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맞이 제주 탐방

서늘해진 날씨, 높고 새파란 하늘. 가을이란 계절은 그 자체만으로 우리를 감성에 젖게 만든다. 감성에 젖은 당신, 문화를 즐기기엔 제주도가 너무 좁다고 탓하지 말라. 감춰진 문화공간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으니, 어두운 등잔 밑을 밝혀보는 건 어떤가?

 

이색 전시공간 가을화단 매혹 - 연갤러리

갤러리, 이름만 들어도 버겁다. 가까이 다가가면 높은 문턱이 자신을 가로막을 것만 같다. 여기 보는 갤러리가 아닌 참여할 수 있는 갤러리, 살아 있는 갤러리가 있다. 제주시 이도2동에 위치한 연 갤러리다.
 
“많은 분들이 같이 문화를 공유하고 즐길 수 있는 여유로움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연 갤러리 송정은(44) 실장의 말이다.
 

갤러리 방문자들이 다양한 작품들을 감상하고 있다.
연 갤러리의 작품은 다양하다. 헤어, 사진, 갈옷, 공예 등이 그 종류다. 다양한 만큼 방문하는 사람들의 연령, 성별 또한 다양하다. 아빠들도 많이 참여하는 미술교육프로그램에는 할머니와 손자가 손을 잡고 오기도 한다.
 
“한번은 칠보프로그램을 했었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외국인들이 오셨더라고요. 칠보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없으니까 즐겁게 체험하고 가셨어요.”
 
연 갤러리는 작품의 선정기준이 따로 없다. 작가의 이력도 필요치 않다.
 
▲ 송정은(44) 실장.
“강명순 관장님이 서양화가예요. 작가를 시작할 때, 제주도에 전시기관이 없다는 걸 느끼셨다고 하더라고요.”
 
공공기관에서 전시를 하려면 경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신진작가·청년작가들의 전시공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아쉬움 때문일까? 강명순씨는 건물을 지을 때 이같이 그들의 전시공간이 돼줄  갤러리를 마련했다고 한다.
 
연 갤러리는 매주 새로운 전시로 새로운 갤러리를 만들어 나간다.  매주 월요일에 가면 작가도 직접 만날 수 있다.
 
“연 갤러리에 오면 좋은 작품과 함께 좋은 음악도 감상할 수 있어요. 오면 음료수 드리니까 데이트 코스로 한번 와보시는 건 어떠세요?”

 

발길 따라 찾으면 ‘문학의 향연’ - 제주문학의 집

제주문학의 집에서는 커피 향기에 파묻혀 다양한 책들을 읽을 수 있다.
가을하면 떠오르는 단어, 바로 ‘독서’다. ‘도서관처럼 너무 답답하지 않고, 친구랑 자유롭게 얘기하며 책 읽을 수 있는 곳은 없을까?’ 제주시 건입동에 위치한 북카페 ‘제주문학의 집’은 이런 바람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하다.
 
“요즘 사회는 문학 향수층이 넓지 않아요.”
 
제주문학의 집 이종형(57)사무국장은 말한다. 시인인 그는 “SNS의 발달로 인해 종이책을 읽는 시간이 줄고 있다”며 책을 잘 읽지 않는 현재의 사회적 풍토를 꼬집었다.
 
▲ 이종형(57) 사무국장.
제주문학의 집은 제주특별자치도에서 문학관 건립의 전 단계로 제주문인협회와 제주작가회의의 도움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독자들과의 만남, 소통의 중요성을 깨닫고 북카페를 설립하게 됐지요.”
 
또한 그는 전국적으로 어떤 형태로든 문학관이 있는데, 제주도만 없는 것에 대해 큰 아쉬움을 나타내며, 문학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제주도가 너무 관광지로만 부각되는 것이 아쉬워요. 문화적 인프라에 비례해 문학적 인프라도 받쳐줘야 합니다. 문학관이 하루빨리 지어지는 것이 저의 오랜 꿈이죠. 예산과 장소 등을 논의하고 있지만 언제 지어질지 예정조차 없어 걱정이 큽니다.”
 
이곳 북카페에는 시·소설·수필·아동문학 등 여러 종류의 책들이 비치되어 있다.
 
“책을 읽으며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특히, 젊은 학생들이 많이 찾아왔으면 좋겠어요.”
 
월요일은 휴관이며 오후 1시부터 9시까지는 항상 열려 있다. 보통 카페보다 값싼 커피가 있고 커피를 내려주는 미중년의 신사가 있다.

 

다양한 문화행사 통해 예술 탐색- 예술공간 오이

예술공간 오이에서 연극을 통해 관객과 예술적 소통을 한다.
꿈, 쉽게 말하지만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예술공간 오이, 그곳은 작지만 연극인들의 꿈으로 가득차 있었다. 장차 우리 모두의 공간이 될 수 있게 만들기 위해 그들은 오늘도 에너지를 쏟아 붓는다.
 
“무대공연은 관객들과 같은 공간에서 같이 숨쉬면서 예술을 한다는 점이 다른 예술들과 다르죠. 아무리 영상과 사진으로 남겼다 한들 연극이 끝나면 다 사라져 버려요. 멋지지 않나요?”
 
▲ 오현수(32ㆍ좌) 기획팀장, 전혁준(28ㆍ우) 행정팀장.
예술공간 오이의 연출가 오상윤(38)씨의 말이다.
 
술자리에서 공연단체를 만들고 싶다는 오상윤씨의 뜻에 흔쾌히 동의한 오현수(32ㆍ기획팀장)씨가 함께 설립한 예술공간 오이. 오이는 두 사람 모두 오씨인데 본관이 다르다는 뜻으로 지었다고. 모음으로만 구성된 것이 따뜻한 느낌을 자아내기도 한다.
 
오이의 두 번째 연극 덤웨이터는 ‘고도를 기다리며’를 각색한 것으로 인간의 부조리함을 나타낸다. “과연 그들은 누구를 기다리는 것일까? 인간은 그리고 우리는 누구를,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 기다림의 끝은 있는 것일까?”라는 근본적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다.
 
“요즘은 관객을 많이 끌기 위해 코믹연극을 많이 하는데, 문화예술은 탐구하는 것입니다. 재미는 떨어지더라도 인간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연극을 준비했어요.”라고 전혁준(28ㆍ행정팀장)씨가 말했다.
 
아직 문화·예술적으로 사회적 기업이 없다. 연극뿐만이 아니라 그림, 사진, 영상 그리고 작가까지 사회적 기업으로 키우고 싶은 것이 그들의 목표이다. 더 큰 꿈을 위해 그들은 오늘도 열정의 땀방울을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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