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경언(수학교육과 교수)

세상의 모든 학문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늘 어떤 문제에 직면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문제가 해결됐을 때 큰 성취감이나 보람을 느끼기도 하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서 실망하거나 좌절하기도 한다. 가끔은 나에게는 너무나 큰 문제인데 듣는 사람은 너무 쉽게 받아들여서 속상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문제를 잘 해결하고 싶다면 문제의 본질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란 무엇일까?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면 좋을까?
 
수학, 특히 학교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수학에 관심을 둔 수학교육학에서는 문제에는 일반적으로 ‘목표, 장애요인, 해결자의 의식’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포함된다고 한다. 즉, 문제는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해결 절차가 알려져 있지 않아서 어려움을 유발하며 이때 해결자로 하여금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식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대개 문제가 있다는 말을 들으면 어려움을 유발하는 장애요인을 먼저 생각한다. 정말 그렇다. 모든 문제에는 장애요인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내가 느끼는 장애요인의 크기와 다른 사람이 느끼는 장애요인이 크기는 다를 수 있다. 여기서 문제의 난이도 특히 문제를 접했을 때 느끼는 어려움의 차이가 나타난다. 또한, 장애요인만큼이나 문제를 정의하고 한정하는 데 중요한 것이 해결자의 의식이다.
 
다시 말해, 어떤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해결자에게 그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면 그 상황은 문제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회피하거나 포기해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수학교육에서 문제해결과 관련된 연구로 유명한 폴리아(G. Polya)는 문제해결과 관련된 의지와 자기 조절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가르친다는 것은 의지의 교육이다. 자신에게 쉽지 않은 문제를 해결해봄으로써 학생들은 실패를 통해 인내하는 것을 배우고, 조그만 진전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을 배우며, 핵심적인 아이디어를 기다리는 것을 배우고, 그것이 나타났을 때 모든 힘을 집중시키는 것을 배운다. 만일 학생이 학교에서 해결방안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여러 가지 정서의 변화에 익숙해질 기회를 갖지 못한다면 그의 수학 학습은 가장 중요한 점에서 실패할 것이다.”
 
한편, 최근에는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주어진 문제를 해결한 후에 자신의 능력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가치 있고 매력적인 문제를 찾아 새롭게 구성하고 해결해보는 ‘문제 제기(Problem Posing)’ 활동을 강조하고 있다. 스스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은 처한 상황에 대한 충분한 해결 의지와 흥미를 가지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일 것이다.
 
수학교육학자인 브라운과 월터(Brown & Walter)는 체계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방법으로 ‘What if not 전략’을 제안하고 있다. 첫 단계는 먼저 기존의 문제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나 속성을 자세히 분석하여 나열하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이전 단계에서 열거한 속성에 대하여 ‘만약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될 것인가?(What if not?)’라는 의문을 가지는 것이다. 즉, 나열한 속성 중 하나 혹은 일부를 부정하거나 다른 속성으로 대체하여 새로운 의문을 품는 것이다. 세 번째 단계는 이전 단계에서 생각한 의문을 기초로 새로운 문제를 만드는 것이다. 마지막 단계는 새로 만든 문제를 분석하고 풀이하여 답을 구하는 것이다.
 
문제, 문제해결, 문제 제기는 수학교육학에서 매우 중요하고 강조되고 있는 개념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개념들은 수학에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삶에서 늘 경험하는 것이다.
 
여기서 많은 지면을 빌려 문제와 문제해결 그리고 문제 제기에 대한 여러 가지 말을 늘어놓은 이유는 대학생활을 통해 학생들이 많은 문제 해결 경험을 하고 또한 이를 통해 훌륭한 문제해결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대학생활을 시작한 1학년 학생들로부터 곧 졸업을 앞둔 학생들까지 누구나 나름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대학생활 뿐만아니라 이전의 생활에서도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모든 삶과 일상에서 문제는 피할 수 없다.
 
또한, 문제라는 말 자체가 어렵고 짜증나는 상황을 포함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다만 그러한 상황에 접했을 때 누가 더 의지를 갖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문제에 접했을 때, 포기하거나 도망가지 말고 꼭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도전하였으면 한다. 또한 혼자 힘으로 어려울 때는 보다 많은 경험과 해결책을 갖고 있는 교수님들께 의견을 여쭤보면 어떨까? 교수님들이 갖고 있는 수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나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일인가? 혹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해결한 점이 어딘가 모르게 부끄럽다면 그곳에서 머무르지 말고 자기 스스로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 분석하고 해결해 보는 것을 어떨까?
 
4년의 대학생활 동안 여러 문제를 해결해보는 경험을 충분히 하여 강한 의지를 품은 창조적인 문제해결자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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