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민 지음『다산선생 지식경영법』
책을 읽는다는 것은 유목적적인 행위다. 인간의 행위치고 목적을 가지지 않은 것이 없듯이, 독서도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런 사실을 자주 망각하곤 한다. 책을 읽다가 내용에 함몰되거나 부분적인 내용 파악에 빠져 목적을 잃어버리기 일쑤다. 그만큼 책 읽기는 쉽지 않다.
 
독서의 목적과 학문의 방법을 배우고 싶은 사람(특히 학생)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은 정민의 『다산선생 지식경영법』(김영사, 2006.)이다. 다산치학 10강(綱), 50목(目), 200결(訣)을 소개한 책으로, 읽노라면 무릎을 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닐 것이다.
 
내가 이 책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어망득홍법(魚網得鴻法)으로, ‘하나의 일을 하나씩 하기보다 동시에 몇 가지 작업을 병행하여 진행하라.’는 권고였다. 내가 이 책을 읽은 것은 박사학위논문을 쓰느라 정신이 없을 때였다. 그런데도 몇 페이지를 넘기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하나하나의 방법이 나에게 주는 충고인 것 같았다.
 
그 중에서도 어망득홍법(魚網得鴻法)은 학위논문에 목매달고 있는 나를 부끄럽게 했다. 여러 일을 동시다발적으로 하라는 권고는 당시 내가 구하고자 했던 답이었기 때문이었다. 다산선생의 충고를 받아들여 동시다발적으로 항목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더니 거짓말처럼 내용들이 통합되기 시작했고, 서로 보완하며 길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다른 책까지 손을 댈 수 있었다.
 
현대적 관점에서 이 말을 풀자면 통합적 사고로 통섭하라는 뜻이었다. 모든 학문은 서로 통하는 길이 있기에 상호 보완, 상호 협조하라는 충고. 그래서 학위논문과 함께 ‘이야기로 풀어가는 우리 시조’를 동시에 낼 수 있었다. 다산 선생의 지혜와 그 지혜를 내게 알려준 정민 선생에게 큰절이라도 하고 싶었다.
많은 내용 중에 학업과 학문에 뜻을 둔 후배며 제자들에게 다음 다섯 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먼저 수사차록법(隨思箚錄法)으로 생각이 떠오르면 수시로 메모하라는 것이다. 생각의 속도는 빛의 속도보다 빠르다고 한다. 떠오를 때 잡지 않으면 곧 사라져 버린다. 따라서 늘 메모하고 기록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으로 축기견초법(築基堅礎法). 기초를 확립하고 바탕을 다지고 난 후 앞으로 나가라고 권한다. 공부를 시작할 때 용어와 개념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앞으로 나가야지 그렇지 않고는 헤맬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기초를 단단히 다지는 일이야말로 학업과 학문의 기초가 되는 것이다.
 
셋째로 촉류방통법(觸類旁通法)은 묶어서 생각하고 미루어 확장하라는 권고다. 사고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서로 비슷한 것을 묶어서 생각할 줄 알아야 하고, 묶어서 생각할 때 비교와 대조, 구분과 분류가 가능해진다. 그렇게 됐을 때 비유나 유추 등과 같은 방식으로 사고를 확장할 수 있다.
 
넷째로 공심공안법(公心公眼法)이다. 선입견을 버리고 주장을 펼치라는 것이다. 우리는 선입견을 갖지 않을 수 없고, 자신의 손익에 따라 행동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선입견을 가질 경우 바른 논지를 세울 수 없고, 손익을 따질 때 진실이나 진리와는 멀어지게 된다. 그래서 학문의 길은 지난(至難)한 것인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수정윤색법(修正潤色法)을 강조하고 싶다. 아무리 좋은 글이라도 이를 다듬고 고치지 않으면 짚북데기와 다를 바 없다는 말은 고금을 막론한 진리다.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사람을 능가할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 하더라도 다듬지 않으면 그 진가를 발휘하기 어렵다. 그런 만큼 갈고 닦고 다듬는 일이야말로 학문의 시작이자 끝이라 생각한다.
 
이외에도 이 책을 통해서 너무나 많은 지식경영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을 때도 반드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목적을 가지고, 목적에 맞게, 표시하고, 되새기며 읽으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다 읽고 나서 허탈감을 맛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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