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락 해양산업경찰학과 교수

해양산업경찰학과 학생들은 1학년 때부터 제주대학교 실습선인 아라호를 타고 근해부터 원양까지 실습을 간다. 그 중에서 가장 일정이 긴 원양실습은 3학년 1학기 때 간다. 올해는 50명의 학생들이 5월 21일부터 30일까지 10일간 일본 오키나와를 다녀온 후, 6월 1일부터 8일까지 중국 상해를 다녀왔다. 나는 이 중에서 7박 8일의 일정으로 50명의 학생들과 함께 중국 상해를 다녀왔다.
 
바다에서 배를 타본 경험이라곤 고교 수학여행 때와 육지에서 타던 차를 제주도로 가져 오기 위해 완도에서 제주도까지 타 본 두 번의 경험이 전부였던 나는 배 멀미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채 배에 올랐다.
 
배에 올라타서 일주일간 머물 방을 정리하고 짐을 푸는 동안에도 배는 조금씩 출렁이면서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있으니 배는 아직 출항도 안 한 상태인데도 이미 두통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런 가운데 6월 1일 오후 6시에 아라호는 제주항을 떠났다.
 
2시간 후 아라호는 비양도 근처 해상에 도착하여 하루 동안 정박을 하였다. 바다 한 가운데 정박한 아라호는 바다와 함께 출렁거리고 있었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다가는 말로만 듣던 무시무시한 배멀미를 할 것 같아 미리 준비한 멀미약을 한 알 꺼내 먹었다.
 
오후 11시경에 잠을 자기 위해 침대 위에 누우니 머리는 지끈지끈 아프고 침대와 함께 내 몸이 이리 흔들 저리 흔들하면서 왔다갔다하기 시작했다. 멀미에는 자는 게 최고라는데, 이렇게 배가 흔들리는데 어떻게 잠을 자야 하나 생각하면서 아라호에서의 첫날 밤을 억지로 청했다.
 
다음날 아라호는 본격적인 항해에 나섰다. 비양도 근해에서 중국 상해 근해까지 쉬지 않고 20시간 정도를 가는데 그때 배의 흔들림은 정박해 있을 때의 흔들림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기가 힘들 정도라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침대 위에 누워 있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멀미를 할 것 같으면 자면 된다는 선임교수님들의 말이 귓가를 울리지만 이런 상태에서는 도저히 잠을 청할 수가 없다. 인터넷도 안 되고, TV도 나오지 않고 책도 볼 수 없고, 정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빨리 시간이 흘러 상해에 도착하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학생들이 머무르는 방 근처에 있는 화장실에는 누군가 심한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외부로 배출해 놓은 구토의 흔적들이 여기저기 보이기 시작했다. 그걸 본 순간 나는 가지고 있던 마지막 한 알의 멀미약을 먹었다. 외부로 흔적들을 배출할 수밖에 없는 정도가 배멀미의 마지막 단계인 100에 해당하는 배멀미라고 한다면 난 그런 행위만 하지 않고 있을 뿐이지 80 정도에 해당하는 배멀미를 이미 하고 있었다.
 
이러한 고통의 시간이 흘러 어느새 아라호는 중국 상해 근해에 도착하였고, 거기에서 하루를 정박한 후, 6시간 정도를 더 가서 상해에 도착하였다. 아라호에 올라탄 지 3일 만에 배에서 내리니 난생 처음 와보는 중국 상해에 왔다는 기쁨보다 흔들림이 전혀 없는 평평한 땅에 내가 서 있다는 것이 기쁨이 더 크게 느껴졌다.
 
상해에서 머무르는 동안 하루를 제외하고는 정박해 있는 배에서 잠을 자고, 6월 7일 오후에 상해를 떠난 아라호는 쉬지 않고 27시간 정도를 항해하여 다음날 제주항에 입항하였다.
 
7박 8일간의 일정동안 나는 다행히 100에 해당하는 배멀미는 하지 않았다.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하니 거의 20일 정도의 시간동안 배멀미와 싸우면서 아라호를 타고 일본과 중국을 다녀온 학생들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아가 바다에서 일을 하는 모든 분들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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