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동양의 창을 열다'를 읽고

처음 이 책의 제목을 접했을 때는 ‘키스’를 소재로 한 동양의 예술 작품을 설명한 책인 줄 알았다. 그러나 책을 직접 보았을 때 표지에 그려져 있는 인물의 이름이 ‘키스’임을 알 수 있었다. 제목만 보았을 때 오해를 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키스’라는 화가는 우리나라에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미술 교과서에 나오는 모네, 마네, 고흐 등 유명 화가들만 접해오던 나에게는 더욱 생소한 이름이었다. 평소에 미술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영국 화가가 그린 아시아가 궁금했기에 이 책을 펼쳐들게 되었다. 특히 1920~40년이라 써져 있는 표지에 숫자를 보고 더 관심이 갔다. 그 시기는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가 되어 힘겨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을 시기인데 그 당시에 우리나라에서 그림을 제대로 그릴 수 있었을까라는 궁금증이 이 책을 읽게 만들었다.
 
이 책은 원저 <동양의 창>을 옮겨 쓴 것으로 키스가 동양 각지를 여행하며 언니에게 보낸 편지를 편집한 것이다. 원저의 편집과정에서 편지를 쓴 날짜나 실제 인물의 이름 등 사적인 내용이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부분은 삭제됐지만 편지라는 형식이 독자들을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준다. 나 또한 키스가 자신의 언니에게 쓴 편지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책을 읽는 내내 나에게 온 편지라 생각하면서 더 몰입해 읽을 수 있었다. 중간에 삽입된 그림도 많아서 읽기에 한결 흥미로웠다.
 
그러나 앞부분의 편지 내용을 읽으면서 키스가 서양에서 태어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동양을 좋아하면서도 깔보는 느낌을 받았다. 중국의 방바닥이 더럽다고 부정적으로 표현하거나 우리나라 한복의 저고리가 너무 짧아서 우스꽝스럽다고 한 표현을 읽으면서 내심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뒷부분을 읽어나가면서 자신의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지내면서 자신의 혈육인 언니에게 아직 적응하지 못한 낯선 나라에 대해 그 정도의 투정은 부릴 수 있을 것 같다며 키스를 이해하게 됐다.
 
사실 뒷부분에 옮긴이가 쓴 해제 <엘리자베스 키스의 삶과 그림: 한국을 중심으로>를 읽으면서 앞의 내용에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책을 다시 한 번 읽으면서 교훈을 얻었다.
 
키스가 동양의 여러 문화를 접하고 그림을 그리던 시기는 1920~40년대인데 지금은 2013년이다. 나는 지금도 해외여행이라면 설레기도 하지만 무섭고 두려워지는데, 그 당시에 해외를 혼자 돌아다니면서 그림을 그릴 생각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나에게는 놀라웠다. 언어도 통하지 않는 낯선 이국에서 자신을 도와줄 사람을 찾아다니며 그림을 그렸던 키스의 담대함이 정말 부러웠다.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보지 않고 새롭고 아름다운 것으로 보는 그녀를 느끼며 나는 어떠한가를 살펴보게 되었다. ‘나와는 다른 사람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를 보면서 틀리다고 보고 배척하지는 않았나?’하고 말이다.
 
책의 내용 중에서 키스는 다른 화가들이 낯선  나라에 가서 무작정 그림을 그리는 것과 달리 새로운 그 나라의 문화에 흠뻑 빠져든 다음에야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거치고 나서야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그녀는 말로만 겉으로만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이해한 후에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러한 면은 나의 교육관에 영향을 주었는데 선생님이 학생들과 상담을 할 때 말로는 이해한다고 하지만 내면적인 것은 이해해주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물론 별개의 문제라 생각하면 그렇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이 글귀를 읽는 순간 나와는 다른 사람, 학생을 이해하고 대할 때에도 키스의 이러한 자세는 본받을 만하다.
 
비록 미술과 교육은 겉으로 보기엔 아주 다르게 보이지만 생각하기에 따라 비슷한 면이 많은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여류 작가인 키스의 세계관과 사실적인 그림을 통해 더 잘 알게 된 것도 좋았지만 나의 교육관에 있어서도 더 깊이 생각하게 되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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