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지 편집국장

다음달 13일이면 총선거를 통해 학생자치기구 대표자가 선출된다. 이때쯤이면 일부 학생들이 볼멘소리로 하는 말이 바로 ‘총여학생회 무용론(無用論)’이다. 학생들이 하는 말이 ‘총여학생회가 어떤 사업을 통해 어떻게 여학생들의 여권신장에 기여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불만의 목소리는 일부 여학생들을 통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필자가 이 글을 쓰게 된 것은 총여학생회를 성토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학생자치기구 선거 때마다 나오는 ‘총여학생회 무용론’에 대해 매년 총여학생회는 쇄신하겠다고 다짐하고 있지만 일부 학생들의 불만은 계속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제주대의 여성 인권문제는 어떨까.
 
물론 아직도 많은 여학생들이 대학생활에 있어 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대학의 한 교수가 수업 중 성적 농담을 해 수업을 듣던 한 여학생들이 성희롱을 당해 수치스러웠다고 고백한 사건도 있었다. 이 일은 지난 총여학생회 홈페이지를 통해 알려졌다. 당시 총여학생회는 이 일에 적극 개입해 문제해결에 나서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
 
그러나 학교에서 인권을 유린당하는 대상은 여학생뿐만 아니다. 대학에서 소수를 차지하는 구성원인 외국인 유학생, 장애인 학생, 성적 소수자, 시간강사, 학내 비정규직 청소노동자 등도 있다.
 
대학 내 인권문제가 다시 대두되는 것은 최근 서울대의 대학원생들이 인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지난 4월 1일부터 열흘간 서울대 ‘대학신문’이 대학원생 1,14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40.7%의 대학원생이 ‘교수와의 관계에서 부당한 사례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바 있다. 무보수 연구 지시, 사적 업무 지시, 연구비 및 장학금 유용 또는 유용 지시 등의 내용이다.
 
제주대 역시 인권의 관점에서 문제점을 찾아볼 수 있다. 일부 장애 학생은 장애 때문에 많은 노력을 해도 장애로 인한 핸디캡을 인정하지 않는 교수 때문에 학점을 잘 받는 것이 힘든 경우가 있다. 비장애학생보다 학습이 어려운 지적장애 학생을 위해 졸업기준을 다르게 책정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이같은 고충을 겪은 A씨는 “일부 교수들이 장애학생의 고충을 외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비장애 학생과 장애 학생에게 똑같이 평가하겠다고 차갑게 말한 교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중앙대학교, 서울대학교 등에는 학내에 인권센터가 마련돼 있다. 이들 단체는 학생들의 인권 상담,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서울대는 지난 6월 학내에서 학생들의 인권문제에 대한 여론이 들끓자 서울대 인권센터를 신설했다. 서울대 인권센터는 성희롱ㆍ성폭력상담소와 신설 인권상담소를 포괄하는 기구다. 그러나 제주대학교는 초라하다. 제주대에는 이 같은 기구가 없어 상담, 보호가 필요한 학생들을 품기 힘들다. 일단 학내 소수자의 권익보호를 위해 총여학생회를 인권문제를 전담하는 학생자치기구로 격상시키는 것은 어떨까. 학내에 인권을 보호받지 못하는 학내 소수자를 대변하는 단체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물론, 학내에 이들 소수자를 위한 단체는 있다.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국제교류본부 산하의 ‘외국인 유학생회’, 장애인 학생을 위한 ‘장애인인권대책위원회’ 등이 있다. 성적 소수자를 위한 기구는 없다. 하지만 이들 단체는 제대로 된 권익보호를 하는데 힘든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장애인인권대책위원회는 아직도 총학생회의 예비비(예산지출로 인한 부족을 충당하기 위한 예산)로 운영되고 있어 체계적인 활동을 벌이지 못하고 있다.
 
우리 대학도 서울대처럼 인권 관련 업무를 전담할 기구가 필요하다. 대학본부의 학생처 등 관련부서도 학생들의 인권문제에 주목하고 인권센터 설립에 관한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학생들의 인권 뿐만 아니라 오늘도 이 사회에서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시간강사, 대학 용역 노동자 등의 인권도 생각해보자. 소수자의 인권을 굽어 살피는 것도 공동체의 화합을 위해 중요하다. 화합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은 지겹게도 많이 들었다. 앞으로 학생자치기구와 대학 본부가 이를 실제 행동으로 보여줬으면 한다. 모두 제주대학교를 ‘화합하는 학문 공동체’를 만드는데 힘써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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