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정 간호학과 교수

보건복지부가 오는 11월까지 입법예고한 뒤 내년 4월 시행할 계획인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에 대한 대학생들의 관심이 뜨겁다. 개정안은 대학 내 부대시설을 이용한 수익사업 장소를 제외한 모든 곳에 주류 판매 금지와 음주 금지를 담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학생에게 유독 관대한 음주문화를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와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대학의 낭만과 자치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지적이 맞서고 있다.
 
나는 대학 신입생 때 소주 한 병을 마시고 극도의 불쾌한 경험을 한 이후로 소주를 잘 마시지 않으며 어쩌다가 술을 마시게 될 때에는 맥주 한두 잔 마시고 마는 사람이다. 또 간호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술이 회피적 대처기전의 대표적인 예로 알고 있기에 스트레스 상황에 대해 매번 맨 정신으로 대처하는 것이 힘들다 하여 술을 마시지는 않는다. 따라서 술에 대한 나의 시선은 약간 편향적임을 고백하겠다.
 
우리나라는 음주의 양이나 행태에 대해 매우 관대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폭음의 기준은 한 번에 소주 5잔 이상 마시는 것인데 이 기준에 근거해 2011년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가 대학생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생의 71%가 폭음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음주 행태와 관련해서도 무조건 원샷을 강요하는 대학생들의 술문화는 주폭을 양성한다는 죄를 피하기 힘들며 주폭 행태와 관련된 사회문제도 적지 않았다.
 
2010년 모 대학의 학생이 학과 휴게실에서 선배들의 이름을 다 외우지 못한 벌로 소주 2병을 강제로 마시고 숨진 사건을 비롯하여 2006년 이후 술 때문에 숨진 대학생만 15명이라고 한다. 그리고 2011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고려대 의대 성추행 사건도 술과의 관련성을 배제할 수 없다. 술에 대한 관대함 때문에 폭음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그로 인한 음주사망과 성폭행과 폭력이 사회문제로 번졌다.
 
보건복지부의 대학 내 금주 조치에 대해 모대학 총학생회장이 “캠퍼스에서 낮술을 한 잔 가볍게 하는 것은 대학생활의 활력소이자 좋은 추억이다”라고 말한 언론기사를 본 적이 있다. ‘전국에 금주령을 내린 것도 아니고 캠퍼스 내에서 술을 마시지 말라는 것인데 왜 저렇게 반대하는 거지?’라는 나의 의문이 캠퍼스의 낭만이 술에 있다는 말에서 풀렸다. 작년 봄 모 대학 캠퍼스에서 낮술판을 벌이고 있던 대학생들을 보며 저절로 눈살을 찌푸리던 기억이 났다.
 
나는 대학이 진리를 탐구하고 인생을 설계하며 젊음의 열정을 불태우는 곳이라고 생각하며 이것이야말로 대학의 낭만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대학에 다닐 때는... 이렇게 시작하려다 멈칫했다. 그래도 나의 대학시절을 짧게 이야기 하자면, 시대와 사회에 대한 호기심과 지적 탐구심이 많아 선배들과 인생과 철학, 문학, 정치, 사회 등을 주제로 논쟁을 하면서 지지 않으려고 전공이 아닌 다양한 서적들을 읽으며 인간과 인생을 보는 안목을 넓혔다.
 
남ㆍ녀 기숙사에서 벌이는 ‘Open House’라는 행사에서 친구들을 초대하고 초대받기도 했고, 축제 때는 파트너를 구하기 위해 미팅이나 소개팅을 한 적도 있고, 해부학의 기초를 동아리 선배들에게 배웠고, 산악회 동아리에서는 지리산을 비롯한 국내 여러 산을 등반하며 호연지기와 단합심을 기르는 등 학교와 학과, 동아리 행사에 참여하면서 내적 성장과 소속감, 자부심을 길렀는데 이는 전공지식의 습득만으로는 부족한 사회생활에 대한 준비도 되었던 셈이다.
 
전공을 불문하고 4년제 대학을 졸업하면 웬만한 수준에서 취업이 다 되었기에 학생들은 공부 이외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하는데 필수라고 여겼던 알 까기(Abraxas)의 찬란한 고통을 겪는 자유를 누렸는데 이것이 내가 경험한 대학생활의 낭만이었다.
 
요즘의 대학생들을 보면 지금과 같이 힘든 시대를 물려준 것이 미안한 마음이 자주 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유를 가지고 동아리 활동이나 학내 축제를 비롯한 다양한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타인과 소통하고 그 속에서 자신을 비춰 정체성을 깨닫고 성장하면 좋지 않을까? 스펙만 중시하거나 대학의 낭만을 술에서 찾는다면 대학생활은 공허하고 피폐해질 것이며,  사람들과 소통하고 함께한 경험은 추억이 되어 삶을 더 아름답고 풍성하게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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