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진열(행정학과 교수)
내가 최근에 구입하여 읽고 있는 책의 저자는 인간의 심리발달단계에 따라 여러 세대를 병렬적, 동시적으로 살펴보는 방식으로 세대고찰을 분류하면서 1950년대 출생세대는 좌절세대, 60년대 출생세대는 민주화세대, 70년대 출생세대는 세계화세대, 80년대 출생세대는 공포세대로 각각 정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해당되는 80년대 말부터 90년 초반의 출생세대를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여러 가지 있겠지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88만원세대이다. 이는 대학졸업 후 취업이 쉽지 않다는 시대상황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88만원세대라는 신조어가 탄생한 배경에는 우리사회가 대학졸업생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새로운 일자리의 공급이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사회적 원인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현재의 대학생들을 보면서 느끼는 점은 공부하는 기계가 되기를 강요받았던 중고등학교 시절을 지나 개인의 의지에 따라 대학에 진학하고 자신의 진로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하는 대학생은 소수에 불과한 것 같다. 반면에 많은 대학생들은 개인의 의지보다는 부모의 의지와 방식대로 성장되어지기를 강요받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88만원세대라는 꼬리표를 떨쳐버리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대학생 개인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결과를 인생목표로 확고하게 설정하고 최선을 다해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우리대학을 포함하여 전국의 모든 대학들은 졸업생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졸업생의 취업률이 정부에서 받는 지원금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재정지원제한대학 선정지표 10가지를 토대로 상대평가를 적용하고 있고, 10가지 지표 중 취업률, 재학생충원율, 전임교원확보율, 교육비 환원율 등 4가지 지표는 기준을 설정, 절대평가를 통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대학들은 학자금대출제한대학으로 추가 선정된다. 그만큼 졸업생의 취업률은 중요한 지표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일자리가 매우 제한적인 제주지역에서 졸업생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우리대학의 역할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우리대학의 역할을 몇 가지만 제시해 보면, 첫째는 지역사회가 요구하는 방향으로의 대학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지역사회에서 어떤 학문과 어떤 과정을 요구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견수렴과정이 필요하다. 대학 안에서만 고민하는 것에는 한계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
 
둘째, 산학협동으로 제주지역에 적합한 맞춤형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기업에서 요구하는 인성과 능력을 갖춘 고급인력을 대학에서 배출할 때만이 취업률과 더불어 직장에서의 만족도를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육지부 대학의 졸업생이 제주지역 일자리 잠식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육지부의 고급인력이 제주발전을 위해 제주지역에서 활동하는 것을 막자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대학 졸업생이 육지부 대학 졸업생과 평등한 수준에서 경쟁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격을 갖추게 함으로써 제주지역 일자리의 잠식을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명제(대학생=88만원세대)를 부정 또는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대학생 개인은 취업의 어려움을 사회의 탓으로 돌리기보다는 자신의 목표와 노력에 대한 평가를 통해 해결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며, 대학은 졸업생들이 최소한의 평등한 자격을 갖추고 취업시장에 뛰어들어 경쟁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실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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