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상철(지리교육전공 교수)
여름방학이 이제 본 궤도에 올랐다. 피서의 계절로 잘 알려져 있는 여름이지만, 예전의 인식도 시간이 지나며 바뀔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예전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겨울방학은 길게 하고 대신 여름방학을 짧게 했다고 하는데, 이젠 전기 수요가 겨울보다 여름에 더 높다고 한다. 이제쯤 겨울방학을 짧게 하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여름방학을 늘릴 법도 하다.
 
여름방학은 대학생들에게는 여행을 하며 견문을 넓히기에도 좋고, 휴가철 수요에서 생기는 아르바이트 기회도 다양하고, 또 나름의 계획 아래 학기 중 다하지 못한 일들을 마무리 짓거나 새로운 분야 탐구를 시도해 볼 법도 한 제법 긴 기간일 수 있다. 이젠 일상화된 에어컨 바람 아래 며칠 도서관에서 책을 보며 보내 보니, 독서의 계절을 가을에서 여름으로 옮겨보는 것은 어떨까 싶기도 하다.
 
대학생들이 그래도 여름방학 동안 꼭 하고 싶은, 해야 할만한 일은 여행 일 듯 하다. 국내뿐 아니라 외국의 여러 가볼만한 장소, 지역들이 있을 터인데, 어디를 가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떤 마음가짐으로 가는가가 더욱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한때 외국여행은 새로운 문물을 접한다는 자체로 만족을 했지만, 이후 테마여행이라는 이름으로 특정의 주제를 가지고 여행을 하는 것이 ‘아는 만큼 보인다’는 입장에서 강조되었다. 제주대를 포함한 여러 대학, 기관, 기업에서 보내는 탐방프로그램들이 여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여행자, 탐방자에서 한발 더 나아가 누군가를 도와주러 가는 원조자 입장에서의 여행도 시도해 봄직 하다는 생각이다.
 
봉사 여행은 관련 단체에 가입해 그 프로그램을 따라 활동을 하는 것도 좋겠지만, 비용, 시기 등이 여의치 않으면 스스로 지역을 선정하고 저가 항공 요금 비교, 지역문제 등 연구를 단단히 한 후 지역 상황, 주민들의 생활을 가까이에서 관찰해 보고 나름의 이해와 분석, 그리고 이들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하는 방법에 대한 제언, 보고서를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각자의 전공을 살려 그 분야에 대한 치밀한 관찰과 조사를 시도해 보고, 대화도 건네 보며 여행자 관점의 신기함과 호기심을 넘어 빈곤 극복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으로 어떤 분야, 어떻게 도와주는 것이 좋을까를 생각하고 시도해 보는 시간을 여름방학 동안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이러한 해외 체험은 젊은 대학생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는 눈을 뜨게 해줄 뿐 아니라 진로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한때 세계의 최빈국에 속하는 국가였으나, 급속한 경제 성장과 더불어 근래 들어 빈곤국을 지원하는 원조국으로 변모하였다. 우리나라의 공적개발원조액은 2012년 총 1조8,600억원, 국민 일인당 3만4900원이었으며, 2013년에는 2조411억원을 책정했는데 이는 국민총소득 대비 0.16%의 비율로 원조국들이 목표로 하고 있는 0.7%에는 아직 많이 못 미치는 수준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해외원조액은 점진적으로 늘어날 것이며, 이에 따라 필연적으로 해외전문인력, 청년봉사단원의 수요도 늘어날 것이다. 실제 한국국제협력단장은 점진적으로 청년봉사단원의 수를 늘릴 계획을 발표했다. 우리도 이제 무역, 여행, 봉사 등 다양한 활동으로 세계의 여러 나라를 거리낌 없이 수시로 방문, 체류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빈곤국에서는 이제 원조의 손길을 주며 이들에게 새로운 친구로 다가가는 나라로 변모하고 있다.
 
이제 본 궤도에 오른 여름방학 동안 무엇을 할까? 여행, 아르바이트, 모자란 공부, 이 중 한가지만 하기에는 아쉬움이 남을 듯하고, 모두 다 하기엔 시간에 쫓길 듯하다.
 
하지만, 하루에 몇 시간 시원한 도서관 에어컨 밑에서 책을 통해서라도 세계의 여러 지역을 여행하고, 탐방해야 한다. 특히 빈곤국 지역의 어려운 사람들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러면서 나를 돌아보면, 오늘이 힘들지만 그래도 뿌듯함과 보다 멀리 보며 계획을 세우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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