참여를 이끌어내는 효과적인 제도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6월이면 19대 국회가 시작된다. 그래서 우리나라 교육 및 과학의 입법과 예산을 다루는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 대한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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