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희 경영학과 교수

아직 여름날의 열기가 남아있는 아라캠퍼스를 걸으면서, 문뜩 이 곳 저 곳에 흩어져있는 푸른 낙엽을 보았다. 가을은 저만치 멀리 있는데, 16호 태풍 볼라벤이 휘몰아쳐 잎사귀, 나뭇가지, 뿌리를 할 것 없이 뒤흔들면서, 때 이른 푸른 잎이 아무도 없는 빈자리에 낙엽이 되어 떨어진 것이다.
 
푸른 잎이 있어야 할 자리는 여기가 아닌데, 아무도 모르게, 거친 바람 앞에 파란 잎을 하나 둘 빼앗긴 나무는 몇 잎 겨우 붙들고 휑하니 앙상한 가지들만 늘어져 있다. 마음속엔 아직 이루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은 데, 파란 낙엽엔 그냥 누군가가 밟고 간 흔적만 있을 뿐 결실이 없다.
 
낙엽! 나는 울긋불긋 곱게 물든 낙엽을 좋아한다. 나는 의례적으로 가을이 오면 단풍이 든 낙엽을 색깔별로 한 잎 한 잎 주워 담아 책갈피에 고이 간직하고, 겨울을 헤아리며 봄을 기다린다. 그러면 내 책갈피에서 숨어 지내며 노랗게 바랜 나의 낙엽은 봄을 마중하고 추위를 걷어 내며 파란 어린잎으로 새로이 돋아날 것 같기에.
 
이제 새학기가 되었다. 수강신청, 개강파티, 동아리 행사, 교우관계, 과제준비 등 여러 가지 크고 작은 과제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분주한 일과들을 보내고 있는 모습들을 본다. 이러한 일상들이 반복되다보면, 목표는 없고 과정만 있는 평이한 한 학기로, 푸른 낙엽이 되어 지고 말터인데... 이제 결실이 있는 노랗고 빨간 단풍으로 하늘을 날아오르자! 힘차고 멀리 거센 바람을 가르며 날아오르기 위해서는 지켜야 할 세 가지 약속이 있다.
 
첫째, 모든 일에 목표를 세우자. 크고 작은 과제들을 구분하여, 일 단위, 주 단위, 월 단위, 학기 단위의 목표를 각각 세 가지만 세워보자! 그리고 내가 지나온 길이 어디까지 왔는지 확인해 보자. 목표는 내가 가야할 방향을 분명하게 가르켜 줄 것이기에 완벽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둘째, 시간을 관리하자. 시간의 경계를 구분 짓고, 그날 그날 시간의 사용내역을 돌이켜 보며 과도하게 시간을 할애한 일에 대해 집중관리하자. 긴급한 일이나 사소한 일에 얽매이기 보다는 포기할 것과 버릴 것을 구분하여, 중요한 일을 먼저 실천하자. 쉬는 시간, 공간 시간 등 자투리 시간을 생산적인 일에 활용하자.
 
셋째, 많은 것을 사랑하며 긍정적인 생각을 하자. 작은 것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많이 받을수록 많이 베풀려고 노력하자. 작은 일에 소홀히 여기지 말되, 큰 것에서 승부를 낼 줄 알아야 한다. 소외된 곳을 생각하며, 자신을 낮추어야 할 것이다. 주변에 고민하는 친구, 괴로워하는 친구, 낙담하는 친구, 외로워하는 친구의 마음들도 지나치지 말고 늘 함께 있자.
 
새학기에는 가을이 채 오기도 전에 연약한 아쉬움으로 떨어지는 푸른 낙엽이 아니라, 탐스럽고 아름다운 결실로 가득채운 가을 낙엽으로 풍요로움을 마음껏 만들어 보자.
 
가끔씩 찾아오는 바람의 유혹에도 끄떡없이, 가을 낙엽으로 물들 때까지 높진 않더라도 힘껏 하늘을 향해 올라보자. 나태함을 잊고, 무절제를 없애고, 외로움을 털어 버리고, 세찬 바람에 맞서서, 튼실한 모습으로 가을을 맞이하자. 더 멀리 더 높이 미래의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의 꿈과 희망, 열정과 인내로, 빨갛게 노랗게 물들여 보자!
 
어렵다고 낙담하지 말며, 현실에 주저앉지 말고, 끝까지 나의 목표와 계획을 포기하지 말자. 용기와 인내를 가지고 쉬지 않고, 그렇다고 달리지도 말며, 한 걸음 한 걸음 차근차근 시작한다면, 어느새 꿈과 소망은 이루어질 것이다.
 
오늘도 푸른 낙엽은 다가올 가을을 잊고 말없이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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