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경철 지음『대항해 시대』

늘 곁에 있는 책 중에 하나인 『대항해시대』(주경철,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2008)를 꺼냈다. 2008년쯤에 포르투갈 리스본 항구 넓은 바닥에 그려진 대항시대의 포르트갈 영토에 충격을 받아 읽기 시작한 책이다. 그것은 대항시대에 그들의 도전이 얼마나 가열 차는지에 대한 증표임과 동시에, 후손들에게 지금은 초라해진 국가에 살지만 다시 국가의 부흥에 대한 자신감과 의무감을 부여해 주고 있는 화두였다.
 
이 책은 15세기 이후 세계의 질서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를 상술하고 있다. 총 3부 제9장으로 되어 있다. 제1부는 15세기 이후의 세계구조가 누구에 의해서 어떻게 구성되어 가고 있는지를 설명해 주고 있다. 아시아 중심 국가에서 유럽중심국가로 이전해 가는 과정을 상술하고 있다. 제2부는 폭력의 세계화 부분으로서 해상의 팽창과정에서 나타나는 폭력이 어느 면에서부터 커지고 잔인해지며, 이것이 결국 군사적 형태로 발전되어 대량살상의 비극이 지속되고 있는 과정을 설명해 주고 있다. 제3부는 세계화ㆍ지역화에 대한 기술로서 세계화와 지역화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생태환경과 종교의 변화와 확산, 이로 인한 언어, 음식, 과학기술 등이 어떻게 세계화되고 그러면서도 지역적으로 고착되는 과정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제1부에 대한 내용이 현재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현재 제주도는 4면의 바다로 둘러싸여 있지만 바다를 가장 경시하거나 관심을 둔다고 해도 한갓 연안어업정도다. 바다가 주는 기회가 무궁무진한데도 불구하고 지역의 문화는 해양에 대하여 외면한지 오래다. 투자와 관심 면에서 보면 모든 통계치에서 감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15세기에 중국의 정화 대함대를 파견하여 세계를 통치했던 시대가 마감한 것은 대장인 정화를 사형시키고, 심지어 정화의 기록마저 불태우는 철저한 해양금지 정책이었음은 후세가 증명하고 있다. “세상 동서남북의 끝을 찾아서 확인하라. 모든 항해의 기준별의 정확한 위치도 알아내라”라는 영락제의 명을 받고 세계를 호령했던 정화제독은 영락제의 사망과 함께 일개 환관으로 전락되어 비참하게 최후를 마감하게 된다. 보물선 만도 길이 150미터, 폭 60미터일 정도였던 세계 최대의 함대가 있던 중국은 모든 조선소가 폐쇄되고, 선박은 돛대가 없는 평선만 허용되었다. 그래서 중국은 바다를 버리고 내륙으로 쪼그라진다. 결국 바다를 지배하던 일본에 의해서 지배당한다. 해양을 금지시킨 이 정책이 중국 역사에 최악의 실수로 기록되는 이유다.
 
반면에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작은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항해를 통해 최고의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두 나라는 15세기에는 교황이 중재에 의한 토로세시아스 조약(1494년), 16세기에는 두 나라가 합의한 사라고사 조약(1529년)에 의해서 세계 식민지 분할선을  작성할 만큼 대항시대를 만들었다. 이후 국가와 자본의 결합에 의한 네덜란드와 영국의 동인도 회사들의 등장으로 두 나라는 그 시절을 추억으로 남아 있지만 그래도 세계 제2언어가 스페인인 점 등은 아직도 대항시대는 역사에서 결코 멀어져 있지 않다. 해양에 대한 도전이 한 국가와 지역을 얼마나 융성하게 하였는가에 대한 증명이다.
 
지금은 미국이 세계 최대 강대국이다. 미국 해군력이 세계 해군력 제2위에서부터 제14위 국가까지 합한 것 보다 우위이기 때문에 해양을 지배하는 지역과 나라가 세계를 지배하는 것이 동의어임을 알 수 있다. 물론 위의 내용은 국가를 중심으로 하는 역사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포르투갈과 스페인에 의하여 열린 대항 시대는 국가가 아닌 민간인에 의해서 이루어졌다는 점은 비록 제주도가 국가가 아니지만 해양중심 지역임을 고려할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은 비록 어려워서 잠은 새우같이 잘지라도 꿈은 고래같이 꾸라” 는 대항시대의 정신이 우리에게 주는 희망의 메시지다. 
 

저작권자 © 제주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