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그덕 거리는 책상에 앉아 꽁꽁 언 손을 호호 불어가면서 선생님 말씀에 귀 기울리던 시절. 먼 옛날 일도 아닐텐데 지금은 그때 일을 흑백 영화처럼 추억하게된다.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동려평생문화원(교장 이유근)이라는 야학교를 찾았다. 사람들의 발길도 뜸해진 거리는 이미 어두워져 있었지만, 문화원의 불빛은 그 어느 곳 보다 환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다른 일선 학교의 교무실 모습과는 달리 내 나이 또래의 선생님들이 입학식 준비로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학생들과의 첫 대면이라 그런지 그들의 표정에 약간의 긴장감도 엿볼 수 있었다.
그들이 이곳에 선생님이라는 이름으로 오게 된 계기는 각자 다르겠지만 이 공간에서 느끼고 배우는 것은 같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학생이라는 신분을 아직 벗어나지 못한 채 자신의 아버지뻘 어머니뻘 되는 분들을 가르치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40명의 학생들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하나하나 배워가는 모습을 볼 때면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아직은 배울 것도 많고 누구를 가르치기에는 많이 부족하지만 열정만 있다면 문제될 게 없다.
보수도 없이 자신의 시간을 쪼개가며 봉사하는 그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조금이나마 줄 수 있다는 뿌듯함이 웃음의 원동력이 된다.
배움의 길을 좀 더 환하게 만들기 위해 자신의 열정을 아낌없이 쏟는 그들의 모습이 몹시도 따뜻하게 느껴진다.


저작권자 © 제주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