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기돈(가톨릭대 교수)

아홉 편의 소설이 응모되었고, 이 가운데 「경마장 밑바닥」을 아무런 망설임 없이 당선작으로 뽑았다. 다른 작품들은 대부분 사건을 만들어내는 데 실패하면서, 대부분 작위적인 의미 부여만 앙상하게 남은 양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눈동자」의 경우 실험적인 면모가 눈에 띄었다. 『이솝 우화』 가운데 「당나귀를 팔러가는 아버지와 아들」의 내용을 끌고 와서 여러 부분에 배치하는 가운데, SNSㆍ미니홈피 등을 통한 보여주기 욕망의 충족으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해 나가는 젊은 세대의 면모를 비판적으로 포착해내는 시도가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이 과연 존재의 분열을 불러올 정도로 깊이를 갖고 있는가는 의문이다. 의식의 진자 운동이라고 할 반복되는 “왔. 다. 갔. 다.”가 포즈에 머무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어떤 내용을 펼치든지 간에 소설에는 개성이 깃들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리고 구체적인 인물을 만들어내어 인물과 인물 사이의 사건으로써 하나의 세계를 ‘보여주어야’ 비로소 습작 단계를 벗어나게 된다. 응모자들은 이 점을 유념했으면 좋겠다.
 
「경마장 밑바닥」의 경우 전체적으로 통일성이 있다. 경마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유, 반지 습득 등 각각의 사건들은 결국 P의 상황을 환기시키는 계기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주요인물이라 할 ‘이장 아들 선배’, ‘사포 언니’, ‘나’의 개성은 어느 정도 살아있으며, 이들의 시각 차이도 결국 P에 대한 태도와 연관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젊은 그들 세대가 느끼는 불안감이 P의 답답한 상황과 긴밀하게 결합하고 있기에 설득력도 높다. 문장이 발랄하고 전개가 빠른 것도 장점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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