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정초가 되면 사람들은 마음속에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 하나씩을 갖는다. 그것이 무엇이든 사람들은 서로에게 용기를 북돋워주려는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의지처럼 쉽게 달성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오히려 정초에 다졌던 마음가짐으로 인해 상실감과 낙담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 실망하기에는 이르다. 그 보다는 서로에게 용기와 격려를 나누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손을 내밀어주는 자세가 필요한 때다.
 
대학 신입생 시절, 선배들 틈에 끼어 ‘소학(小學)’을 배우던 시간이 있었다. 하루라도 빠지면 따라가기가 어려워서 나태해지지 않으려 무던히도 애썼던 기억이 난다. 중간고사를 마쳤을 즈음에 배웠던 구절이 아직까지도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 옛 선인들이 아동기에 배웠을 그 내용을 대학에 입학하고서야 비로소 배울 수 있었지만, ‘쇄소응대진퇴지절(灑掃應對進退之節)’이라는 구절은 필자는 물론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도 꼭 필요한 구절이 아닐까 생각한다.
 
쇄소응대(灑掃應對)는 ‘(아침에 일어나면) 물 뿌려서 마당을 쓸고 어른에게 공손히 응한다’는 뜻이다. 청결과 청렴, 공경의 마음으로 정리되지만, 옛 어른들은 아침에 일어나서 먼저 행하여야 했던 일로 불시에 닥칠 수 있는 손님이나 집안 어른의 부름에 공손히 응하는 마음가짐을 포함한다. 이는 청결과 동시에 수기(修己)의 대상으로 자아실현의 방법이기도 하였다.
 
진퇴지절(進退之節)은 ‘(벼슬길에) 나아가고 물러감에 있어서 지켜야 할 도리’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도리는 절차와 예절 및 도덕적 덕목과 책임 등 처신하는 것을 생활의 기본 사항으로 여긴다는 의미이다.
 
이는 열심히 공부하여 국가와 사회에 헌신할 수 있는 태도를 기르고, 그를 실천함에서도 바른 품성을 유지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생활 자세를 유지하고자 하였던 옛 어른들은 글공부를 할 때에도 욕심내어 많이 암기하는 것보다 바른 자세로 앉아 정신을 집중하여 또박또박 읽어나가는 태도를 더욱 중요하게 여겼다.
 
필자에게는 세월을 두고 되새기기에 참 좋은 구절이지만,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는 쓴 소리가 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뜻을 세울 때 이러한 마음가짐을 갖는다면 나아갈 길에 대한 구체적이고 현명한 지혜로 작용하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취업을 위한 스펙(specification) 쌓기도 중요한 일이겠지만, 자신을 바르게 하고 주변을 돌아보며 낙담한 친구들에게 따뜻한 마음으로 격려를 아끼지 않는 진정성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오늘의 자신이 1년 후, 10년 후의 모습과 같아서는 안 되기에 내 자신은 물론, 주변을 돌아봐야 한다. 한 해 두 해 성장하는 자신의 모습을 대견해하고 후배에게 격려의 손길을 내어주기 위해서는 자신을 잘 갈무리하는 생활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옛 선비의 공부 자세가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고 성품을 닦는 데에 있었다면, 오늘의 우리는 스스로의 생활 자세를 바르게 함으로써 마음속 의지를 실천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게 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봄볕에 무르익는 계절 예찬의 감성도 필요하겠지만, 아무런 목적 없이 어울려서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 아닐까?
 
3월이 거의 흘러갔다. 신입생은 새로운 세계를 열었고, 재학생은 또 다른 의지의 실천을 위해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학과 행사로, 학교 행사로 정신없이 바쁘게 흘려보내는 시간 속에 굳건한 마음으로 다잡았던 실천의지가 빛이 바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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