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가수 싸이의 열풍이 대단하다. 미국에서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자그만치 43개국의 음악 차트까지도 보란 듯이 점령하고 있다. 새파란 눈의 외국인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강남스타일’의 ‘말춤’을 따라하는 광경은 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찡한 기분을 자아내게도 한다. 지극히 동양인스러운 외모의 가수가 다름 아닌 한국어를 가지고, 세계를 향해 당당히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갑자기 이 얘기를 꺼내는 데는, 세계를 무대로 임하는 싸이의 태도를 언급하고 싶어서이다. 필자가 무엇보다 그를 통해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되는 점은, 어떤 상황에도 주눅 들지 않는 ‘당당함’이다. 이것은 생각보다 실행하기 어려운 것이기도 하거니와, 생각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다.
 
싸이는 자신과 다른 모습을 한 수많은 타인들 앞에서 결코 기죽거나 소심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의 앞에서 우악스런 말춤을 추며, 시종일관 뻔뻔하게 노래를 불렀다. 본인이 자진해서 정식으로 미국에 진출한 것도 아닌, 갑작스레 생겨난 엄청난 열풍에 맞물려 ‘어쩌다’ 미국 진출을 당하게 된 것인데도, 낯선 반응과 또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이나 긴장 같은 것을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필자는 그가 미국에서 한 공연을 보며 탄성을 내뱉지 않을 수 없었다. 수많은 외국인들이 열광하는 중심에, 선글라스를 낀 동양인 남자가 육중한 몸집을 사정없이 움직이며 강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있던 것이다. 그런 그에게서 왜인지 모르게 느껴졌던 아우라는 다른 게 아니었다. 평소 그가 지니고 있는 ‘당당함’의 결과였다.
 
사실 필자는 그런 당당함을 가지고 있지 않다. 조금만 남이 안 좋은 시선을 보내와도 금방 얼굴을 붉히고 급격히 자신감을 잃는 경우가 많다. 필자는 이것을 성격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해 고치려는 시도도 못한 채 일찌감치 포기해 버리고 말았다. 그 결과는 매우 좋지 않다. 조그만 일에조차도 소심해 대범해야 될 일에는 엄두조차 못 내는 것이다.
 
그렇지만 생각해 보면, 매사에 당당한 사람이 처음부터 그 당당함을 지니고 있었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성격을 바꾼다는 것은 어렵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당당한 자세를 갖는다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스스로를 둘러싼 당당함은 타인에게 자신을 내보이는 데 있어 외양 못지않게 자신을 어필하고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세상의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모두가 하나같이 당당하다. 사실 그 당당함 뒤에는 그에 필적하는 식견이나 지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알맹이보다 때로는 그런 게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도 결코 주눅 들지 않는 자세 또한 필요한 법이다. 그냥 무작정, 되는 대로 밀고 나가면서도 눈빛은 뻔뻔하게, 어느 것에도 꿀리지 않으려는 자신감과 오기로 스스로를 가득 채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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