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기술 기능 보유자 김을정씨 
우리나라는 술 소비량이 세계 1위일 정도로 예로부터 술을 사랑(?)하는 민족이다. 이에 경제발전에 따른 소득 증대와 생활양식의 변화로 술에 대한 소지자들의 취향도 많이 변화해 왔다. 많은 술의 종류가 시판되고 있으나 맥주, 소주, 양주의 소비가 일반화됨에 따라 전통적인 민속주는 점차 빛을 잃어가고 있다.

또한 몇몇 타지방은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민속주가 있는 반면 제주의 민속주는 일반인들에게 생소하기만 하다. 이에 제주의 민속주의 종류를 알아보고 발전 방향을 알아보기로 하자.

제주의 민속주

제주지역에는 논이 적어 밭곡식인 좁쌀, 보리 등을 양조원료로 사용하여 탁주(막걸리)와 청주(쌀로 빚은 순수한 양조주)를 빚었고 고려 말에 이르러 증류기술을 도입됨에 따라 증류식 소주인 한주(汗酒)를 제조다. 제주도는 예로부터 쌀이 귀하여 좁쌀을 주 원료로 한 ‘오메기술’과 ‘고소리술’을 빚어 마셔왔다.

제주의 옛 선인들이 즐겨 마셨던 토속주의 대표적인 술로 ‘오메기술’을 들 수 있다. 오메기술은 차조로 만든 오메기떡을 원료로 하여 빚은 술을 말한다. 차조를 곱게 갈아 가루로 만든 다음 끊인 물에 반죽을 한 후 도넛 모양의 작은 떡을 만들어 찐다.

이 떡이 식기 전에 손으로 물과 함께 주물러 으깬 후 끈끈하게 죽을 만들고, 다시 물을 첨가하여 약간 묽은 상태가 되면 누룩가루를 섞어 항아리에 넣어 보온하면서 발효시킨다.

한 달이 지나면 술이 익는데 고형물은 침전된다. 위에 맑게 뜬 것을 청주라 하며 그 밑에 가라앉은 고형물을 체로 받쳐내서 만드는 기법인 탁배기를 통해 얻어진 것이 탁주라 한다. 탁주는 마실 때는 감칠맛과 독특한 향이 있어 순하게 느껴지지만 마시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취하게 된다.

좁쌀을 원료로 하여 오메기술의 제조방법으로 빚은 것이 ‘좁쌀주’이다. 좁쌀주는 좁쌀로 빚은 술로써 쌀로만 빚은 청주와는 또 다른 부드럽고 독특한 향과 맛을 느낄 수 있다.

‘고소리술’은 증류주인, 흔히 소주를 말한다. 소주는 600년 전 중국 원나라 때 처음 생산됐으며 한반도에 들어오면서 지역마다 명칭을 달리했다. 제주는 쌀이 귀했기 때문에 쌀로 빚은 청주는 드물고, 주로 좁쌀로 오메기술이나 소주를 빚었다. 고소리술은 알코올농도가 약 40%로써 무색이고 향취는 약간 탄 듯하면서 고소하며 주로 관혼상제에 많이 사용했다.

현재 제주의 술

현재 시판되고 있는 제주의 술은 ‘선인장열매술’과 ‘감귤와인’, ‘감귤브랜디’, ‘한라산 소주’가 있다.

선인장열매술은 손바닥선인장의 열매를 소주와 숙성시켜 액즙만을 마시는 것이다. 손바닥선인장은 이미 민간요법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통증, 종기, 해열 등에 효과적이다.

하지만 색소가 pH, 산소, 온도 등에 매우 불안정하여 저장 및 유통기간 중에 퇴색되거나, 침출하는 선인장열매의 양이 많을 경우 점질성 다당류의 함량에 따라 기호를 떨어뜨려 술의 품질에 문제가 되고 있다.

감귤와인 즉 감귤발효주는 포도주, 사과주와 같이 흔한 것은 아니다. 전남 나주에서 배를 원료로 생산하는 ‘배로와인’과 같이 지역적인 특성을 살려 제주감귤을 이용한 발효제품을 생산하려는 시도에서 이뤄졌다.

감귤발효주는 포도주에 비하여 발효공정이 어려우며 발효 후 여과하면 감귤향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다. 또 우리의 음주습관이 맥주와 소주에 길들여져 있어 와인에 익숙하지 않은 점에서 수요에 많은 제약이 뒤따른다.

또 브랜디의 경우도 프랑스에서 수입되는 포도브랜디를 제외하고 소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감귤주의 산업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금은 전래되는 제주의 전통 민속주는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현대적인 감각에 맞게 양조방법을 일부 변형하여 제조되고 있다. 좁쌀로 빚은 오메기술은 제주 전통주에 가장 가까운 형태라고 할 수 있으나 소비자의 취향과 어떻게 조화시켜야하는지가 과제이다.

언제든지 소비자에게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우리의 술을 만들기 위해 기술개발이 필요한 때이다. 또한 민속주가 계절적인 수요에서 벗어나 일상 생활에서 언제나 즐길 수 있도록 술의 품질을 높이는 일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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