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영철 행정학과 교수

학생들에게 주고 싶은 글로 쓴다. 졸업을 앞둔 학생들에게 무게를 더욱 두고 쓴다. 학교를 나가면 학교와는 전혀 다른 세상과 접하게 된다. 그 속에서 때로는 투쟁, 그리고 조화 속에서 승리와 패배가 반복적으로 돌고 도는 생활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여러분들은 사회가 해답이 없는 혼돈(chaos)의 연속임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 혼돈의 정도는 우리의 학생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는 광란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광란 속에서는 기존의 체제도, 선배도, 은사도 여러분에게 아무런 정답을 제시할 수 없다는데 어려움은 더욱 가중된다. 왜냐하면 여러분 앞에 일어나는 일들은 우리도, 기존의 체제도 체험하지 못한 사건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일어나는 사건과 현상마다 변이종 암세포처럼 설명과 예측 불가 일색이다.
 
그럼에도 세상은 혼돈 속에서도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해답이 있다는 증거다. ‘사회 새내기 여러분들이 이 해답을 어떻게 찾아 갈 것인가?’가 본 글의 주 내용이다. 해답 찾기는 ‘세상은 꼭 같은 것은 하나도 없는 복잡한 요소로 구성이 되어 있지만 모두 연결이 되어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이를 네트워크 사회라고 한다. 쉬운 예가 있다. 1967년 미국 중부 도시 대학교의 사회학자 밀 그램은 뉴욕의 친구를 찾기 위한 실험을 한다. 친구에 대하여 아무런 정보도 없는 드넓고 복잡한 뉴욕에서 도대체 몇 사람을 통하면 찾을 수 있을 것인가? 그는 생면부지의 뉴욕사람에게 편지를 써서 이 사람을 찾아 달라고 했다. 결과는 다섯 사람을 거치니 친구를 찾았다. 그래서 밀 그램은 지구상에 어떠한 두 사람도 5명만 거치면 다 아는 사이가 된다고 했다. 우리나라 학자도 유사한 실험을 했다. 2007년에 연예인의 네트워크를 분석했더니 최고의 허브는 2.7명인 박경림이었다. 즉 내가 박경림에게 내 친구를 찾아 달라고 하면, 박경림은 세 사람만 통하면 찾아 줄 수 있다는 말이다.
 
트위터의 대통령이라고 칭하는 작가 이외수는 140만 명의 팔로워(followers)를 가지고 있다. 이제는 친구찾기, 문제해결은 이외수 한 사람에게만 부탁해도 된다. 이외수는 곧 140만 명의 연결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유력 대통령 후보 박근혜, 문재인, 손학규 등도 이외수의 마음을 잡으려 그의 강원도 시골집을 방문하고 있다. 조만간 이들은 전 세계인들의 조회 수가 8천만을 넘고 있는 ‘강남 스타일’ 싸이의 집 앞에서 싸이를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네트워크 사회에서 여러분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해답은 이외수나 싸이와 같은 마당발(hub)를 접근할 수 있는 사람(linker)을 찾으라는 것이다. 과거에는 마당발이 최고였으나 네트워크 사회는 굳이 마당발이 되려고 애를 쓸 필요가 없다. 마당발은 되기도 어렵지만 각종 경조사 경비 등 유지 비용과 노력이 많이 든다. 그러나 마당발을 연계하는 매개자를 찾는 일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우리보다 여러분이 훨씬 잘하고 있는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이 바로 훌륭한 매개자다. 그 속에 네트워크의 주요 구성요소인 마당발도, 매개자도, 중심자(center)도 다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여러분은 제주도에서 태어나고, 학교도 제주대에 다녔기 때문에 선배도, 인맥도 없어 고생했던 여러분 선배들보다 훨씬 유리한 환경에 있다. 여러분은 마음만 먹으면 국내ㆍ외의 어느 누구와도 즉시 연결할 수 있는 잠재력과 여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이러한 네트워크 사회에서는 구성원으로서의 의무가 있다. 항상 열린 마음을 가지고 다른 사람과 조직과의 원활한 소통을 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이 의무 위에 타인과의 공동 진화를 추구하는 네트워크 운영원리에 충실하여야 한다. 이 의무에 충실하지 않을 시에는 네트워크는 그를 방출할 것이며, 방출된 자신은 네트워크의 천형이라고 할 수 있는 외톨이(outsider)로 살아야만 한다. 네트워크의 축복 속에 철학을 논하는 여유 있는 여러분의 모습을 그려본다. Good Lu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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