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고 있다. 봄, 특히 우리 학교의 봄은 겨울날의 설경을 되풀이 하듯 벚꽃이 선사해주는 선경(仙景)이 있어 너무나 아름답다. 흰 벚꽃이 흐드러질 때는 수묵화 한 폭이던 것이 꽃이 조금씩 지면서 푸르른 새 잎과 섞이면 채색된 수채화가 되어 우리를 감동시킨다. 그 2·3주간은 정말 선계(仙界)를 노니는 신선이 따로 없는 듯하다. 주체 못할 만큼 넘치는 감흥을 시 한 수로도 표현 못하는 무딤이 한스러울 뿐.

한데 이 감흥을 맘껏 즐기기에는 좀 꺼림칙한 게 있다. 벚꽃길이 막 시작되는 곳에서 시내버스를 기다리는 학생들이다. 차를 세우자니 이미 너무 지나쳤거나 뒤차와 추돌이 걱정되고, 그냥 지나치자니 안쓰럽고. 그렇게 학교 정문에 도착하면 거기에는 꼭 학교버스가 학생들을 태우고 있다. 아, 학교 버스가 운행 거리를 좀 연장하면 안 될까? 내가 출강한 적 있는 강원대학교에서는 남춘천 역까지 학교버스가 운행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같은 국립대학이고 거리도 비슷하니 우리도 해볼만 하지 않을까? 총학생회는 일반 학생들의 권익을 위해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학생회관과 도서관 주변은 불법주차한 차들 때문에 사람, 차 모두 다니기 힘들 지경이다. 학생회관 주변은 인도가 황색선으로만 그려져 있어서 차들이 주차장으로 여기고 맘껏 세워져 있거나 아예 인도가 사라진 구간도 꽤 있다. 도서관 앞은 아무렇게나 세워진 차들 피해서 드나드느라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마치 오물 넘쳐나는 화장실 아니 변소에 아슬아슬하게 드나드는 기분이다. 말뚝을 박아서라도 인도를 확보해주고, 불법주차를 강력히 단속해야 한다. 불법주차는 차량의 통행에 방해가 될 뿐 아니라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기 때문에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될 수밖에 없으니까. 또 이는 기초질서 훈련이라는 면에서 인성교육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또한 우리 학교는 전국 어느 대학보다 주차장이 넓고 주차비도 터무니없이 싸다.

서울의 대학들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시내와 똑같은 주차비를 받고 있다. 주차장을 넓히려고만 할 게 아니라 주차비를 현실화하는 게 더 근본적인 대책이 아닐까? 아무리 차를 이용하는 학생들이 많다 해도 대중교통을 통해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더 많지 않은가. 다시, 총학생회는 뭐 하는지, 대학신문은 뭐 하는지 묻고 싶다.

인문대 2호관이 지어진단다. 강의실이 부족해서 짓는 건물인데 어찌된 일인지 강의실보다 교수 연구실이 새 건물에 들어서고, 현존 건물의 교수 연구실을 강의실로 개조해서 사용한단다. 개조에 드는 경제적·시간적 비용도 문제지만, 기존 교수 연구실들의 벽을 트고 칠판과 책상만 갖다 놓으면 강의실이 된다고 생각하는 건 더 황당하다. 21세기에도 19세기식 강의실만으로 충분하다 생각하는 건가.

건물이 완공되는 4·5년 뒤, 기존 건물을 개조한 강의실을 보여주면서 대학설명회를 하고 신입생들을 모집할 건가. 지금도 이미 낡을 대로 낡은 건물에서 2008년 이후에도 10년, 20년 강의를 계속해야 하는가, 인대3호관은 요원하기만 할 텐데. ‘수용자 중심의 교육’이라는 원칙은 학생들을 편하게 해주는 강좌의 개설보다는 이 경우에 더 강력한 구속력을 가져야 할 것 같은데.

오호 애재(哀哉)라,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요, 선계(仙界)도 선경(仙境)도 이미 온 데 간 데 없도다!

                                                                조홍선 중어중문학과 전임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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