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인 리더의 뇌/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제주대학교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ㆍ제주의소리와 함께 국제화 시민의식을 고취시키고 미래지향적 마인드를 키워주기 위해 대학생 아카데미를 마련했습니다. 국내의 명강사를 초청해 매주 화요일 오후 열리는 JDC 대학생 아카데미는 오는 6월 11일까지 모두 11번의 강좌와 발표대회, 현장체험 등의 다채로운 행사로 마련됩니다. 학생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 정재승(카이스트 교수)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마시멜로 챌린지(Marshimallow Challenge)’는 네 명이 팀을 만들어 18분 동안 스파게티면 스무 가닥과 테이프, 실을 이용해서 탑을 쌓고, 가장 위에 마시멜로를 올려놓았을 때 높은 탑을 쌓으면 이기는 게임이다. 유치원생, MBA 학생들, 포춘지 선정 50대 기업 CEO 등 다양한 직업군에서 이 실험에 참가했다.

마시멜로 챌린지 게임의 교훈

먼저 변호사나 의사 등 전문가 집단은 테이블에 앉으면 제일 먼저 서로 명함을 주고받는다. 5분 정도 계획을 세운다. 끝날 때까지 계획을 세운 대로 탑을 쌓는다. 대부분의 탑이 무너졌다. 뜻밖에 유치원생의 성과가 좋았다. 유치원생들은 처음부터 계획도 세우지 않는다. 일단 탑을 쌓는다. 5분 만에 작은 탑이 완성된다. 그 탑에 가지를 뻗고 안테나를 세우며 보통 3개에서 6개까지 탑을 만든다.
 
어른들과 다른 점은 어떤 일을 추진하기에 앞서 계획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험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 계획에 너무 집착해선 안 된다. 목표를 완수하는 것이 중요하지 계획은 끊임없이 수정되며 그 문제에 대한 이해를 깊이 하는 방법 중 하나일 뿐이다.
 
앞선 실험에 조건을 하나 추가했다. 게임에서 1등을 한 팀에게 1000달러 정도의 상금을 준다는 조건을 내걸자 결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여러 사람들을 달리해 실험했는데도 탑들이 죄다 무너지는 결과가 나왔다. 사람들이 긴장하고 정신 차리면 결과가 더 나아질 줄 알았는데 처음 해보는 일, 기발한 아이디어가 필요한 일은 보상을 내걸수록 오히려 결과가 나빴다.
 
사회에 나가면 어떤 조직이든 연봉제라는 환경에 놓인다. 사람마다 등급을 나눠 평가하고 기준에 따라 연봉이 매겨진다. 가장 좋은 등급을 받으면 물론 좋겠지만 매번 혁신을 이룰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창의적인 리더의 뇌는 연관 짓기

창의적인 생각을 할 때는 멀리 떨어져 있는 영역이 서로 연결된다. 평소에 상관이 없어 보이는 것들을 연결하고 다른 각도로 바라보는데서 창의성이 늘어난다. 그런 점에서 다른 방식으로 사고해서 다른 결과를 얻을 때가 창의적인 것이지 그걸 배우는 순간 창의적인 방법이 아니다. ‘창의성’을 자극하는 방법은 머릿속에 남들과 다른 것을 넣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초등학교부터 대학입학까지 모든 학생들의 머릿속에 정해진 교과서를 집어넣으려고 한다. 심지어는 선행학습도 한다. 늘 ‘남들은 어떻게 공부하지’, ‘남들이 뭘 하는지’를 보고 따라가면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처음 생각하기는 어렵지만 그 아이디어를 보는 순간 알아채는 건 쉽다.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먼저 생각하기가 어렵지, 알고 나면 변형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창의적인 리더’의 뇌는 다른 분야를 놓고 자기가 하는 일과 연결 지으려고 한다.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시도를 한다. 세상에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고민한다.

길을 잃자 지도를 얻었다.

몇 년 전 국제학회에 초청받아 대전에서 수업을 마치고 급하게 터키 이스탄불행 비행기에 올랐다. 학회 장소는 터키 서부의 테키르다라는 작은 도시이다. 공항에서 차를 렌트해 지도가 알려주는 대로 그곳으로 향했다. 오후 5시 테키르다에 거의 도착할 무렵, 내가 학회 장소에 대해 아는 정보라고는 테키르다라는 사실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하지만 하루 종일 도시의 거리를 헤매다가 문득 내가 이 도시에 대해 많은 걸 알게 됐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이 도시의 지도가 머릿속에 새겨지고, 학회장소를 찾아 헤매던 그 순간에도 내 뇌는 근사한 호텔과 멋진 산책로, 예쁜 바닷가를 잊지 않고 기억해둔 것이다. 우리는 지도 위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인생에서 길을 잃지 않는 것보다 중요한 건 ‘지도를 그리는 시간’을 갖는 것임을 깨달았다.
 
대학 생활도 마찬가지다. 지도를 가지고 어디로 가야하는지 4년 내내 매달리지만 사회에 나가면 아무도 지도를 주지 않는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제 발로 걸어 다니며 깨우쳐야 한다. 젊은 시절에 많은 도전을 하지 않으면 나이가 들어서도 남의 지도를 기웃대는 사람이 된다. 자신이 만든 지도를 갖고 있지 않으면 어느 분야에서 오래 일해도 전문가는 될 수 없다. ‘실패하지 말자’가 아니라 ‘실패하더라도 시도해봐야지’라는 마음을 먹었을 때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성공하면 방법을 바꾸고 실패했다면 한 번 더 시도해야 한다. 진짜 실패는 시도조차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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