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읍 ‘수산초등학교’와 ‘풍천초등학교’의 통폐합 반대운동 중심으로

Ⅰ. 문제제기

우리나라 초등교육은 ‘글방’이나 ‘서당(書堂)’에서 동네의 아이들을 모아 놓고 주로 개인적인 지도를 하게 된 데서 시작되었다. 초등교육은 처음부터 소규모에서 출발한 셈이다. 그래서 도시와 농촌에 상관없이 학교의 규모나 학생 수가 문제되지 않았다. 그러나 1960년대 경제개발계획을 시작으로 1970년대 중화학공업화로의 전환, 1980년대 첨단산업의 육성 등 공업위주의 발전정책은 우리나라의 도시화, 산업화를 급속히 진행시켰고, 이에 따라 농촌 지역의 청ㆍ장년층 인구가 도시로 집중하게 되었다. 결국 도시지역의 학력아동 수는 상대적으로 증가하였지만 농촌지역은 감소하여, 농촌의 초등학교들이 소규모화 되었다.
 
농촌 초등학교의 소규모화는 학교와 학급수의 규모를 장기적인 계획에 의해 줄여 나가는 교육적인 의도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래서 교육 당국은 1981년에 소규모 학교(전체 학생수 100명 미만인 학교) 통폐합(한 학교가 인근 다른 학교로 흡수ㆍ통합되는 본교 폐지로 의미를 한정) 기준을 마련하여 1982년부터 추진해 오고 있다.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 정책은 교육투자의 효율성과 정상적인 교육상황 구축을 통한 학습결손의 방지 등 불가피한 측면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 정책은 학생들의 통학과 생활의 불편, 농촌의 유일한 공공기관이며 문화공간인 학교 폐쇄로 인한 지역 주민의 박탈감 등 심각한 문제를 만들 수 있어, 이는 다시 농촌 인구의 이촌향도 현상을 부추기고 농촌을 더욱 피폐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현재 성산읍 역시 이러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하 교육청)은 2012~2016년도 적정규모학교 육성 추진계획에 따라 2013년도에 수산초등학교(이하 수산초)와 풍천초등학교(이하 풍천초)의 통폐합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성산읍 주민들, 특히 수산초가 소재한 수산1리 주민들과 풍천초가 소재한 신천리의 주민들의 반발이 심각한 상태이다. 그래서 현재 성산읍은 소규모 학교 통폐합에 따른 지역주민운동이 형성되고 전개되는 과정에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경제 영역 이외에 사회문화적 영역에서도 지역주민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추세이며, 특히 교육권 그리고 교육환경과 관련된 지역주민운동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세계적인 수준이며, 이는 도시 지역이든 농촌 지역이든 예외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상대적으로 교육 소외 계층이라 믿는 농촌 지역에서 교육문제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으며, 소규모 학교 통폐합 문제가 큰 관심사로 대두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와 관련된 지역주민운동을 분석해 봄으로써, 주민들이 의식주와 관련된 생존권 이상의 권리, 그 중에서도 교육권을 어떻게 추구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대표적인 사례로 수산초와 풍천초의 통폐합에 반대하는 지역주민운동에 초점을 맞추어, 분석틀을 가지고 지역주민의 대응 양상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이는 현재 성산읍 지역에서 가장 큰 쟁점이 되고 있는 문제로서, 교육적으로도 큰 함의를 지닐 수 있다.


Ⅱ. 논의의 배경과 분석틀

1.이론적 논의
 
농촌 소규모학교 통폐합에 따른 지역주민의 대응 양상, 즉 성산읍의 지역주민운동을 분석하기 위해서 먼저 지역주민운동이 무엇인지 알고 그 유형을 구분하고자 한다. 본 연구의 지역주민운동이 속하는 유형과 관련된 선행연구 또한 살펴볼 것이다.
 
이호(1999)에 따르면 지역주민운동이란 ‘주민’이란 말이 내포하고 있듯이 특정한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이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스스로를 조직하고 이를 통해 자신들의 생활에서부터 이 사회까지를 변화시켜 나가려는 움직임을 의미한다. 따라서 주민운동은 대중운동이며, 지역주민들과 밀착된 쟁점들을 통해 실현된다. 주민들이 당장 겪고 있는 생활상의 불편한 점들을 개선하는 활동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생활을 변화시켜 나가는 과정까지가 모두 주민운동의 영역일 수 있다. 이러한 활동을 크게 세 가지로 범주화하여 분류하면 <표1>과 같다.

<표1> 지역주민운동의 분류

분류

형태

특징

외부 자극을 통한 조직화

사안을 관철하기 위한 집단동원

-대중적

-대중적 정치력의 형성

프로그램 중심의

일상활동

주민대중과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의 개발 및 운용

-일상 활동 유지가 용이

-차분하고 다양한 주민

교육이 가능

공동체 형성과

마을만들기

뜻이 맞는 이들끼리의

모임 운영

-주민공동체의 대안제시

-주민참여의 활성화 전개

외부자극을 통한 조직화 활동은 쓰레기 소각장 건설반대운동이나 철거운동과 같은 주민들의 집단적인 저항을 통해 이루어진다. 또한 프로그램 중심의 일상 활동은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한 공부방 활동에서부터 녹색가게의 운영, 주민도서실의 운영, 사회학교의 운영 등 다양한 이슈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또한 마을 만들기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주민들의 자발적 실천 활동도 최근에는 급속도로 확산되어가고 있다.
 
세 가지 유형 중에서 ‘외부 자극을 통한 조직화’는 이미 우리 사회에서 매우 활성화된 유형인데, 본 연구에서 분석하고자하는 성산읍의 지역주민운동은 바로 이 유형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교육청의 통폐합 정책을 외부 자극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청의 외부 자극으로 성산읍 주민들 사이에서 이 문제에 대한 반대의견이 지배적으로 형성되고, 그에 따라 지역주민운동이 집단동원의 형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첫 번째 유형에 속하는 지역주민운동에 대한 대표적인 선행연구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경(1997)은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차산리 주민들이 차산리 고래산에 건설될 예정인 골프장에 반대하는 주민운동을 1990년부터 1997년까지 7년간 벌여 일단의 성공을 거둔 과정을 살펴보고, 그 성공의 요인이 무엇이었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연구자는 연구 결과 지역공동체의 통합을 핵심적 성공요인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또한 운동조직체의 지도부가 운동의 방향을 경제적 보상논리로 흐르지 않도록 원천 봉쇄하고 환경파괴에 맞선 주민생존권 수호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운동의 정당성을 유지했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김웅(1998)은 경남 남해의 주민보상운동 및 현대제철 반대운동의 두 사례를 통해 지방화 시대의 지역정치에서 주민운동의 힘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고, 지역 내에서의 정치 사회적 의미를 파악하고자 했다. 연구자는 주민 운동의 가능성이 운동조직의 결사와 함께 나타나며, 운동의 목표를 이루는 수단으로서 운동조직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경직(2008)은 매향리 일대의 연안지역과 해안지역에 설치되었던 군사시설인 매향리 폭격장에 대한 폐쇄를 주장하는 주민운동을 분석하였다. 1951년부터 2005년까지를 총 4단계로 나누어 살펴보고, 그 성과와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작은 시골마을에서 자생적인 민주주의를 추구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게 보고 있으나, 님비(NIMBY)현상적 운동의 측면 또한 간과하지 말 것을 주장하고 있다.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외부 자극을 통한 조직화 유형에서도 대부분 위험시설 혹은 혐오시설에 반대하는 지역주민운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으며, 본 연구를 통해 분석하고자 하는 교육 관련 지역주민운동, 즉 농촌 소규모 학교 통폐합 문제와 지역주민운동을 연결시키는 구체적인 선행연구가 아직 미비한 실정이다. 하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교육권 그리고 교육환경과 관련된 지역주민운동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으므로, 이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2. 연구대상과 방법

1) 연구대상
 
앞서 ‘연구목적’에서 언급했듯이 본 연구는 교육권과 관련된 지역주민운동을 분석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특히 농촌 소규모 학교 통폐합에 반대하는 운동에 초점을 맞추어, 분석틀을 가지고 지역주민의 대응 양상을 분석해볼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의 대상은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의 통폐합 정책 그리고 통폐합의 대상이 되는 지역의 주민들이다. 이때 통폐합 정책은 그 대표적인 사례로 성산읍 수산초와 풍천초의 통폐합을 다루며, 지역주민은 통폐합 대상 학교가 위치한 수산1리 그리고 신천리 주민으로 한정하여 연구하기로 한다. 수산1리와 신천리의 위치와 인구 구성은 다음과 같다.
 
성산읍사무소 소재지인 고성리에서 수산1리는 서쪽으로 약 3km(리사무소 중심) 지점에 위치하고 있으며, 신천리는 남서쪽으로 약 12km(리사무소 중심)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표2> 수산1리와 신천리의 인구 구성

마을

전체 인구수(명)

성별 인구수(명, %)

수산1리

262

남성

137(52.3)

여성

125(47.7)

신천리

677

남성

358(52.9)

여성

319(47.1)

 
수산1리와 신천리의 전체 인구수를 비교해보면, 신천리가 수산1리의 약 2.5배로 상대적으로 많은 인구가 거주하고 있다. 하지만 남성과 여성의 비율은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수산1리는 각각 남녀 52.3%와 47.7% 그리고 신천리는 각각 남녀 52.9%와 47.1%로 두 마을 모두 기본적으로 남녀 약 5:5의 비율을 보이고 있으나 남성의 비율이 조금 더 높다.
 

2) 연구방법
 
본 연구의 연구기간은 2012년 5월부터 10월까지이며, 구체적인 분석을 위해서 문헌연구법, 심층면접법, 그리고 질문지법을 병행해 사용하였다.
 
문헌연구법은 연구하고자 하는 사회, 문화 현상에 대해 이미 연구하여 발표된 연구 결과물이나 역사적 자료 등을 활용하여 자료를 수집하는 방법을 말한다.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시공간의 제약을 적게 받으면서 폭넓게 연구할 수 있다. 이 방법을 통해 논문을 참조하여 이론적 배경을 서술하였고, 수산초와 풍천초 사례에 관련된 통폐합 정책의 배경과 그 과정을 알아보았다.
 

심층면접법은 연구자가 연구 대상과 직접 대면 접촉을 하면서 질문을 하고 답변을 구하여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는 방법이다. 어떤 주제에 대해 응답자가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자유롭게 이야기함으로써, 문헌으로 포착할 수 없는 개인의 동기나 태도, 감정 등을 알아낼 수 있다. 이 방법을 통해 분석틀에서 대부분의 분석변수에 대한 성산읍 지역주민들의 대응 양상을 알아보았다. 심층면접은 약 6개월(5월~10월)에 걸쳐 실시되었다. 심층면접 대상자는 신천리 관계자, 남, 59세, 교육 관련 입법 관계자, 남, 40세, 제주교육연대 관계자, 여, 42세, 성산읍협의회 회장, 양만길, 남, 52세, 성산읍 연합청년회장, 고종필, 남, 42세 총 5명이다.
 

질문지법은 조사하려는 내용에 관해 설문지를 작성하여 조사하는 방법으로, 실증적 연구 방법에서 수량화 및 통계를 통한 분석을 위해 주로 사용된다. 짧은 시간에 적은 비용으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 방법은 분석틀의 분석 변수 중 주로 ‘지역사회의 통합’을 분석하는 데에 사용되었다. 2012년 5월 25일~26일에 걸쳐 질문지법을 실시하였는데, 25일은 수산1리 주민들을 대상으로, 26일은 신천리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였다. 조사활동 결과 총 수산리 103부, 신천리 90부의 응답지를 수거하였으며, 응답이 유의미한 수산리 102부, 신천리 88부를 통계 분석 하였다. 통계분석에는 spss ver.17을 사용하였으며 주로 빈도분석 결과를 활용하였다. 조사대상자의 특성을 수산1리와 신천리로 나누어 정리하면 각각 <표 3>, <표 4>와 같다. 설문지 결과를 수산1리와 신천리 주민으로 나누어 분석한 것은 지역사회의 통합 정도를 알아보기 위한 의도이며, 초점이 두 마을 주민들의 인식과 태도를 비교하는 데에 있는 것은 아니다.

<표3> 조사대상자의 특성 (수산1리)

사회 인구학적 변수

항목

비율(%)

성별

남자

55.3

여자

44.7

나이

20대 이하

0

30대

3.9

40대

31.4

50대

20.6

60대 이상

44.1

직업

농업

57.3

어업

1.9

공무원

9.7

주부

7.8

자영업

7.8

서비스직

1.0

무직

10.7

기타

3.9

거주기간

0~5년

11.7

6~10년

2.9

11~20년

14.6

21~30년

10.7

31년 이상

60.2

최종학력

초등학교(국민학교) 졸업

14.7

중학교 졸업

21.5

고등학교 졸업

44.2

대학교 졸업 이상

19.6

수산초 졸업 여부

그렇다

43.6

그렇지 않다

55.4

자녀 여부

있다

86.1

없다

13.9

자녀의 수산초 재학 혹은 졸업 여부

그렇다

75.0

그렇지 않다

25.0


<표 4> 조사대상자의 특성 (신천리)

사회 인구학적 변수

항목

비율(%)

성별

남자

56.7

여자

43.3

나이

20대 이하

5.6

30대

11.1

40대

26.7

50대

40.0

60대 이상

38.2

직업

농업

57.3

어업

14.6

공무원

3.4

자영업

3.4

서비스직

6.7

무직

12.4

기타

12.4

거주기간

0~5년

6.7

6~10년

5.6

11~20년

10.0

21~30년

11.1

31년 이상

66.7

최종학력

초등학교(국민학교) 졸업

21.1

중학교 졸업

22.2

고등학교 졸업

40.0

대학교 졸업 이상

16.7

수산초 졸업 여부

그렇다

48.9

그렇지 않다

51.1

자녀 여부

있다

88.8

없다

11.2

자녀의 수산초 재학 혹은 졸업 여부

그렇다

78.0

그렇지 않다

22.0

 
수산1리와 신천리의 조사대상자들은 비슷한 특성을 보이고 있는데, 몇 가지 중요한 변수들을 살펴보겠다. 먼저, 성별의 경우 수산1리는 각각 남녀 55.3%, 44.7%이며 신천리는 각각 남녀 56.7%, 43.3%로 <표 2>에서 언급한 성별 인구 비율 특성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설문에 응답한 남녀의 비율이 적당하다고 할 수 있다. 나이는 두 마을 모두 60대 이상의 응답비율이 가장 높았다. 또한 거주기간을 보면 수산1리와 신천리 모두 31년 이상의 비율이 각각 60.2%와 66.7%로 대부분의 조사대상자들이 각 마을에 오래 살았음을 의미한다. 조사대상자들의 수산초 혹은 풍천초 졸업 여부를 살펴보면 두 마을 모두 졸업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50%를 넘었으나, 자녀가 있는 경우 자녀의 재학 그리고 졸업 비율은 각각 75%와 78%로 높은 수치를 나타내었다.

 

3. 분석틀

본 연구는 “농촌 소규모학교 통폐합에 반대하는 지역주민운동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주요 초점으로 삼아 분석을 시도한다. 구체적인 분석을 위해 정치적 기회 구조, 지역사회의 통합, 조직 요인 그리고 자원 동원의 네 가지를 분석변수로 설정하였다. 그 하위변수와 분석초점을 정리하면 다음의 <표5>와 같다.

<표5> 성산읍 지역주민운동의 분석변수와 초점

분석변수

하위변수

분석초점

정치적 기회 구조

정치적 환경

일부 교육위원과

교육청

지역사회의 통합

애향심

지역주민들의

‘우리의 식’

문제의식

통폐합 사실 인식,

관심도

주민 단결

지역 여론의 방향성

조직 요인

지도자

작은 학교 희망

만들기 제주연대

조직 목표

조직의 규모와 형식성

자원 동원

재정 동원

작은 학교 희망 만들기

제주연대의 재정

확보 계획

전문가 동원

작은 학교 희망 만들기

제주연대에 속하는 사회

단체, 교육관련 전문가

언론 동원 및 형성

지역언론과 지역신문

(JJ일보)

첫 번째 분석변수는 ‘정치적 기회 구조’로서, 정치적 기회는 ‘지속적인 - 그러나 반드시 공식적이거나 영구적일 필요는 없는 - 사람들의 집단행동에 대한 성공 혹은 실패에 대한 기대에 영향을 미침으로서 이에 대한 동기를 제공하는 정치적 환경’으로 정의된다. 집단행동에 대한 이전의 여러 접근방식들, 즉 심리학적 접근, 경제학적 접근, 그리고 문화/이데올로기적 접근에 뒤이어, 많은 사람들이 좀더 정치적이고 구조적 측면에서 이 문제를 다루기 시작하여 ‘정치적 기회구조’라는 개념으로 귀착되었다. 이 개념을 처음 사용한 아이싱어(Eisinger)는 1960년대 미국의 43개 도시의 폭동을 연구하며 정치적 기회 구조를 ‘집단들이 권력에 대한 접근의 획득과 체제의 조작을 가능케 할 수 있다고 보여지는 정도’라고 정의 하였다. 하위변수로는 정치적 환경을 들 수 있다.
 
두 번째 분석변수는 ‘지역사회의 통합’이다. 이는 지역주민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동력으로 주민이 분열되지 않고 단합된 힘으로 투쟁에 전념할 수 있는 토대라 할 수 있다. 애향심, 문제의식, 주민 단결의 하위 변수들을 통해 통합의 정도를 살펴볼 수 있다.
 
세 번째 분석변수는 ‘조직 요인’인데, 이는 운동의 주체 세력이 그 운동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조건이 되는 것으로, 운동의 틀을 짜고 이를 기반으로 운동을 조직화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하위변수에는 지도자, 조직 목표, 조직의 규모와 형식성이 있다.
 
마지막 분석변수는 ‘자원 동원’으로, 여기에서 자원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는데, 참여자들의 인적요소와 물질적인 재원뿐만 아니라 사회적 정당성과, 단체행동에 필요한 회관이나 통신기재 같은 시설물들을 포함한다. 그리고 동원은 집합행동에 필요한 자원을 집합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과정을 뜻한다. 결국 자원동원은 지역운동이 사용가능한 모든 인적ㆍ물적 자원들을 최대한 동원하여 조직화함으로써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하위변수로는 재정 동원, 언론 동원 및 여론 형성, 외부 조직 및 전문가 동원을 들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네 가지의 분석변수 그리고 열 가지의 하위변수를 통하여 성산읍의 지역주민운동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각각의 하위변수와 분석초점은 본론에서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Ⅲ. 통폐합 정책의 전개과정

1. 정책의 형성 배경과 현황

지난 40여 년간 우리나라는 급속한 산업화를 통해 세계가 주목할 만한 경제 성장을 이룩하였다. 그러나 성장 위주의 국가 정책 기조 속에서 분배와 복지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됨으로써 사회계층 간, 지역 간 격차가 심화되었다. 산업화와 더불어 진행된 도시화로 인구가 도시에 집중함에 따라 농촌이 가지는 삶의 터전으로서의 매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이것은 계속 이농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농촌 인구의 감소는 농촌 교육에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젊은 연령층의 이농으로 학령기 아동ㆍ청소년 인구가 계속 줄어들어 소규모 학교가 늘어나고 있으며, 이는 농촌 지역 학교의 교육여건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성산읍 또한 이러한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음 표는 1985년부터 2010년까지의 성산읍 인구 변화 추이를 보여준다.

<표6> 성산읍 ‘전체인구ㆍ초등학교 재학연령인구’ 변화추이

연도(년)

전체인구(명)

재학연령인구(만10세~만14세)(명)

1985

19,829

2,502

1990

18,374

1,702

1995

15,639

1,331

2000

13,387

895

2005

12,459

889

2010

10,994

747


<표6>에서 알 수 있듯이 성산읍의 전체인구와 초등학교 재학연령인구(이하 재학연령인구)는 모두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에 있다. 단적으로 1985년과 2010년의 수치를 비교해보면, 2010년의 전체인구수는 1985년 전체인구수의 약 55% 정도로 줄어들었다. 또한 2010년의 재학연령인구수는 1985년 재학연령인구수의 약 30% 정도로 줄어들었다. 즉 성산읍의 전체인구수가 약 1/2로 줄어드는 시간동안, 재학연령인구수는 약 1/3로 줄어든 것이다. 따라서 전체인구수와 재학연령인구수는 모두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지만, 재학연령인구수의 감소 속도가 더 빠르다고 할 수 있다. 특히 2010년의 재학연령인구수는 747명밖에 되지 않는다. 다음 표는 성산읍의 초등학교 현황을 보여준다.

<표7> 성산읍내 초등학교 현황

학교명

학생수(명)

주소

성산초등학교

77

성산리 333

시흥초등학교

61

시흥리 1214-4

신산초등학교

58

신산리 963

동남초등학교

299

고성리 1128-1

수산초등학교

25

수산리 580

온평초등학교

37

온평리 1577

풍천초등학교

29

신천리 603

현재 성산읍에는 총 7개의 학교가 운영되고 있기에, 평균적으로 본다면 한 학교당 약 106명(2010년 기준)의 학생들이 재학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성산읍 소속 행정리 인구수, 초등학교 위치, 교통 등 다양한 요인들을 고려해보았을 때 학생수가 평균적으로 분산되기는 쉽지 않다. 결국 성산읍 내에서도 학생수가 많은 초등학교와 학생수가 적은 초등학교로 나뉘는 것이다. <표7>에서 알 수 있듯이 동남초의 학생수는 299명인 반면에, 나머지 초등학교의 학생수는 100명을 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재학연령인구수가 많은 도시라면 그 분산이 문제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농촌은 재학연령인구수 자체가 적은 것이 문제인데, 그 재학연령인구가 분산되기에 더욱 큰 문제인 것이다.
 
특히 수산초와 풍천초의 경우, 그 학생수가 30명을 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교육청의 통폐합 정책 대상으로 선정된 것이다. 다음 그림은 수산초와 풍천초의 위치를 보여준다.

 

2. ‘적정규모학교 육성계획(2012~2016)’의 내용

교육청에서는 학령인구의 지속적인 감소와 학생들의 개발사업지역 신설학교로의 급격한 이동결과로 농어촌 소규모 학교에서 복식수업 등의 비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이 불가피하게 됨에 따라 농어촌 소규모 학교를 적정규모로 육성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교육청의 적정규모학교 육성 계획은 다음과 같이 추진되어 왔다.

<표8> 적정규모학교 육성 계획

2009.5

2009년도 소규모 학교 통ㆍ폐합을 통한

적정규모 학교 육성 추진계획

2011.9

2012~2014년도 적정규모학교 육성 추진계획

2012.5

2012~2016년도 적정규모학교 육성 추진계획

첫 번째로, ‘2009년도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통한 적정규모학교 육성 계획’(이하 2009년도 추진계획)에서는 학생 수 60명 이하 본교 그리고 20명 이하의 분교를 대상으로, 3년간의 유보기간을 두어 학생 수 변동추이와 학생 수 확보를 위한 자구노력을 면밀히 종합 분석하여 이웃학교로 통폐합 여부를 결정하기로 하였다. 당시 학생수가 60명이었던 수산초와 학생수가 51명이었던 풍천초가 통폐합 대상에 포함되었다.
 
두 번째는 ‘2012~2014년도 적정규모학교 육성 추진계획’(이하 2012~2014년도 추진계획)으로, 이때 수산초와 풍천초를 2012년 3월 1일 자로 통폐합하기로 결정하였다. 하지만 성산읍 주민들의 반발로 교육청은 다시 통폐합이 아닌 분교장 격하의 결정을 내리게 된다. 이는 2009년도 추진계획과 달라진 내용이 적용된 것이다. 그 내용은 <표9>과 같다.

<표9> 2012~2014년도 적정규모학교 육성 추진계획 中
        - 2009년도 추진계획과 달라진 내용

- 본교의 경우 해당연도에 통ㆍ폐합 반대 시 분교장으로 개편

- 도서지역 학교로 학생 수 30명 이하인 본교의 경우 분교장으로

개편함

- 학생수 100명 이하인 일반학교 및 60명 이하인 통합운영학교의

경우도 통ㆍ폐합 관리대상학교에 포함


이러한 방침에 따라 교육청은 수산초와 풍천초의 분교장 전환을 입법 예고하였다. 따라서 수산초는 동남초를 본교로 하는 동남초 수산분교장으로, 풍천초는 신산초를 본교로 하는 신산초 풍천분교장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한 것이다.
 
하지만 2011년 12월 제주도의회는 서귀포 성산읍 풍천초, 수산초 그리고 대정읍 가파초를 분교장으로 변경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도립학교 설치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수정 가결했다. ‘풍천초, 수산초, 가파초는 2013년 2월 28일까지 효력을 가지며 이들 학교는 2013년 3월 1일부터 분교장으로 개편할 수 있다’는 부칙을 붙인 것이다. 지역주민들을 설득하고 의견을 들을 수 있는 1년간의 유예기간이라 할 수 있다.
 
세 번째는 ‘2012~2016년도 적정규모학교 육성 추진계획’(이하 2012~2016년도 추진계획)으로 현재 적용되고 있는 추진계획이다. 도의회의 수정가결에 따라 서귀포 성산읍 풍천초, 수산초 그리고 대정읍 가파초가 2013년도에 통폐합이 예정되어 있다. 다음 표는 2012~2016년도 추진계획 중 서귀포시의 연도별 통폐합추진 대상학교를 보여준다.

<표10> 서귀포시의 연도별 통폐합 추진대상학교

통ㆍ폐합연도

대상학교

비고

2013년도

풍천초, 수상초, 가파초

 

2014년도

온평초

 

2015년도

가마초

 

2016년도

흥산초, 하례초, 창천초,

토산초, 신례초

 

유보

덕수초

꾸준히 학생수가 60명

이상으로 유지되어 유보

11교

 


성산읍의 경우, 수산초와 풍천초 뿐만 아니라 2014년에는 온평초등학교(이하 온평초)의 통폐합이 예정되어 있다.
 
한편, 2012년 7월 제주도 도의회 부의장이자 교육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한영호(새누리당, 성산읍) 의원은 ‘풍천초, 수산초, 가파초는 2013년 2월 28일까지 효력을 가지며 이들 학교는 2013년 3월 1일부터 분교장으로 개편할 수 있다’는 부칙을 삭제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도립학교 설치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2012년 9월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에서 심의를 받아 본회의 상정여부가 결정될 예정이었지만, 교육위원회 의원 9명중 과반수가 넘는 의원 5명이 상정보류를 요청함에 따라 문석호 교육위원회 위원장은 ‘심도있는 논의를 위해 도립학교 설치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상정보류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현재 소규모학교 통폐합을 둘러싸고 교육청과 지역주민들의 갈등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Ⅳ. 통폐합 반대운동 분석

수산초와 풍천초의 통폐합에 반대하는 성산읍의 지역주민운동을 앞에서 제시한 분석틀, <표 6>에 따라 분석해보고자 한다.

1. 정치적 기회 구조

1) 정치적 환경

정치적 환경, 즉 주민들이 지역주민운동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도록 정치적으로 동기가 부여되고 있는지의 문제이다. 이는 일부 교육위원 측면 그리고 교육청 측면의 두 가지로 봐야한다.
 
먼저 일부 교육위원들은 수산초와 풍천초의 통폐합, 더 나아가 제주도의 소규모 학교 통폐합 문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일부 교육위원들은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막기 위해서 애쓰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 제주도의회에서의 의견 피력뿐만 아니라 주민들과의 소통을 중요시하고 있다.

“의원들은 지역에 가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되요. 그분들이 때에 따라서는 의회에 와서 입장을 얘기하고, 또 그분한테만 얘기한게 아니고, 여기에 있는 의회에 다른 의원들한테도 얘길하고, 교육위 상임위원들 한테도 얘기하고. 그리고 이제 또 지역 의원님은 현장에 가서 가가호호 방문할 수도 있고, 학교에서 가서 교장선생님 뭐 운영위원들하고도 얘기하고, 각종 무슨 행사시에 가서 그 얘기를 이제 듣고 뭐 이렇게 되는거죠.”  (교육 관련 입법 관계자, 남, 40세)

그 소통은 일방적으로 교육위원 혹은 지역주민으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쌍방향의 상호작용이 다양한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지역주민들은 개인적 차원을 넘어 집단적 수준의 조직적인 방식으로 교육의원들에게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하향식 의사결정 구조가 아닌 상향식 의사결정 구조를 따르고 있는 것이다.

“지역주민들은 이제 개인별로도 의견을 내기도 하고, 이제 전체적으로 성명서에 서명을 하는 형태로 가기도 하고, 그런 것을 여기에 와서 직접 피력도 하고, 그리고 교육청에 제출하고, 의원님께 얘기도 하고, 언론에 공표도 하고 다양한 형태로 입장 표명을 합니다.”

“의원님하고 주민들하고 아주 잘 되고 있죠. 주민들은 지지와 뜻을 표하고, 어제 또 간담회 했어요.”
 (교육 관련 입법 관계자, 남, 40세)

그 소통은 일방적으로 교육위원 혹은 지역주민으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쌍방향의 상호작용이 다양한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지역주민들은 개인적 차원을 넘어 집단적 수준의 조직적인 방식으로 교육의원들에게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하향식 의사결정 구조가 아닌 상향식 의사결정 구조를 따르고 있는 것이다.

“지역주민들은 이제 개인별로도 의견을 내기도 하고, 이제 전체적으로 성명서에 서명을 하는 형태로 가기도 하고, 그런 것을 여기에 와서 직접 피력도 하고, 그리고 교육청에 제출하고, 의원님께 얘기도 하고, 언론에 공표도 하고 다양한 형태로 입장 표명을 합니다.”

“의원님하고 주민들하고 아주 잘 되고 있죠. 주민들은 지지와 뜻을 표하고, 어제 또 간담회 했어요.”
 (교육 관련 입법 관계자, 남, 40세)

그 이유로는 특히 지역구 의원들의 경우, 자신의 출신 지역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그 지역의 표심에 민감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출신 지역에서 소규모 학교가 통폐합 될 경우,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수 있고, 재선에 성공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지금 이분만이 아니고 모든 지역구 의회에 계신 의원님들은 지역에 거의 거주를 하거나, 행사시에는 계속 가기 때문에 뭐 거의 그분들과 함께한다는 용어를 표현하는게 적절하다고 보겠죠.”

“표를 받는 민주주의이기 때문에 이제 다음에 또 이런 뜻을 가지고 있다면 엄청난 압박이죠. 이 분이 우리의 뜻을 받아들이지 않는 분이다라는 인식이 들었을 때 내가 다시 의회에 입성할수 있느냐, 그게 안되기 때문에 아마 주민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지는 쪽으로 가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런 결론을 내려봅니다.”
 (교육 관련 입법 관계자, 남, 40세)

하지만 모든 교육위원들이 제주도의 농촌 소규모학교 통폐합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이 문제는 자칫하면 교육청과 충돌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기에, 그 의견 표명에 있어서 교육위원들은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도립학교 설치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상정보류된 이유가 있다. 결국 통폐합에 찬성하는 교육의원들을 설득하는 것은 주민들의 몫인 것이다.

“근데 조례를 제정하면서 의원도 관점이 있기 때문에 통폐합에 찬성과 반대를 하는 의원이 있기 때문에 지금 박빙이에요. 그러기 때문에 상정보류가 됐던 것이고 이제 박빙을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지역주민들의 역할이죠.” (교육 관련 입법 관계자, 남, 40세)

하지만 이런 상황이 지역주민들에게 꼭 비관적이지는 않다. 지역주민들은 몇 년 전과 달리 통폐합을 막기 위해 더욱 노력하고 있고, 주민들의 편에 서주는 교육의원들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기각되지 않고, 상정보류가 된 상황에서 희망을 찾고 있다. 즉 일부 교육위원들의 도립학교 설치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발의는 성산읍 지역주민운동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는 것이다.

“이제 3분 의원님이 의지를 가지고 이렇게 하고, 많은 분들이 있고, 제도적으로 이러한거를 하고자하는 모습으로 봤을 때는 가능하다. 우리는 이번엔 가능하겠다라는 그런 얘기를 했고, 이제 일단 의원들께서도 이젠 그러한 말씀에 대해서 상당히 감사함을 표현하고, 역할을 충분히 하겠다라는 그런 얘기가 있으셨죠.” (교육 관련 입법 관계자, 남, 40세)

하지만 교육청은 농촌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일부 교육위원들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타 시도에는 지역주민학부모의 의견을 100프로 수용하는데가 많아요. 제주가 지금 과거에 했던것을 지금까지 고수하는 대표적인 지역이죠.”
 (교육 관련 입법 관계자, 남, 40세)
 
특히 지역주민들은 교육청과 그 정책에 관한 반감이 굉장히 강했으며, 교육청의 독단적인 의사 결정 방식에 불만이 많았다. 그래서 지역주민들은 교육청과는 소통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공청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크게 실망하고 있다.

“그 사람 공약에 학부모와 주민과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통폐합을 추진 할 것이고 또 농어촌 살리기와 연계하여 적정 규모화를 육성하겠다, 학교의 적정규모화를 육성하겠다, 라고 했어요. 근데 농어촌 살리기하고 학교 적정규모 육성 적정규모라는 것이 학생수가 지금 적다고 해서 당장 이거를 없애는 것이 적정규모화가 아니거든요.”

“공청회는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설명회만하니깐 설명회는 일반적으로 자기 의견을 설명하는 거고 공청회라는 거는 거기에 관련된 모든 집단 이익집단 또는 관련된 집단이 모여가지고 애기를 하고 공방을 해야 되는 거예요. 정말 들어야 되는 거예요.”
 (제주교육연대 관계자, 여, 42세)

“어떤 대화로서 협의점을 찾아 갈려고 그래야지. 뭐 법으로 해가지고 뭐 내년 몇월달되면 한다 폐교시킨다 선포해 가지고 강제적으로 경 해서 분교시킨다, 그거는 좀. 지금 사는 시대가 뭐 2012년인데, 그거는 뭐 누가 납득을 할거야.”
 (성산읍 연합청년회장, 고종필, 남, 42세)

정치적 환경을 생각해보면, 일부 교육위원들의 통폐합을 막기 위한 긍정적인 시도와 지역주민들과의 잦은 의사소통은 성산읍의 지역주민운동에 동기를 부여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도립학교 설치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은 상정 보류되었지만, 성산읍 지역주민들에게 ‘수산초와 풍천초의 통폐합을 막는 것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교육청의 통폐합에 대한 강경한 태도는 이러한 동기 부여를 좌절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또 다른 정치적 환경이다. 따라서 정치적 환경이 꼭 성산읍의 지역주민운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온다고는 확신할 수 없다.


2. 지역사회의 통합

1) 애향심
 
지역사회의 통합의 하위변수로서 애향심은 고향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의 애향심은 성산읍 주민들이 성산읍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의 문제이다. 이러한 애향심의 고취에 있어, 성산읍의 학교들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지역주민들은 학교를 마을의 구심점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농촌의 경우, 문화시설이 도시지역만큼 충분하지 않아 마을의 큰 행사는 대부분 마을의 소규모 학교에서 치러진다. 거꾸로 운동회와 같은 학교 행사가 마을 전체행사로 커지기도 한다. 이처럼 지역주민들의 애향심을 판단하는 데 있어, 지역주민들이 학교를 얼마나 생각하고 있는지가 그 척도가 될 수 있다.

“마을 그 학교는 사실 정말 마을사람들의 문화에 어떤 구심점이기도해요. 뭐 행사같은거 있으면 학교에서 하고 또 모이기도하고 머하고 많이한단말이예요.”

“수산리는 이제 통폐합학교라고해서 거기..정부서 지원을안해주니깐.  그냥 학교에 뭐 엉망되고있으면 해달라는데 안해주니깐. 마을사람들이 할수없이 돈들여서 자기네가하고 농사일 짓다말고 가서 청년회 가서 또 일해주고 그러면서 학교를 가꾼단 말이에요. 왜?우리동네학교니까. 우리학교니까.”
 (제주교육연대 관계자, 여, 42세)

성산읍 지역주민들의 애향심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은 바로 ‘우리동네’ 그리고 ‘우리학교’라는 의식이 퍼져있다는 점이었다. 때문에 학교와 관련된 일, 예를 들어 학교 건물 보수, 학교 정원 가꾸기 등에 지역주민들은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보수를 받기 위한 의도가 아니라 앞에서 언급했듯이 ‘우리의식’이 큰 작용을 한다고 할 수 있겠다. 이와 관련해서, 수산1리와 신천리 주민들이 통폐합 결정이 지역사회에 미칠 영향을 어떻게 보고 있는 지는 다음과 같다.

<표11> 통폐합 결정의 지역사회에의 영향 인식 비교


 

수산1리와 신천리 모두, 긍정적인 영향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는 응답자의 비율이 높았다. 수산1리는 총 51%(매우부정적인영향 18%, 부정적인영향 33%)였으며, 신천리는 총 46.1%(매우부정적인영향 14.6%, 부정적인영향 31.5%)였다. 이처럼 지역주민들은 대체로 통폐합 결정의 지역사회 영향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그저그럴 것이다’의 응답률을 보면 수산1리는 30%, 신천리는 29.2%로 그 비율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응답자의 약 1/3이 이러한 경향을 띠는 것이다. 또한 매우 부정적인 영향의 비율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의 비율이 높아, 지역주민들이 극단적인 부정으로는 치우치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
 
지역주민들은 대체로 높은 애향심을 지니고 있었다. 그 애향심의 증거는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나타났으며, 그러한 마음은 다시 학교에 대한 자발적 봉사를 유발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농촌의 ‘우리의식’이 큰 역할을 한 것이다. 그러한 의식에 기초하여, 소규모 학교 통폐합 결정이 지역사회에 가져올 영향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었으나, 그러한 애향심이 극단적인 양상을 띠지는 않았다.

2) 문제의식
 
구체적 행동은 항상 그 상황에 관한 문제의식에 기반하고 있다. 즉 일단 문제의식을 느껴야 그 의식이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주민들이 수산초와 풍천초의 통폐합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고, 그 문제의식을 행동으로 구체화 할 때, 성공적인 지역주민운동이 이루어질 수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지역주민들이 통폐합 문제를 얼마나 잘 인식하고 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구체적인 항목으로 지역주민들이 통폐합 사실을 들어본 적 있는지, 관심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통폐합이 2013년까지 유예된 사실을 알고 있는지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표12> 주민의 통폐합 사실 인식 정도와 관심도 비교
 

‘들어본적있다’는 비율이 수산1리는 78%, 신천리는 68.5%로 지역주민들 대부분이 통폐합 문제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또한 그 관심도를 보면, 두 마을 모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비율이 높았다. 수산1리는 총 66%였으며, 신천리는 총 49.4%였다. 하지만 신천리의 경우 수산1리보다 관심을 가지고 있는 비율이 낮았으며, ‘보통이다’에 응답한 비율이 31.5%에 달했다. 즉 신천리보다는 수산1리가 통폐합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 차이는 다음 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표13> 지역주민들의 통폐합 유예기간 인식 정도 비교
 

위 표는 지역주민들이 수산초와 풍천초의 통폐합이 2013년까지 유예된 사실을 알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수산1리와 신천리의 주민들은 대조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다. 수산1리의 경우 알고있다는 비율이 59.4%, 알고있지않다는 비율이 40.6%로, 응답자의 과반수가 넘는 주민들이 유예된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신천리의 경우 알고있다는 비율이 36.4%, 알고있지않다는 비율이 63.6%로, 수산1리와 달리 대부분의 주민들이 통폐합 유예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문제의식 부분은 수산1리와 신천리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두 마을 모두 통폐합 문제를 들어본 적 있고 관심을 가지고 있으나, 수산1리가 상대적으로 신천리보다 높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표13>에서 그 사실을 알 수 있다. 통폐합 대상 학교가 위치한 두 마을의 인식 수준이 일치하지 않는 것은 수산1리와 신천리 주민 통합에 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
 
3) 주민 단결
 
지역주민들이 문제의식을 가졌다면, 다음은 바로 주민단결의 문제이다. 만일 운동의 주체인 주민들이 분열된다면 지역주민운동 자체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지며 성공할 가능성도 낮다. 우선 지역주민운동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여론이 한 방향으로 모아져야 하는데, 통ㆍ폐합 문제의 경우 통폐합 찬성 그리고 반대의 두 가지 방향이 나올 수 있다. 다음 표는 지역주민들의 통폐합 찬반여부를 보여준다.

<표14> 지역주민들의 통ㆍ폐합 찬반여부 비교
 

수산1리와 신천리 모두, 통폐합에 찬성하는 비율보다는 반대하는 비율이 훨씬 높았다. 수산1리는 총 85.7%(반대한다 45.9%, 부정적인영향 39.8%)였으며, 신천리는 총 73.1%(매우부정적인영향 46.1%, 부정적인영향 27%)였다. 이처럼 지역주민들 대부분이 통폐합을 반대하고 있기에, 지역의 여론이 통폐합 반대로 모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음 표는 지역주민들이 통폐합을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표15> 지역주민들의 통ㆍ폐합 반대이유 비교
 

먼저, 수산1리의 경우 소속감 상실이 54.8%로 과반수가 넘는 비율을 차지하고 있고,  그 다음으로 등하교 불편이 16.7%를 차지하고 있다. 한편 신천리의 경우에는 등하교 불편이 45.3% 그리고 소속감 상실이 29.7%의 비율을 보이고 있다. 즉 두 마을 모두 등하교 불편과 소속감 상실이 주된 이유를 차지하고 있으나, 수산1리는 소속감 상실을, 신천리는 등하교 불편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 이러한 통폐합 반대 여론을 바탕으로, 다음 표는 지역주민들이 통폐합과 관련된 활동에 참여할 것인지를 보여준다.

표<16> 지역주민들의 통폐합 관련 활동 참여 여부 비교
 

통폐합과 관련된 활동에 참여하겠다는 비율을 보면, 수산1리는 73.5%, 신천리는 60.2%로 두 마을 모두 참여하겠다는 비율이 과반수를 넘고 있다. 즉 지역주민들이 통폐합 문제와 관련해서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역주민들의 여론은 대체로 통폐합 반대로 모아지고 있으며, 그에 따라 지역주민들의 참여 의지 또한 높다. 따라서 지역주민의 단결 정도는 높은 편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주민단결은 바로 ‘작은학교 희망만들기 제주연대’ 출범의 기반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조직 요인에서 자세히 다루겠다.

 3. 조직 요인

 

“지금 이제 그 여러 단체들이 같이 하면서 연대가 꾸려져가는 과정에 있어요. 그 작은학교 살리기 연대가 성산읍에서 지금 생긴거죠. 이거는 없다가 이제 학교를 살려야 되겠다라는 절박함을 지역주민들이 일단 인식을 한 상태에서 관심을 가지고, 그러한 과정에서 이제 연대가 나온것이고.”

“그런데 이제 2016년 까지 적정규모학교 육성계획에 의하면 도내의 17개 학교가 대상이에요. 그러면은 성산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구좌, 남원, 뭐 이렇게 도 전체적으로 가게 되다보니까, 어 그러면은 지금 몇 년 후에는 지금 그 마을도 직면할 문제이기 때문에 그 마을에도 이제 어필하는 거죠. 이제 그 문제는 직면되니까, 우리 문제를 같이 공론화 해서 우리가 뜻을 모아야 교육청에서 이걸 받아들인다. 정책에 수정을. 힘이 있기 때문에.” (교육 관련 입법 관계자, 남, 40세)

수산초와 풍천초의 통폐합과 관련된 대표적인 조직으로 ‘작은학교 희망만들기 제주연대(가칭, 이하 제주교육연대)’를 들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수산초와 풍천초 문제 그리고 성산읍 주민들로 한정된 조직이 아니다. 위에서도 언급하고 있다시피, 2012~2016년도 적정규모학교 육성 추진계획에 따르면 제주도내 다른 소규모 학교들도 통폐합에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그래서 그 지역주민들 또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성산읍 주민들과 함께 제주도 전체적인 교육 연대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조직요인에서는 제주교육연대에 대해서 개략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하지만 이 조직은 2012년 11월 9일 출범식을 앞두고 있기에, 아직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지는 않은 상태이다. 바로 이 점이 본 연구의 한계점이라 할 수 있겠다.

1) 지도자
 
조직에는 항상 그 조직을 이끄는 지도자가 있다. 지도자가 누구인지 혹은 어떻게 구성되는지에 따라 조직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 즉 지도자들이 조직 운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조직에서 지도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제주교육연대도 마찬가지이며, 다음 표는 제주교육연대의 임원(안)을 보여준다.

<표17> 제주교육연대의 임원

가) 고문 : 국회의원

나) 자문위원 : 교육계나 학계 원로 전문가

다) 공동대표 : 참여마을, 학교단위, 단체 참여대표 및 도의원

라) 상임대표 : 읍면지역(학교포함)단위 대표 10인, 도의원 1인

교육연대 2인, 사회단체 1인 - 15인 내외

마) 집행위원장 : 제주교육연대 추천인

바) 각 위원장 : 추후 선임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제주교육연대는 2012년 11월 9일 출범식을 앞두고 있기에, 아직 완전히 임원진이 구성되지 않은 상태이다.

2) 조직 목표
 
제주교육연대를 조직한 목표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미래 사회에 대비하고 공교육의 대안과 희망을 키워나가는 터전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며, 두 번째는 소규모 학교를 떠나는 학교에서 찾아오는 학교, 지역 공동체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학교로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 하에 정해진 주요사업으로는 농어촌 작은 학교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 운동, 교육인프라 확충 운동, 예산확보 운동 그리고 지역, 마을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학교’ 프로젝트 등이 있다. 주요사업에 따른 세부사업은 계획은 다음과 같다.

<표18> 제주교육연대의 주요사업에 따른 세부사업(예시)

제도 개선 운동

교육인프라 확충 운동

-농어촌 작은 학교 통폐합

저지와 희망 만들기 토론회

-농어촌 작은 학교 통폐합

저지를 위한 서명운동

-작은 학교 통폐합 중단과 작은

학교 희망 만들기 조례 운

-작은 학교(농어촌 학교)

조례를 통한 학교 인프라 확충

-귀농귀촌 인구유입 시설

인프라 학충(예 임대주택

예산확보 운동

‘아름다운 학교’ 프로젝트

-농어촌 학교 관련 예산확보

운동(제주도청, 제주도 교육청)

-농어촌 학교 관련 아름다운

기부 운동

-‘귀농귀촌’ 프로그램 확대

-1사 1학교’ 교류협력 사업

-지역사회와 연계한 ‘아름다운

학교’ 프로그램 기획

-아름다운 학교를 위한

재능기부 프로그램 운영

 

3) 조직의 규모와 형식성
 
제주교육연대는 현재 32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으며, <작은학교 희망만들기 제주연대의 회칙> 또한 존재한다.
 
 

4.자원 동원

1)재정 동원

지역주민운동을 전개하는 데 있어서, 만일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그 운동이 실질적으로 성공하기란 어렵다. 또한 재정 동원에서는, 한순간의 일시적인 자금 확보보다는 계속적으로 재정을 확보할 방편이 필요하다. 따라서 성산읍의 지역주민운동에서는 제주교육연대의 재정 확보 방법이 중요시 되는데, 이는 제주교육연대의 회칙에서 확인할 수 있다.

<표19> 제주교육연대 회칙 제6조(회원의 의무)

 제주교육연대 회칙 中 제 6 조 (회원의 의무)

 제6조(회원의 의무) 회원은 다음과 같은 의무를 진다.

 1. 본회의 정관 및 내규의 준수

 2. 공동대표자회의와 상임대표자회의 결의사항 이행

 3. 소정의 분담금을 납부할 의무

 ① 공동대표는 연 5만원의 회비를 납부한다.

 ② 상임공동대표는 연 10만원의 회비를 납부한다.

위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제주교육연대의 회원인 경우 ‘소정의 분담금을 납부할 의무’가 있다. 공동대표는 연 5만원, 상임공동대표는 연 10만원의 회비로, 일반 회원들은 분담금을 부담하지 않는다. 이는 만일 일반회원에게도 분담금의 의무를 부과할 경우, 제주교육연대의 회원 규모에 제약이 따를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동대표와 상임공동대표의 분담금만으로 이루어지는 제주교육연대의 재정이 원활한 자금 확보 통로가 될 수 있을 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2)전문가 동원
 
지역주민들의 통폐합 반대 운동에 정당성을 제공해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전문가들이다. 즉 교육 관련 전문가들은 통폐합의 효과를 분석한 보고서와 논문 혹은 관련 저서 저술 등을 통해서 지역주민운동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해줄 수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이 직접 주민들을 계몽하는 데 나설 수도 있다. 이는 지역주민운동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동기 부여의 요인이 될 수 있다. 성산읍의 지역주민운동에서 전문가라 함은 제주교육연대에 속해있는 교육 관련 사회단체들을 들 수 있겠다. 이처럼 전문가집단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주민들을 지원한다면, 지역주민운동의 효과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제주지역에 있는 많은 사회 단체들, 뭐 전교조 제주지부 부터 되는거고, 이제 어떠한 YWCA라든지, 각종 이제 뭐 공무원 노조도 있고, 그 외에 사회단체들 많이 있죠. 지금 40개 정도 사회단체들이 지지한다는 거죠.”  (교육 관련 입법 관계자, 남, 40세)

이외에도 마을 차원에서 직접 교육 관련 전문가를 초빙하여 강연회를 여는 등 전문가를 동원하여 주민들을 계몽하고 지역주민운동을 펼쳐나가는 데 적극적이었다.

“저희가 작은 학교 관련해서 외부에서 인사을 초빙해가지고 혁신학교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문제점은 없는지 그런 것들을 해가지고 저희가 강연회를 가졌어요 .저희 마을 자체내에서 성산읍에서 읍사무실에 가가지고 저희 마을에서 저희가 요청해가지고.”

“교육전문가이시죠. 최근에 토지 초등학교 선생님이 오셨는데, 거기 학교가 지금 그런 아이들이 행복한 작은 학교, 이런 학교를 해가지고 굉장히 성공하신분. 그 학교예요. 정말 강연도 정말 잘 하셨고, 거기 그때 자료 하면서 우리가 솔직하게 여러 가지 질문도 했었어요.  질의문도만들어가지고.”
 (제주교육연대 관계자, 여, 42세)

3) 언론 동원 및 여론 형성

언론의 힘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막강하다. 언론은 무의식적으로 혹은 의식적으로 사람들의 의식과 행동에 침투하여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현대사회의 정보화와 다원화 현상은 이러한 언론의 힘을 더욱 세게 만들어주고 있다. 특히 지역언론은 그 지역 사회, 지역 이슈 그리고 지역 주민들에게 큰 영향력과 힘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지역언론을 어떻게 동원하느냐에 따라 지역주민운동의 성패가 갈릴 수 있다.
 
특히 본 연구에서는 다양한 지역언론 중에서 지역신문에 주목하였다. 지역신문이란 서울 이외의 도(道) 권역에서 발행되어 그 지역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취재, 편집함으로써 그 지역발전을 꾀하고 지역주민과 상호작용을 통한 지역주민간의 응집력 및 참여도를 높일 수 있는 신문으로 정의할 수 있겠다. 지역신문은 이처럼 주민들과의 친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지역사회에서 대변자일 뿐만 아니라 역사적 기록자이며, 주민활동의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그리고 학교나 교회처럼 윤리적 힘이나 결속력으로써 지역사회의 질서를 위해서 이바지한다. 제주도의 대표적인 지역신문으로 JJ일보, JM일보, HL일보를 들 수 있는데, 통폐합 문제와 관련해서 JJ일보를 분석해보았다. 다음 표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수산초와 풍천초의 통폐합과 관련된 기사들을 분석한 내용이다.

<표20> 수산초와 풍천초의 통폐합과 관련된 기사 건수

연도

2009

2010

2011

2012

건수

(개)

1월

0

0

0

1

2월

2

0

0

0

3월

1

0

1

2

4월

2

2

0

1

5월

3

1

0

5

6월

0

0

1

4

7월

0

0

0

4

8월

1

0

0

8

9월

2

1

3

5

10월

0

0

2

2

11월

1

0

1

0

12월

0

2

5

0

총계

12

6

13

32

 

2009년 12건, 2010년 6건, 2011년 13건, 2012년 32건으로, 통폐합과 관련하여 JJ일보에서 총 63건의 신문기사를 찾을 수 있었다. 2012년의 신문기사 개수가 가장 많은데, 이는 한영호 의원의 도립학교 설치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발의, 2012~2016년도 적정규모학교 육성 추진계획 등 이번 해에 통폐합 관련 이슈가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음 표는 63건의 신문기사를 의견기사와 스트레이트기사로 분류한 것을 보여준다.

<표21> 수산초와 풍천초의 통폐합과 관련된 기사 - 종류별 분류
 

구분

건수(개)

2009

2010

2011

2012

의견 기사(해설)

0

0

4

11

스트레이트 기사(보도)

12

6

9

21

합계

12

6

13

32

2009년과 2010년의 경우 통폐합과 관련된 기사는 모두 스트레이트기사였으나, 2011년에는 4건, 2012년에는 11건의 의견기사가 작성되었다. 다음으로는 63건의 신문기사를 영역 별로 구분한 것을 보여주고 있다.

<표22> 수산초와 풍천초의 통폐합과 관련된 기사 - 세부 내용 분류
 

세부내용

건수(개)

교육청 정책

20

통폐합

15

도립학교 설치 조례

13

소규모 학교 현황

6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4

학교살리기 운동

3

주민설명회

2

이처럼 JJ일보의 경우, 수산초와 풍천초의 통폐합 문제를 관련 이슈가 있을 때마다 다루었고, 최근에는 의견기사도 상대적으로 많이 싣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즉 지역언론에서 지역주민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그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자하는 의도로 보인다. 2012년으로 올수록, 즉 지역주민운동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언론이 통폐합 문제를 주목하는 정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Ⅴ. 맺음말

 근 제주도에서 농촌 소규모 학교 통폐합 문제가 큰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본 연구는 이러한 통폐합에 따른 지역주민의 대응양상을 분석해보고자 하였다. 기존의 지역주민운동 연구는 위험시설 혹은 혐오시설에 반대하는 지역주민운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기에, 이에 교육권 그리고 교육환경과 관련된 지역주민운동에 대한 연구가 미흡한 실정이다. 이에 관련 연구의 필요성을 느끼고, 대표적인 사례로 성산읍의 수산초와 풍천초의 통폐합 문제를 선정하여 분석하였다.
 
<표5>의 분석틀을 이용하여, 성산읍의 지역주민운동을 분석, 평가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치적 기회 구조, 즉 정치적 환경은 성산읍의 지역주민운동에 동기를 부여하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장애가 되고 있다. 즉 한영호 의원을 비롯한 일부 교육위원들의 도립학교 설치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발의, 계속적인 통폐합 반대 의견 표출 등은 성산읍 주민들에게 ‘할 수 있다’라는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하지만 교육청의 농촌 소규모학교 통폐합에 대한 강력한 의지, 특히 2012~2016년도 적정규모학교 육성 추진계획을 통하여 2013년의 통폐합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들은 성산읍 지역주민들이 운동을 회피하게 하는 장애가 되고 있다. 따라서 정치적 환경이 꼭 성산읍의 지역주민운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온다고는 확신할 수 없다.
 
둘째, 지역사회의 통합인데, 대체적으로 통합이 잘 되는 편이었으나, 그 정도에 있어서 수산1리와 신천리의 차이가 존재했다. 우선 두 마을 모두 통폐합 사실 인식 정도, 통폐합에 대한 관심도가 높게 나타났을 뿐만 아니라, 주민 여론이 통폐합 반대로 모아지고 있었다. 이에 따라 통폐합 결정이 지역사회에 미칠 영향도 부정적으로 보았고, 통폐합에 관련된 활동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도 높은 편이다. 즉 지역주민들은 ‘우리의식’을 가지고, ‘통폐합 결사반대’라는 이름하에 단결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수산1리 주민들과 달리 신천리 주민들은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낮았으며, 통폐합에 관한 구체적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등 그 통합정도에 있어서 차이를 보였다.
 
셋째, 조직요인의 분석을 위해 제주교육연대에 대하여 살펴보았는데,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이 조직은 출범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이므로 아직 섣부른 평가를 내릴 수 없다. 제주교육연대의 지도자, 즉 임원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며, 실제로 대표자회의 그리고 상임대표자회의가 열린 적이 없기 때문이다. 주요사업 또한 세부계획만 정해진 상황이다. 하지만 그 규모를 보면 현재 32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으며, 앞으로 계속 참여 단체를 늘려갈 예정이다. 만일 이러한 사회단체들이 분열 하지 않고 연대가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지역주민운동의 성공 가능성은 높아진다.
 
넷째, 자원동원을 생각해보면, 제주교육연대의 재정이 원활한 자금 확보 통로가 될 수 있을 지는 아직 미지수이나, 다양한 사회단체들과 교육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어 이는 지역주민운동에의 근거를 마련해주고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또한 지역언론의 경우 초기에는 통폐합 문제를 제대로 조명하지 않았으나, 지역주민운동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지역주민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그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자하였다.
 
앞으로 농촌 소규모 학교 통폐합에 반대하는 지역주민운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일단 ‘지역사회의 통합’요인이 가장 중요하다. 정치적 기회 구조의 경우, 지역주민들이 교육청을 움직이고 설득하기란 쉽지 않다. 또한 제주교육연대와 언론도 결국은 지역주민들의 통합과 합의의 힘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주민들의 여론이 통폐합 반대로 모아졌으므로, 더 많은 주민들이 통폐합 문제를 인식하고, 관심을 가지고,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지역주민 스스로 지역사회의 통합과 단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가작 논문은 인터넷으로 제공됩니다. 제주대미디어(news.jejunu.ac.kr)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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