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키나와의 대표적인 전통음식으로 장시간 푹 삶아 기름기를 뺀 돼지고기.
일본 오키나와는 장수지역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이곳의 중심 도시인 나하시 종합운동공원에는 ‘세계 장수지역 선언비’가 있다. 1995년 8월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오키나와가 세계 최고의 장수지역 중 하나로 검증받은 뒤 세운 기념비다. 이 기념비가 말해주듯 오키나와는 장수촌의 대명사 중 하나였다. 돼지고기는 푹 삶아 기름기를 빼서 먹는 음식문화에 두부, 야채볶음과 생선국을 주로 먹는 등 건강식 위주의 식단이 많다. 그 밖에 고야(쓴 오이), 시쿠아사(귤모양의 레몬 일종) 등 섬에서 나는 채소와 과일로 만든 전통식단을 유지한 덕분에 다들 장수했다. 아열대 기후로 1년 내내 따뜻하고 대중교통이 미비해 주민들의 일상 운동량이 많았던 것도 주요한 요인이었다.
 
오키나와인의 장수와 관련된 각종 통계를 보면 이 지역사람의 수명은 일본인의 평균치를 훨씬 능가한다. 1990년대 일본인 평균수명이 80세인데 반해 오키나와인의 수명은 83세에 이른다. 고령자 비율도 높다. 65세 이상에서 차지하는 90세 이상 비율은 1000명당 36.3명으로 일본 전체평균 3.36명에 비해 10배 이상이다. 암과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률도 각각 전국평균의 70%, 50%에 지나지 않는다.
 
오키나와인의 장수 비결은 무엇일까. 주로 독자적인 역사ㆍ종교ㆍ기후조건에서 우러난 인간관계와 생활양식 그리고 독특한 식생활 등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물론 이들 요인은 한데 어우러지면서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오키나와의 연평균 기온은 22.5도다. 최저기온은 10도 안팎, 최고도 33도를 넘지 않는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환경변화에 적응하기 어렵다. 고령자는 젊은이에 비해 외부의 온도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약해 약간의 기온변화에도 몸의 이상을 느낀다. 또한 연중 따뜻한 날씨는 주민들에게 끊임없는 일을 가능케 한다. 일반적으로 더운 지역 주민들이 게으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오키나와는 예외다. 나이를 불문하고 예외 없이 일을 한다. 끊임없는 노동과 그렇지 않은 경우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온난한 기후 그리고 이로 인한 끊임없는 노동이 자연으로부터 얻은 장수혜택이라면 독특한 식문화는 주민들이 일궈낸 또 다른 장수요소다. 음식문화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육류 음식문화이다. 여기서 육류는 돼지고기를 지칭한다. 오키나와 사람들의 육류 섭취는 대부분 돼지고기다. 육류 섭취량이 많았던 것은 육류를 금기시했던 본토의 불교문화가 오키나와에는 없었고 2차 대전 후 미군주둔지로서 수입육에 대한 관세가 면제돼 돼지고기를 싼 값에 구입할 수 있었던 것이 큰 원인이다.
 
돼지고기 요리는 우선 고기를 장시간 푹 삶는 것으로 시작한다. 냄비에 뜬 기름은 제거하고 단백질로 뭉친 고기를 제각기 식성에 맞도록 조리한다. 탕의 경우 반드시 무와 미약의 일종인 곤부, 갈조류의 해조 등을 섞어 조리한다. 오키나와 주민들은 밥에 돼지고기국, 두부와 야채, 생선 등이 곁들여진 균형 있는 식사를 즐긴다. 또한 소금에 절인 야채는 먹지 않는 풍습이 있다. 염분섭취가 본토인들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도 오키나와만의 특징이다. 오키나와에는 쓰케모노(절인야채)가 없다. 사시사철 신선한 야채가 생산되는 만큼 굳이 야채를 소금에 절여 저장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장수촌 오키나와의 명성이 퇴색하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WHO로부터 세계 최고 장수지역으로 선정된 지 불과 7년 뒤인 2002년 2월. 오키나와 현은 일본 후생노동성이 실시한 전국 평균수명 조사 결과 오키나와 남성의 평균수명이 전국 47개 도도부현 중 26위(77.64세)로 곤두박질쳤다다.
 
원인으로는 패스트푸드 확산 등 서구식 식습관 변화가 첫손가락에 꼽혔다. 자동차 보급도 또 다른 원인이었다. 전철 등 대중교통수단이 부족한 상태에서 자동차 보유가 일반화되면서 주민들의 운동량이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서구식 환경변화와 운동부족은 비만을 가져왔고, 비만은 결국 질병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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