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인후 (사회교육대학원 석사과정)

‘걷는다’는 행위가 먹이를 구하거나 살 곳을 찾아다니는 것 외에도 그것 자체를 ‘즐기기 위해’ 행해지기도 한다. 또 정신적인 치유를 위해 걷는 집단은, 오직 인류라고 해도 무리가 없으리라 본다.
 
그렇지만 사실 나는 걷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다른 재밌는 취미가 얼마나 많은데 걷기라니….” 걷기를 부모 세대가 건강을 위해 하는 운동 정도로만 여기며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이 불과 얼마 전이었다.
 
그랬던 나는 요즘 걷고 있다. 지난 3월부터 벨레기 간세(제주올레 청년서포터즈) 활동을 하고 있다. 서포터즈의 부단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주말이면 올레길을 걷고 청소하고 있다. 게다가 거의 매일 올레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  걷는 것에 관심이 없었던 나에게 지금은 삶의 큰 부분이 되어버린 제주올레. 제주도 토박이로 자라온 나에게 친구의 권유로 시작한 올레길은 단순히 익숙한 동네길이 아니었다. 올레길은 어머니 눈가의 늘어난 주름처럼 몰라줘서 안타깝고 미안한 제주의 얼굴들이었다.
 
‘벨레기 간세’는 서명숙 사단법인 제주올레 이사장이 지은 이름이다. 이는 청미래덩굴과 조랑말의 제주방언을 합쳐서 만들어졌다. 서명숙 이사장은 벨레기 간세 2기의 첫 모임 때 “‘벨레기’나 ‘간세’ 모두 ‘게으름 핀다’는 부정적인 뜻의 방언이지만 오히려 여행을 하며 걸을때는 이러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벨레기 간세는 ‘유별나게’ 제주와 올레를 사랑해 전국 각지에서 하나둘씩 모여 만들어진 청년들의 모임이다. 벨레기 간세는 클린올레(올레길 청소), 페인트 보수작업, 제주올레걷기축제 시내홍보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벨레기’들은 요즘 제주올레 걷기축제 준비에 한창이다. 제주올레에 큰 행사 중의 하나인 제주올레 걷기축제가 10월31일부터 3일간 열린다. 지난 8월 25일 제주시청벽화에서 시내홍보를 했었다. 또 다가오는 10월5일에는 서울 홍대거리에서 시내홍보를 벌일 계획이다. 이번 걷기축제에서는 제주 전통굿과 전통놀이의 체험, 인형극과 그림자극, 지역주민들이 펼치는 공연들과 밴드들의 공연들이 펼쳐진다.
 
올레는 그동안 렌트카 또는 관광버스를 타고 제주도를 누비던 관광객들을 차에서 내려 걷게 만들었고 숨겨진 제주의 구석구석을 볼수 있도록 돕고 있다. 제주올레의 아름다움은 길을 걷는 외국인들도 극찬하고 있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 못지않은 올레만의 매력으로 외국관광객들의 눈을 사로잡으며 세계적인 트래킹 명소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무언가를 꾸미고 다듬어서 내놓아야 관광지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제주도민들이 사는 동네 구석구석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하나로 이어서 하나의 길로 만든 제주올레의 가치를 우리 제주도민 스스로 인지하고 이를 지키고 발전해나가야 한다.
 
나가 다니고 있는 대학원의 한 교수님은 제주올레의 성공요인을 “올레길을 걷는 올레꾼들에게 무언가 정보를 억지로 주입시키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올레꾼들이 길을 걸으며 느끼는 감정들로 자신만의 추억과 이야기들을 만들었기에 더 애정을 갖게 돼 성공할 수 있었다는 얘기이다. 개발의 홍수 속에서 ‘있는 그대로’의 제주의 ‘속살’을 보게 해 준 제주올레와 같은 관광문화가 제주에 보다 많이 뿌리내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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